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보칼리노에서 화이트 트러플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올해는 작황이 아주 좋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칼리노에서도 화이트 트러플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다. 알바산 화이트 트러플을 사용하는데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핑크색을 띠고 있었다. 그런 경우 같은 화이트 트러플이라 하더라도 상등급이라고 한다.
음식이 나오기 전 향을 잠시 맡을 수 있었는데, 그 진한 향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한국의 파인 다이닝에서 소음은 일상이기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곳을 찾다보니 위 사진 끝에 방이 있는 쪽의 구석으로 좌석을 선호 했었는데, 이 자리도 나쁘진 않았다. 물론 운 좋게도 두 번의 방문 모두 오픈 시간에 맞춰 갔더니 조용해서 좋았을 수도 있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차례 이야기 했지만 술을 못할 경우 일반 생수보다 탄산수를 선택하는 것이 맛의 차원에서 더 좋은 선택이다. 흔히 서양 음식을 먹을 때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중 하나 느끼하다인데, 그것을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치킨에 맥주, 피자나 햄버거에 콜라의 선택이 당연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탄산 즉 신맛은 맛의 균형을 맞춰 주는 역할을 한다.
보칼리노는 아쉬운 것중 하나가 이 치아바타인데, 오픈 이래 한결같이 치아바타만 내놓고 있다. 서양 요리에서 빵의 역할이 단순히 흔히 말하는 식전빵, 즉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배 채우는 용도로 나오는 것이 아닌데, 이 정도 파인 다이닝에서 빵의 역할이 어떠한지 모르지는 않을텐데 몇 번 이야기 했었지만 변화가 없다. 물론 내부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날은 빵 상태가 아주 좋았지만 - 빵이란 것이 만들기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 항상 이런 상태는 아니기에 일관성도 아쉽다.
Villa Bucci 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 Classico Superiore 2016
ARPEPE Rosso di Valtellina 2016
화이트 트러플 요리를 세 가지를 먹지만 와인 페어링은 두 잔만 부탁하였다. 조금씩 술이 늘었다고 하지만 종류 불문하고 석 잔 이상 마시면 많이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채와 수프에는 화이트 와인을 스파게티에는 레드 와인을 짝지어 주었는데, 전채와 수프를 먹을 때 화이트 트러플 향이 이내 사라지는 듯 해서 아쉬웠는데 그 여운을 와인이 좀 더 길게 느낄 수 있도록 잡아줘서 좋았다. 신기하게도 - 아직 술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다. - 스파게티와 함께 먹었을 때에는 화이트 와인의 단맛과 신맛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져서 짝이 맞지 않았다. 반면 레드 와인과 함께 하니 스파게티에서는 화이트 트러플 향의 여운이 꽤 길었는데 그 여운을 잘 잘라줘서 좋았다.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화이트 트러플을 올리는 양을 선택할 수 있게 메뉴가 구성되었다. 3g 또는 7g 선택이 가능한데 물론 가격 차이도 그만큼 있다. 선택은 본인 몫이지만 화이트 트러플의 향을 즐길려면 아무래도 7g이 낫다고 생각한다.
Deep - Fried Egg, Cauliflower Foam, Onion Sauce, White Truffle
화이트 트러플의 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요리로 괜찮은 것 중 하나가 계란 요리라 생각하는데 전채로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아쉬운 것이지만 이내 사라지는 화이트 트러플의 향이 조금 겉돈다고 할까? 향이 곧 사라져버리니 특색이 없는 요리가 되어버려서 (물론 그런 의도로 만드는 것이지만) 조금 심심했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와인이 그래도 그 여운을 길게 잡아줘서 괜찮았지만 말이다.
Celeriac Soup, Leek Fondant, Italian Sausage, White Truffle
소세지의 짠맛과 감칠맛, 대파의 단맛이 화이트 트러플 향과 어우러져서 맛 (flavor)이 풍부해서 흥미로웠던 수프이다. 다만 소세지와 대파의 맛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느껴져서 화이트 트러플이 좀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Spaghettini with Butter, Sage, Parmesan Cheese, Hazelnut, White Truffle
한 입 떠 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화이트 트러플의 향과 함께 헤이즐넛의 고소함이 인상적이다. 크런치한 질감이 대조를 이루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앞서 두 요리와 달리 화이트 트러플의 잔향을 음식을 먹는 끝까지 계속해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올해 화이트 트러플 메뉴 중 다음에 또 가서 먹고싶을 정도로 맛있었는데, 올해 메뉴 중에서 화이트 트러플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Semifreddo alle Castagne
Semi - Frozen Chestnut Parfait, Mandarin Compote, Suzette Sauce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잠시 치로 셰프와 대화를 나눌 때 화이트 트러플이 만다린하고도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선택했던 디저트가 보칼리노에서 만다린이 들어가는 세미프레도였다. 다른 요리와 달리 3g을 선택했는데, 정말 만다린 향과 잘 어울렸다. 굳이 디저트까지 화이트 트러플을 올리고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호기심에 선택했었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워 좋았다.
그리고 다음주에 아직 먹지 못한 두 메뉴를 먹기 위해 재방문하였다.
Domaine J. A. Ferret, Pouilly-Fuissé 2016
Schiopetto Collio Pinot Grigio
지난번 페어링과 달리 이번에는 모두 화이트 와인이었는데,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주는 와인들이었다.
SOUS VIDE EGGS 62˚
Mushroom Consommé, Parmesan, Net of Angel Hair
화이트 트러플 메뉴에 있는 전채를 또 먹고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대신 수비드 에그를 전채로 일단 주문하였다. 여전히 콘소메의 감칠맛이 가득한 가운데 수비드한 에그와 대조되는 엔젤 헤어 파스타의 바삭한 질감이 좋았었다.
Risotto di Semola, Pine Nut, Beef Jus, White Truffle
헤이즐넛과는 다른 잣의 고소함이 인상적인데, 스파게티와 마찬가지로 화이트 트러플의 향이 잘 어울리면서 길게 여운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스파게티나 리소토 둘 중에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선택할 것 같다.
Sea Bream in Potato Crust, Sautéed Brussel Cabbage, White Truffle
이미 요리 자체만으로도 훌륭했었다. 다시 말해 화이트 트러플을 굳이 뿌리지 않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였는데, 물론 화이트 트러플의 향이 좀 더 음식을 맛 (flavor) 있게 만들긴 한다. 하지만 나라면 굳이 이 요리를 먹을 때 화이트 트러플을 추가하고싶은 생각이 들진 않았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것은 생선이 약간 과조리 된 상태였는데 되돌려 보내야 할 정도는 아니어서 그럭저럭 먹었지만 문제는 도중에 가시가 나왔었다.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어서 빼내고 다 먹긴 했는데,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아울러 사과를 받긴 했지만 대처도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디저트가 나오기 전 다시 한 번 향을 맡아보라고 권해서 맡았던 화이트 트러플의 향은 속된 말로 끝내줬었다.
Cachi e Caramello
Vanilla Chantilly, Persimmon Marmalade, Caramel, Persimmon Ice Cream
이번에는 감과도 잘 어울리는지 궁금해서 주문했었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굳이 다음에 다시 주문하고싶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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