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가 개편되면서 와인 페어링도 추가가 되었다. 해외에서 광동식 레스토랑을 가보면 와인 페어링은 물론 차 페어링까지 가능한 레스토랑들을 만나게 되는데, 정작 유 유안은 그런 시도가 없어서 - 물론 왜 그런 시도가 없었는지 내부 사정을 알고 있지만 -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번에 메뉴를 변경하면서 처음으로 시도를 했기에 어떻게 짝을 지었는지 궁금해서 방문하였다.
Château Pierre-Bise Crémant de Loire
첫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이었는데, 샴페인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음식과 짝을 짓기에는 샴페인이 좀 더 압도적인 느낌이 들어서 이것으로 선택했다고 소믈리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Premium Set Menu
Yu Yuan Assorted Platter
"Char Siu" Barbecued pork in honey sauce
Crispy shrimp ball with bread
Jellyfish and cucumber in black vinegar dressing
서양식에서도 그렇지만 모든 음식들을 하나 하나 와인과 짝짓기는 너무 힘들다. 할려면 물론 가능하지만 먹고 마시다보면 먹는 사람이 지쳐버려서 어느 순간에는 아무런 맛 (flavour) 을 느끼기 어렵다.
유 유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든 요리와 짝을 짓지 않았는데, 세 전채 중에선 흑식초가 들어간 해파리 냉채와 가장 잘 어울렸다. finish라고 하나? 그 여운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본래 짝짓기의 목적대로 깔끔하게 마무리 시켜줘서 시작부터 즐거웠었다.
Premium Set Menu
Braised superior bird's nest with supreme soup
Goldstar Kao Liang Chiew
두 번째 술은 금성 고량주였었는데, 아무래도 광동식 레스토랑이니 중국 전통 술을 짝짓기 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이 술은 마늘 소스 전복찜과 짝을 지었는데, 향긋한 단맛이 전복, 마늘, 당면의 단맛과 잘 어울렸었다.
Premium Set Menu
Steamed live abalone with glass noodles in garlic sauce
Stefano Amerighi Syrah 2015
사실 이때까지 만난 와인들은 유 유안 뿐만 아니라 보칼리노나 아키라 백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와인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전반적인 국내 여건상 와인 페어링이 아직까지 낯설기 때문에 회전율이나 가격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믈리에도 그런 부분을 감안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최대한 맞출려고 노력 했지만 좀 더 완벽한 짝짓기를 하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흑후추 소스 한우 볶음과 짝을 지었는데, 이 와인 역시 finish가 정말 좋았다. 요리의 여운을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면서 뒤에 느껴지는 향이 어찌나 매혹적인지 술을 잘 못 마시면서도 이 와인은 끝까지 다 마셔버렸다.
Premium Set Menu
Wok - fried Hanwoo beef in black pepper sauce
Premium Set Menu
Sautéed green vegetables in soy sauce
Premium Set Menu
Crab and egg whites fried rice
Crispy eel, fried garlic and spicy salt
이 요리는 코스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데, 마지막에 마신 시라 와인이 매혹적이어서 남은 술이 아쉬워서 소믈리에에게 짝이 잘 맞는 다른 요리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여서 선택한 메뉴이다. 흑후추 소스 한우 볶음이나 이 비펑탕 장어 튀김이나 spicy 한 향들이 와인과 정말 잘 어울리면서 앞서 말한대로 와인의 finish 향이 깔끔하게 요리의 여운을 잡아줘서 입안을 정리해주는데, 정말 소믈리에가 노력을 많이 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에서 와인 페어링을 선택해보면 종종 짝이 잘 안 맞는 구성을 만날 때가 많은데, 솔직하게 말해 실력이 의심되는 소믈리에들도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업장측에서 한계가 있어서 그 안에서 짝을 지으려다 보니 무리수를 두거나 육류는 레드, 어류는 화이트 이런 식의 짝짓기만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5성급 호텔 다이닝에서 그런 짝짓기를 만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는데, 호텔에서 구비하고 있는 와인 리스트를 고려한다면 역시나 현실적인 문제 즉 가격이나 회전율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라는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Premium Set Menu
Dessert
Mango and sago cream with grapefruit and seasonal fruits
하지만 유 유안에서는 전혀 그런 것들을 느낄 수가 없었는데, 물론 좀 더 다양하고 좋은 와인들과 짝짓기를 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이 정도 수준으로 짝을 지었다는 것에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다른 세트 메뉴들도 어떻게 짝을 지었는지 궁금해서 나머지 세트 메뉴들도 다음에 다시 방문해서 와인 페어링과 함께 주문했었다.
Château Pierre-Bise Crémant de Loire
Traditional Bejing Duck Tasting Menu
"Char Siu" Barbecued pork in honey sauce
Jellyfish with cucumber black vinegar sauce
저번과 마찬가지로 해파리 냉채와의 짝이 정말 잘 지어졌다.
Traditional Bejing Duck Tasting Menu
Double - boiled bamboo pith, assorted mushrooms and Chinese cabbage soup
Ampeleia - Costa Toscana "Kepos" 2016
이번에는 북경 오리 테이스팅 메뉴를 선택했었는데, 소믈리에가 생각한 와인은 따로 있었지만 가격을 고려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 와인을 선택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좀 더 완벽하게 짝을 짓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나쁘진 않았다. 다만 살짝 아쉬움이 느껴지긴 했는데,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 해준다기 보다 미약하게 뭔가 어긋나는 느낌이었다.
Traditional Beijing Duck Tasting Menu
Traditional half Beijing duck with condiments
여러 차례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난 굳이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북경 오리를 주문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차라리 오리 구이를 먹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떠나서 유 유안의 북경 오리가 국내에서 최고이냐 아니냐 의견이 분분하던데 이 역시 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오리 자체가 북경 오리라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사육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와인 짝짓기 때문에 선택한 메뉴이긴 한데, 확실히 소믈리에의 의견대로 뭔가 미묘하게나마 짝이 잘 맞지 않았다. 그나마 나중에 plum sauce 를 달라고 해서 같이 먹었을 때 어느 정도 와인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줬었는데, 이 부분 역시 소믈리에가 고민이 많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Traditional Beijing Duck Tasting Menu
Wok - fried minced Beijing duck and bamboo shoot in lettuce cups
반면 이 요리와는 와인이 짝이 잘 맞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레터스나 plum sauce의 단맛이 와인과 잘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Traditional Beijing Duck Tasting Menu
Sautéed green vegetables in soy sauce
Goldstar Kao Liang Chiew
Domaine Ricard Touraine - Chenonceaux Tasciaca
Traditional Beijing Duck Tasting Menu
Crab and egg whites fried rice
이번에는 고량주와 화이트 와인을 비교해 보라고 두 가지가 함께 나왔는데, 화이트 와인과의 짝짓기도 나쁘진 않았지만 내 기억에는 고량주가 좀 더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줬던 것 같다. 게살과 밥의 단맛이 금성 고량주와 향도 잘 어울렸고 고량주의 단맛과도 결이 비슷해서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Traditional Beijing Duck Tasting Menu
Honeycomb cake and seasonal fruits
내친김에 마지막으로 계절 세트 메뉴와의 와인 짝짓기는 어떠한지 다시 방문하였다.
Château Pierre-Bise Crémant de Loire
Seasonal Set Menu
Yu Yuan assorted platter
"Siu Yuk" roasted pork belly with mustard sauce
Marinated fresh crab and mushrooms
Marinated cucumbers
지난 두 차례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게살 버섯 냉채와 와인이 짝이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해산물 특유의 향 때문에 그런지 의외로 잘 어울리지 못했었다. 오히려 전반적으로 단맛이 밑바탕에 깔려 있고 상큼한 신맛이 느껴지는 오이 냉채와 잘 어울렸었다.
Seasonal Set Menu
Double - boiled chicken, dried scallops and cordycep
2016 Olivier Jouan Bourgogne Pinot Noir
Seasonal Set Menu
Crispy eel, fried garlic and spicy salt
Seasonal Set Menu
Braised tender Jeju pork belly in Chef's superior soy sauce
이번 와인 짝짓기는 그런대로 무난했었다고 기억을 하는데, 두 요리가 맛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 하나는 spicy쪽, 하나는 지방의 고소함과 함께 단맛쪽에 좀 더 치우쳐 있다. - 두 요리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와인을 택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Chusungju
Seasonal Set Menu
"Char Siu" Barbecued pork and shrimp fried rice
마지막으로 짝지어진 술은 한국 전통주로 스토리텔링만 들어보면 이보다 좋은 술이 없다고 할 정도였는데, 향만 놓고 보면 양주식 볶음밥과 정말 잘 어울렸다. 스토리 텔링도 들어보면 돼지고기를 즐길 때 함께 마셨던 술이라고 하니 금상첨화인데, 향과 달리 술은 가벼우면서 단맛도 미미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진 못했다. 밥과 좀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
Seasonal Set Menu
Dessert
Black sesame and yuzu gemme and seasonal fruits
한계가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믈리에가 음식과 짝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짝짓기였었다.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짝짓기는 충실했다는 이야기다. 그 어긋나는 부분도 현실적인 제약 - 가격과 회전율 - 을 고려한다면 흠 잡을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와인과 함께 요리를 즐긴다면 이보다 더 나은 구성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늘 그렇듯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십여년 전부터 주변에서 나에게 와인 동호회 활동 해볼 생각 없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거절한 것도 있지만 자꾸 동호회의 목적이 와인이 아니라 다른 것에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분명 지금도 어딘가에선 와인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을텐데, 그렇다면 그만큼 외식에서 - 특히 파인 다이닝에서 - 와인과 함께 즐기는 문화도 발전했어야 하는데 현실은 어떠한가?
오빠 포스팅에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술을 본적이 있던가..ㅋㅋㅋ
답글삭제이게 총 세 번에 걸쳐서 방문한 기록이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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