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어느 날 낮에 방문하니 눈에 띄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난 이것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유 유안이 추구하는 방향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슐랭 별이 어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한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하나의 객관적 지표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별 셋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별 두 개까지 바라본다면 유 유안은 진작에 차와 와인 선택에 대한 폭이 넓었어야 했다.
물론 그런 방향이 한국에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힘든 구조이다. 여전히 물값을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부터 해서, 와인 콜키지가 - 오픈 초창기에 문의 했을 때 십오만원이라고 들었는데,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는지 아니면 내렸는지 모르겠다. -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았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리 말할 수 있다고 해도 나름 경험 있는 사람들이 그 정도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말 몰랐던 것일까?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 나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문화가 더욱 확대되어서 유 유안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느 파인 다이닝에서도 다양한 술과 요리의 짝짓기를 만나길 바란다.
그래서, 유 유안의 런치 세트 메뉴와 와인 짝짓기는 어떠했는가? 유 유안의 소믈리에가 각 요리마다 어떤 맛의 특징을 갖고 있는지 잘 이해해서 그와 어울리는 와인들을 그것도 가격을 생각하면 선택의 폭이 좁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와인들과 짝을 지었다. 만약 와인 페어링 문화가 활성화 되었었다면 아예 와인 짝짓기도 두 가지 정도 선택 가능하게끔 설계를 했을 것이며, 중국 술이나 한국 술과의 짝짓기도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국산 술 한 종류와 중국 술 한 종류도 짝을 지어놓기는 했는데, 국산 술은 향만 놓고 보면 요리와 정말 잘 어울렸지만 맛은 향에 비해 너무 허무하다싶을 정도로 밋밋해서 정작 한 모금 마셨을 때엔 이질감을 느꼈었다. 많은 술을 마신 것은 아니지만 - 사실실 술을 거의 못 마시는 체질이라, 여전히 맛의 음미보다는 쓴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져서 종종 굳이 내가 음식과 짝을 지어서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셔야 하는가 회의감이 들때가 있다. - 한국 전통주들은 향, 질감, 맛을 놓고 봤을 때 어느 하나는 다른 두 가지에 비해서 빈 공간이 많아서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는 딱히 세트 메뉴를 선택해야 할 흥미를 못 느껴서 대부분 단품 메뉴를 주문 하는데, 호기심 차원에서 어떻게 와인과 짝을 지었는지 모두 먹은 결과 지금까지 한국에서 종류를 불문하고 만났던 와인 페어링 중 가장 마음에 들었었다. 그렇다면 다음 방문에도 주문을 할 때 세트 메뉴와 함께 와인 페어링 선택을 할 것인가?
내가 술을 어느 정도 마신다면 선택한 단품 메뉴와 잘 어울리는 와인 한 병을 주문할테지만 혼자 다니는 이상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은 거의 술을 남기더라도 잘 어울리는 와인 한 병을 주문하고싶다. 그만큼 유 유안의 소믈리에의 안목은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소스의 강렬한 맛과 향 때문에 대부분의 와인이 음식에 묻혔던 아키라 백에서조차 잠시 와인 페어링을 부탁 했을 때 짝을 지어준 와인들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일부러 각 세트별로 어떤 요리가 나오는지, 또 어떤 와인들을 짝 지어놨는지 사진을 일일이 올리지 않았다. 세트 메뉴에 추가로 이만 오천원에서 삼만 오천원만 추가하면 와인 두 잔 또는 석 잔을 마실 수 있다. 딤섬, 전채, 메인 요리 등과 어떻게 와인과 짝을 지었는지 궁금하다면 한 번 도전해 보시라, 그만한 가치가 있다. 아울러 나는 음식과 술의 짝짓기 문화가 더욱 활성화 되어서 가격이 좀 더 오른다 해도 좀 더 다양한 와인과의 짝짓기를 만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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