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9. 16.

AKIRA BACK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아키라 백 디너 세트 메뉴 및 와인 페어링


오픈 초창기엔 없었던 세트 메뉴가 나중에 생겼는데, 네이버 세상이나 인스타그램 세상에서 보면 대부분 코스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메뉴명에도 greatest hit set menu 인데 이걸 코스로 해석하다니, 음식을 먹어보면 거의 모든 메뉴가 비슷한 맛내기 기법으로 만든 것들이라 결과물인 맛도 비슷해서 절대로 코스로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셰프가 의미를 부여해서 나름대로 스토리 텔링을 만든 메뉴들도 몇 가지 있는데, 그걸 맛으로 승화한 것이 아닌 재현 수준에서 그친 것들이라 공감도 잘 안될뿐더러 안그래도 비슷한 맛들이라 쉽게 지치는데 그런 스토리 텔링들이 음식을 먹는데 큰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더욱 정신 사납게 만든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키라 백의 음식들이 형편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수준의 음식들은 가볍게 즐기기엔 그런대로 먹을만 하니까 다이닝 어딘가에서 판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자꾸 쓸데 없는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코스로 구성할 수 없는 음식들인데 오랜만에 방문하니 코스 메뉴가 구성되어 있었다. 눈으로 읽어보니 애써 고민한 흔적은 보였었다. 그런대로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아키라 백 메뉴가 짜여져 있었고, 그 사이마다 기존의 일식당에서 볼 수 있는 메뉴들 즉 샐러드와 사시미와 튀김과 초밥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코스를 구성했다고 해도 왜 이런 쓸데없는 - 아키라 백 음식들은 앞서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맛이 대부분 비슷해서 코스로 구성하면 두 접시만 돌아도 금방 지쳐 버린다. - 행위를 업장에서는 했을까?


코스 메뉴는 구성되어 있었지만 유 유안이나 보칼리노와는 달리 아키라 백에서는 와인 페어링을 선택할 수 없었다. 다만 유 유안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아 석 잔의 와인을 짝지어서 마셨는데, 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소믈리에들을 다시 한 번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아키라 백 음식들은 소스가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굳이 재료를 좋은 것을 쓰지 않더라도 그럭저럭 소스로 커버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다보니 와인이나 사케들은 소스의 맛에 압도되어 음료가 제 기능을 발휘 못했었는데, - 다만 아키라 백의 칵테일들은 어느 정도 맛의 균형을 맞춰 줬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토마 호크는 그 어떤 칵테일도 맛의 균형을 맞춰주지 못했다. - 소믈리에가 짝지어준 와인은 그 강렬한 소스의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줬었다. 특히 처음에 나왔던 프로세코는 잘게 부숴지는 기포가 그냥 마셔도 매력적이었는데, 전채로 나온 송로 버섯 크로켓의 단맛과 트러플 오일 향을 여운 없이 깔끔하게 - 난 이렇게 정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 정리해줘서 굉장히 즐거웠었다.






Inaniwa cold udon

Green onion, Tekasu


아키라 백 음식 사이마다 튀김이나 사시미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지루함을 덜어주긴 하지만 그것은 맛의 지루함을 덜어줄 뿐이지 전체 코스의 흐름을 생각하면 여전히 지루한 편인데, 다행히도 이 우동이 끝에서 전체 흐름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오픈 초창기에 면 메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임시 방편이나마 기존의 키오쿠에서 만날 수 있었던 면 요리가 포함되었다.

단맛과 함께 자극적인 맛에 의해 거의 마비 수준에 가깝게 굳어버린 혀를 깔끔하게 씻어내준다고 할까? 신맛이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물론 기존 키오쿠의 조리팀원들도 많이 남아 있었기에 면 요리의 수준도 만족스러웠다.






Today's AB dessert


아키라 백 음식들의 맛을 생각하면 초콜릿 컵이 가장 어울리는 디저트라고 생각하나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디저트들은 코스의 마무리로 적합하지 않고 (그러기엔 단순하고 가볍다.), 그렇다고 초콜릿 컵을 하기엔 앞에 메인 요리로 초밥이나 우동을 선택해서 먹은 다음이기 때문에 너무 무거워져서 또 안 어울린다. 그래서 면 요리 다음으로 그나마 어울리는 유자 시트러스가 디저트로 나온 것은 아닐까?


앞서 말했듯이 이런 류의 음식들도 다양성을 생각하면 다이닝 어딘가에는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나는 조금 영악하다고 보는데) 아키라 백 셰프는 대중들이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아키라 백의 음식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좋을텐데, 문제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고 오히려 획기적인 음식으로 받아들인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이런 말도 안되는 억지로 짜여진 코스 메뉴가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아키라 백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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