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AXIS BAR 라고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바 중 하나는 아니었지만 낮에 애프터 눈 티가 조금 유명 했었고, 밤엔 주로 투숙객들 위주로 간단하게 한 잔 마시는 정도로 손님들이 북적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객실 내 TV 홍보 영상을 봤었는지 아니면 체리 가든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봤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처럼 이름을 MO BAR로 바꾼 것을 보고 잠깐 호기심이 들었지만 예전 AXIS BAR에서 이름만 바꿨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뜻 들릴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카페 퍼넷에 갔을 때 포시즌스 호텔 서울 찰스 H. 바에서 옆자리에 앉아서 알게 된 바텐더가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에 투숙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니 새로 생긴 MO BAR를 추천 해줬었다. (알고보니 MO BAR 바텐더들과 친분이 있었다.) 객실로 올라가는 길에 추천 받은 것도 있고, 딱 한 잔만 더 마시고 자고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잠시 들렸었다.
내 기억엔 커버 차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웰컴 드링크로 샴페인 한 잔이 제공된다.
Longest Journey
Green Chili Vodka, Lime Ginger Beer
예전 AXIS BAR를 생각하면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였었는데, 새로 바뀐지 얼마 안되어서 홍보가 덜 되어서 그런것일까? 몇몇 테이블에 손님들이 있긴 했었지만 바 쪽은 아무도 없어서 여유있게 앉을 수 있었다.
싱가포르엔 매년 찾아오지만 이 바는 처음 왔다고 하니 바텐더가 살짝 놀라는 눈치였었는데, 굉장히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서 체크 아웃 하는 전날까지 매일 방문하였다. 카페 퍼넷에서 소개 받아서 왔다고 하니 카페 퍼넷의 바텐더 이름을 언급하면서 친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네 바에 한국인 직원도 있다면서 오늘은 쉬는 날이니 다음에 오면 소개 해주겠다는 얘기도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칵테일의 향이나 맛, - 질감은 그래도 어느 정도 감이 오는 편이다. - 을 세세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서 일일이 기억은 못하는데, 딱히 안좋은 기억은 없기에 맛있게 마셨던 것 같다. 두번째 사진은 바텐더가 싱가포르 슬링은 싱가포르에서 10위 정도 하는 칵테일이라며 - 물론 그의 농담이었다. - 이게 1위를 하는 칵테일이라고 자기가 직접 만든 칵테일을 내놓은 것을 찍은 사진이다.
Mother of Dragons
Strawberry Aloe Vera, Dragon Cachaça
MO BAR Pilsner
다음날 다시 찾아가니 전날 그 바텐더가 또다시 반갑게 맞이해줬었다. 칵테일 추천을 부탁하니 이게 일종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때만 하더라도 잘 모르니 커피처럼 칵테일도 위에 그림을 직접 바텐더가 일일이 그려서 만든 것이라고 추측 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입술에 달라붙는 느낌이 조금 불쾌하긴 했지만 단맛이 인상적인 칵테일로 기억한다. 이어서 나온 맥주는 MO BAR에서 직접 만든것이라고 들었는데, 쓴맛이 불쾌하지 않고 끝이 깨끗하게 끝나서 맛있게 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에 간다면 다시 한 잔 더 마시고싶던 맥주였었다.
The Roaring City
Sparkling Pineapple Tapache, Vermouth Jelly
이 칵테일은 꼭 저 받침대에 나와야 한다며 자기들이 직접 디자인 했다고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직접 디자인 한 것인지 이건 확실치 않다. 아무튼 이날은 달콤하면서 스파클링한 칵테일이 마시고싶어서 추천을 부탁했었다.
다음 날 다시 찾아 갔을 때 다른 바텐더에게 전날 치훌리 라운지에서 게스트 바텐딩 행사가 있었는데 이때 마셨던 커피 칵테일이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니,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물어봐서 살짝 단맛이 났지만 에스프레소의 신맛과 쓴맛이 훌륭해서 좋았다고 말을 하니 그럼 자기가 비슷하게 칵테일을 만들어 보겠다며 내놓은 칵테일이다. 치훌리 라운지에서 마셨던 칵테일이 조금 무겁게 다가왔었다면 - 사실 나에게는 꽤 독한 칵테일이었다. - 이 칵테일은 가볍게 - 질감이 그렇다기 보다 알콜 도수가 낮게 느껴져서 마시기 편했다는 의미이다. - 다가와서 무척 좋았었다. 그렇게 많은 칵테일을 마셔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내 경험 안에서 최고의 에스프레소 칵테일이었다.
이 칵테일도 메뉴에 없던 것을 부탁해서 받았던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사진 기록을 찾아보니 따로 메뉴판을 찍지 않은 것을 보면 메뉴에 없던 칵테일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전에 마셨던 에스프레소 칵테일이 인상적이어서 이 칵테일은 어떠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Singdog
Nonya Sausage, Achar, Sambal Mayo, Scallion, Dry Shrimp
싱가포르 여행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음식 메뉴도 한 가지 먹어보려고 바텐더에게 문의 하니 싱가포르식 핫도그를 추천해줬었는데, 삼발 마요네즈가 들어가는 것만으로 이미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싱가포르식 핫도그이다. 푹신푹신한 번 사이로 오도독 씹히는 소시지의 질감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매콤하면서 약간은 강렬한 신맛의 삼발 마요네즈가 중심을 잘 잡고 있어서 정말 즐겁게 먹었었다.
Sea Beast
Black Ink Coriander Soju, Fizzy Yuzu Sushi
메뉴판에 나와 있는것처럼 주제를 생각하면 정말 잘 만든 칵테일이긴 한데, 한국인이라면 소주라는 단어때문에 눈에 띄겠지만 막상 마셔보면 시소잎의 향이 꽤 거슬리는 칵테일일 수 있다. 굳이 위에 연어회 한 점을 올릴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스토리를 생각하면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주가 들어가지만 그렇게 도수는 높은 편은 아니어서 편안하게 마셨었다.
그렇게 투숙하는 내내 자기 전에 바텐더들과 정말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었다. 그래서, 다음에 또 싱가포르를 간다면 무조건 꼭 들려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별것 아니지만 이렇게 메뉴판에 내 이름을 써서 주며 다음에 또 보자는 바텐더들 덕분에 정말 즐겁게 여행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 바 매니저도 지금은 홍콩으로 옮긴 찰스 H. 바 전 헤드 바텐더인 로렌조와도 친분이 있는 유명한 바텐더이고,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가 사활을 걸고 새로 바 이름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싱가포르에서 또 하나의 유명한 호텔 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메뉴판 귀여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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