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호텔 체인들은 레스토랑 이름을 같이 쓰는 경우가 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것을 이야기 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기에 넘어가고, 롯데 호텔의 경우 한식당은 무궁화라는 이름을 같이 쓰고 있다. 서울에서 갈 일이 없는 레스토랑이지만 일이 있어 부산에 있는 무궁화에 가게 되었다.
보통 예약 확인의 경우 예약일 이틀 전에 하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하루 전에 연락오는 경우도 있다. 무궁화는 예약 당일 오전에 전화가 왔었다. 부산 특유의 억양 때문에 다소 무뚝뚝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딱히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나도 서울에 오래 살다보니 조금 그렇게 들리기도 하였는데, 어쨌든 예약할 때나 예약 확인까지는 나름대로 파인 다이닝답게 매끄러운 편이었다.
그러나, 입구에 들어섰을 때부터 조금 불안했었는데, 일단 안내하는 직원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직원이 예약 확인 후 안내하는 시스템에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항상 한국인들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에 - 특히 호텔이라면 더더욱 - 이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자리에 착석 후 주문을 받을 때에도 음료를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질문이 없었다. 자연스레 차가 제공되긴 하였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불편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물을 사먹는 것조차 거부감이 강하긴 하지만 항상 이야기 했듯이 물보다는 탄산수가 음식의 맛을 즐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료인 물의 경우 대부분 수돗물일텐데 한국에서 수돗물이 맛이 있던가? 어차피 대부분 그냥 물을 주세요 할테지만 그래도 물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후 메뉴를 선택한 다음 술을 주문할 때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먼저 내가 홈페이지의 안내를 자세하게 안 읽은 책임도 있지만 술을 무엇을 마실까 고민할 때 소믈리에가 있으며 와인 페어링도 가능하다는 안내가 없었다. 묻지 않은 나의 잘못도 있지만 그런 안내가 없다는 것도 업장 측에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전통주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같이 간 일행 중 술을 마실 사람은 한 명 뿐이었고, 한 명이 한 병을 다 마시기엔 양이 너무 많아서 양이 적은 국화주를 선택했는데 이런 술이 나오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파인 다이닝으로써 접객은 둘째 치고 저렇게 댕그러니 놓아두는 것도 아쉬운데, 잔도 우리가 알아서 따라 마셔야 했다. 무궁화는 원래 이런 시스템인지 아니면 이 날만 이랬는지 처음 갔기에 알 수 없지만 이런 사소한 접객들이 아쉬웠다. 물론 롯데 호텔이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국 파인 다이닝 치고 할랄 메뉴가 있다는 것은 위안이 좀 될까?
Appetizer
Platter of Nine Delicacies
Seasonal Porridge, Watery Kimchi
Kimchi Dumpling with Pork Neck
Stir - Fried Octopus
Grilled Fish
Lobster Dish
Royal Hot Pot
Grilled Beef Tenderloin, Vegatable Salad
Steamed Rice, Side Dishes
Korean dessert
사진만 보면 저게 과연 한식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치 만두의 경우 소스는 토마토 소스를 사용하고 있고, 랍스타 요리는 한식에서는 볼 수 없는 구성이다. 심지어 한국식 디저트라는데, 형식은 일본식이다. 과연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어떤 것이 한식인지, 어디까지를 전통으로 봐야할지 아직 한국에선 정의가 된 적이 없다.
나는 그것보다 코스의 구성이 너무 전형적인 한국식이라 실망스러웠다. (물론 처음부터 큰 기대를 품고 간 것은 아니다.) 일단 수련 코스를 선택했는데, 신선로를 추가해서 19만원짜리 식사 치고 너무 무성의하다. 어떤 주제를 정해놓고, 다시 말해 어떤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없다. 단순하게 재료를 나열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19만원짜리 식사이니 랍스타도 들어가고, 신선로도 나오고, 활낙지에 한우 안심까지 나오면 잘 나온 것 아니냐고? 재료를 좋은 것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무엇이든 열을 가해 익히면 기본적인 맛은 보장한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만나기 위해 파인 다이닝에 비싼 돈을 지불하며 가는 가?
놀랍게도 칭찬 하고 싶은 것은 기본적인 밑간은 잘되어 있었고 단맛 일색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상의 맛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맵고, 밑간 잘 되어 있고 그걸로 끝이다. 랍스타에 버터를 넣고 구우면 당연히 맛있다. 그런데 파인 다이닝에서 요리사가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우 안심도 당연히 불에 구우면 맛있다. 적당히 소금간도 되어 있고 잘 구워놓으면 부드럽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같이 곁들여 나오는 채소 샐러드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셰프는 어떤 의도로 그렇게 구성을 해놓았을까?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맛 - 맵고 짜고,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짜다라는 것은 소금을 과하게 넣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 이 반복되다보니 금방 질린다. 무언가를 먹긴 먹었는데 딱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그저 아 그 비싼 한우 안심과 랍스타, 신선로 등을 먹었어, 그리고 끝이다.
게다가 저 디저트를 보라. 이게 한국식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19만원짜리 아니, 17만원짜리 식사의 디저트라고 볼 수 있는가? 딸기와 블루베리 올려놓고, 아이스크림은 직접 만들었는지는 둘째 치고 떠놓은 모양새하며 밑에 깔린 저것은 롯데의 그 유명한 과자가 생각나지 않는가? 붕어빵은 오래전에 구워 놓은 것인지 데워서 내놓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시 말해 셰프가 한 것은 별로 없지 않은가?
이는 비단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 한식이든 양식이든 일식이든 그것과 상관 없이 파인 다이닝 어디를 가든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도 미쉐린 가이드가 진출 했고, 왜 무궁화는 (또는 모모 레스토랑이) 별을 못 받았는지 - 물론 부산이니까 상관 없다. 현재 한국에서 미쉐린 가이드가 진출한 곳은 서울 뿐이니까 -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한식에서 이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셰프는 무엇이 두려워서 용기를 못 내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해왔으니 타성에 젖어 그대로 하는 것인지 나는 늘 궁금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사실 여기는 따로 리뷰를 할 생각이 없었다. 혼자 간 것이라면 모를까 일행과 같이 가면 식사 자체에 의의를 두기 때문인데,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지 않으면 글을 영영 쓰지 않을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가는 식당들은 몇 개 없다. 그리고 가는 곳들만 최고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외국이 무조건 최고야라는 의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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