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8. 6.

MARU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 더 월드 오브 빙수 2019년 7/7


2016년 첫 시작이래 항상 호기심을 자극했었던 더 월드 오브 빙수가 드디어 2019년에도 모두 발표되었다. 한국에서 - 더 넓게 보면 아시아 지역 - 디저트 개념으로 빙수가 소비되고 있다면, 외국인 셰프 입장에서 빙수라는 디저트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했었는데, 바라건데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디저트란 음식으로 접근해서 만든 빙수들은 하나같이 외면 받는 반면, 생과일을 잔뜩 올려서 만든 빙수가 여전히 인기 있다면 더 월드 오브 빙수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전히 나는 그럴바엔 차라리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먹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English Tea

inspired by FS London


작년의 High Tea 라는 빙수를 조금 손봐서 다시 나온 빙수인데, 작년에 처음 먹었을 때 향이 좋아서 인기 많겠다고 생각했었다. 예상대로 꽤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올해에 다시 내놓았다고 한다. 올라간 아이스크림 종류가 바뀐 것 말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사실 작년에 나왔던 빙수를 거의 그대로 다시 내놓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위에 올린 오렌지가 생과일이란 것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생과일 더 나아가 '생' 이란 단어가 붙으면 한국에선 고급이란 이미지가 붙는 경향이 있는데, 과일을 있는 그대로 사용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이 항상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려대로 상태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Vitamin Sea

inspired by FS Maldives Kuda Huura


음식에서 신맛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도 재미있는 이 빙수는 신맛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빙수였다. 김치를 좋아하면서 의외로 음식에서 신맛이 느껴지는 경우 싫어하는 한국인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이 빙수는 일종의 재앙처럼 여겨질 수 있을만큼 신맛이 강렬하다. 그런데, 그게 단맛의 균형을 잘 맞춰주고 있으며 이름처럼 비타민 C 하면 떠오르는 맛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함께 제공되는 모히토를 넣으면 향이 더해지면서 좀 더 풍부한 flavour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코코넛이 가지고 있는 바삭함과 크럼블이 가지고 있는 바삭함은 서로 결이 조금 다른데, 그것들이 부드러운 질감의 빙수와 라임 젤리와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 질감 차원에서도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 나온 더 월드 오브 빙수를 포함해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지금까지 내놓았던 더 월드 오브 빙수 중 가장 디저트다운 빙수를 드디어 처음으로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맛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난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선 자꾸 다른 방향으로 표현을 하려고 해서 - 주로 보이는 쪽으로, 시각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그게 맛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 차라리 그럴바엔 빙수를 안 하는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맛을 설계 한다면 난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다.










Dolce Delizioso

inspired by FS Florence


알렉스 셰프의 티라미수를 보칼리노에서 먹고 정말 잘 만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빙수 역시 티라미수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얼음 위에 티라미수를 올려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잘 만든 티라미수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 다시 주문 했을 때, 플레이팅이 좀 바뀌었는데 이렇게 바뀐 것이 먹기엔 훨씬 편했다.










Soobakbing

inspired by FS Seoul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섯번째로 나와야 할 빙수인데 마지막으로 바뀐 이유는 수박 때문이었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굳이 수박으로 빙수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굳이 호텔측에서 직접 - 물론 호텔 직원이 직접 재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 수박을 생산해서 말이다. 처음부터 나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마디로 말해 총체적 난국의 빙수였었다. 전형적인 한국식의 접근, 그래서 괴랄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자꾸 그것을 시각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름이란 계절을 맛으로 표현하려는데, - 그럴 능력이 안되서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생각하지만, 기껏 만들어봤자 소비자측에서 이해 못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 여름 하면 한국에선 과일이 수박이 가장 먼저 떠오를테고, 그걸 빙수 위에 올려보자,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너무 간단하게 보이니 스토리텔링을 더해 호텔에서 직접 재배한 수박을 올려보자, 그리고 이왕이면 수박 속을 파서 그 안에 빙수를 넣어서 제공하자.

그럴거라면 그냥 수박 사서 먹는게 낫지 않나? 차라리 화채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의도로 수박을 재배했는지 설명을 들으면 이해는 되는데, 항상 결과물은 의도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수박이 이렇게 작게 생산될지 몰랐다는 이야기는 그냥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셰프라면 그런 변명을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수박은 달긴 하지만 그 단맛이 흐릿한 인상을 많이 줘서 끝이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이 빙수에서도 똑같이 느껴지니 맛이 없었다. 게다가 신맛을 더하기 위해 석류 시럽을 위에 뿌렸는데, 차가운 얼음과 만나면 딱딱하게 굳어질 것이란 생각을 못한걸까? 심지어 함께 올린 코코넛 크림은 꽝꽝 얼어서 먹는데 깜짝 놀랐다. 수박 모양의 젤리 역시 차가운 얼음과 만나니 쫄깃하다 못해 질겨져서 먹기에도 불편하지만 질감 자체가 너무 불쾌했었다.


함께 제공된 수박 속엔 일종의 그라니타 식으로 만들어 나왔는데, 난 처음에 저 씨앗이 모양을 내기 위해 초콜릿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짜 씨앗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나마 이 그라니타는 빙수보다는 괜찮은 편이었다.






주말에 다시 방문해서 먹었는데 첫날 내가 먹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코코넛 크림을 좀 더 많이 넣은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석류 시럽도 내가 먹을 때에는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었는데 사진처럼 전혀 굳지 않았고 빙수 속에 시럽이 적절하게 섞여 있었다. 게다가 내용물도 구성이 조금 달랐었는데, 내가 먹을 때에는 빙수 얼음, 수박 아이스크림, 석류 시럽, 수박 모양 젤리 이게 다였다.

그러니 혹평을 했었는데, 원래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라면 혹평까지 할 수준은 아니다. 석류 시럽의 신맛이 여름이란 계절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다 젤리가 여전히 차가운 얼음과 만나 딱딱해진 질감이 거슬리긴 하지만 그라니타의 씹히는 질감과 대조되는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질감이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문제는 석류 시럽의 신맛이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전면에 나서다보니 수박 빙수라는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그냥 수박이 들어 있네 정도일 뿐, 맛에 어떤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이건 취향 문제일 수도 있는데, 수박 씨앗들이 먹는데 꽤 방해가 된다. 나야 어릴 때부터 수박을 먹을 때 씨앗도 그냥 먹어서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런 수준이라면 그럭저럭 먹을만 해졌는데, 그렇다면 내가 첫 날 먹었던 빙수는 무엇이었을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