크르치마 우 드보 마리는 체코 공화국의 체스키 크룸로프에 위치한 펍이다. 홈페이지에 보면 두 개의 마리아 벽화가 발견되어서 펍 이름이 두 명의 마리아라고 소개되는데 당시 사용하던 휴대 전화도 상태가 안 좋아서 음식 사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식당 리뷰를 주로 하면서 (물론 호텔과 리조트, 패션 관련 리뷰도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사진이 없더라도 맛을 글로 표현해야 한다고 문득 생각이 들어 글을 올린다.
당시 프라하에서 첫 차를 타고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해서 이른 시각이라 식당부터 찾았었는데 - 나중에 알고보니 오픈 시각이 당시에는 오전 11시 30분이었다. - 동네 주민이 길을 잘못 가르쳐줘 체스키 크룸로프 한 바퀴를 빙빙 돌아서 식당에 도착했었다. 어차피 일찍 찾아갔어도 기다렸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서로 영어가 서툴렀기에 일어난 헤프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오픈 시각에 맞춰 때마침 도착해서 2층으로 올라갔었다. 간단하게 요기라도 할 생각으로 갔었는데, 파인 다이닝은 아닌만큼 당연히 음식이나 접객에 대한 기대치는 낮춰 방문 했었지만 접객은 꽤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인만큼 영어로도 주문이 가능했었다.
먼저 마늘 수프를 주문 했었는데, 파인 다이닝이 아닌 만큼 음식들이 대체로 맛을 즐기기 위한 것보다 끼니를 떼우기 위한 수준으로 나왔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프는 진한 지방층의 고소함과 함께 감칠맛이 꽤 인상적이었다. (닭 육수는 아닌 것 같은데, 돼지?) 마늘의 단맛이 살짝 감돌면서 전반적으로 맛의 층이 뚜렷하지 않았으나 정말 말 그대로 든든하게 후루룩 마실 수 있는 수프였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몸을 데우고 지방을 보충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든든하게 속을 채울 수 있었다.
이어서 전통 보헤미안 연회라는 이름의 메뉴를 골랐는데 각기 고를수도 있었지만 호기심에 꿩, 닭, 토끼 고기를 모두 시켰었다. 굉장히 투박스럽게 나왔는데,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덤플링과 함께 감자까지, 고지방 고단백 고탄수화물 음식이었다. 생각보다 잘 구운 고기와 함께 짠맛의 밑바탕이 잘 받쳐줘서 남김 없이 비울 수 있었다. 피클류도 곁들여져 나오지만 함께 주문한 에겐베르크 생맥주와 함께 먹으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디저트는 체코 케이크를 주문하였는데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다만 충실하게 단맛 위주의 음식이어서 펍에서 내놓는 음식임을 감안한다면 나쁘지는 않았다.
분명 체스키 크룸로프에도 파인 다이닝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준수한 식당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광객 입장에서 당일 치기로 방문 한다면 그런 한 끼 식사를 제대로 먹기 위해 복장부터 해서 예약까지 신경 쓴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맛을 즐긴다기 보다 가볍게 보헤미안 전통 음식들을 만난다는 관점에서 식당을 찾는다면 괜찮은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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