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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4.

MARU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 빙수 2020년 5월


2015년 10월 오픈 이후 2016년부터 매년 한시적인 기간동안 주문 가능한 빙수는 2020년에는 조금 일찍 판매 하였다. 코로나의 영향을 생각한다면 좀 더 일찍 판매를 시도한 것이 의외인데, 예년과 달리 더 월드 오브 빙수는 하지 않고 투어 오브 코리아라고 해서 다른 주제로 판매하는 빙수가 있고 2016년 이후 꾸준하게 판매하고 있는 기본 빙수 세 가지가 있다. 투어 오브 코리아의 빙수들은 아직 모두 선보인 것은 아니니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따로 블로그에 글 올릴 예정이다.





그동안 꾸준히 내 블로그 글을 본 분들은 이 이야기를 또 한다면 이제는 지겹다라고 생각 할텐데, 나는 여전히 빙수를 꼭 먹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빙수를 판매할 때마다 특정 호텔을 꼭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특유의 - 라고 주장하겠지만 빙수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어느 나라가 원조인지 굳이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디저트를 어떻게 재해석 해서 내놓을지 늘 기대를 하기 때문인데, 바로 그것 때문에 그동안 이 호텔의 빙수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었다.











Mango Mango Bingsu

Shaved iced milk, mango cubes, mango sauce, mango ice cream, mango pudding, coconut crumble, sago pearls


한국 호텔들의 망고 빙수들은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와 늘 비교를 당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호텔이 먼저 시작했든 결국 최종 승자는 언제나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이다.

예전에 블로그에 글 올린적이 있지만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는 내놓는 모양새가 아무 생각이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서 부정적으로 평했었지만 맛만 놓고 보면 자잘한 문제를 제외하고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신라 호텔은 애플 망고를 사용하고, 우유 얼음도 살짝 씹히는 질감을 갖고 있는 반면 포시즌스 호텔은 망고를 사용하고, 우유 얼음도 좀 더 부드러운 질감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두 호텔 모두 똑같은 맛의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모를까, 지향하는 바가 다른데 거기서 누가 더 낫다 비교하는 것은 정말 의미 없는 행위이다.. 아무튼 여기서 굳이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는 이야기 할 필요가 없으니 그만하자.


항상 빙수를 먹을 때마다 불편한 점을 이야기 했던 것 중 하나가 먹기 불편하게 수북히 쌓아서 내놓는 것이었다. 빙수가 배를 채울 음식은 아닌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인데, 한국의 미식 평가에서 빠지지 않는 객관적인 기준인 가성비 - 난 이 용어 자체가 정말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 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그렇게 내놓지 않으면 양도 적으면서 가격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평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그 결과물은 언제나 처음부터 먹기 불편하고, 결국 대부분 다 먹지 못해 어느 정도 남겨놓는다. 반면 올해부터는 처음부터 양을 조금 줄여서 예년보다 먹기 편하게 나온다. 다만 나는 대체로 혼자 가니 문제 삼지 않는데, 둘 이상이 갔을 때 저 빙수를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서로 입안에 들어간 숟가락으로 빙수를 서로 푹푹 떠서 먹는 상황을 상상하면 끔찍한데 이건 경험해보지 못해서 호텔에서 어떻게 접객을 할지 궁금하다.


한편 맛의 설계를 놓고 보면 예년보다 좀 더 단순해졌다. 전형적인 한국 빙수의 모습인데, 망고와 우유 얼음 조합이 끝이어서 질감 대조나 향과 맛의 층들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은 모습은 거의 없다. 그래서, 조금 심심하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 예년보다 반응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앞서 이야기해던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와 늘 비교 당하는 처지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애플 망고가 아닌 망고가 갖고 있는 특유의 혀가 아린듯한 맛과 강한 신맛, 그리고 결이 느껴지는 망고의 질감이 종종 부정적인 비교를 당할 것 같다. 중간에 애플 망고로 잠깐 교체할 생각은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어떤 맛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생과일을 그대로 내놓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일정치 않은 품질인데 - 특히 한국에서 그 문제는 꽤 심각한 편이다. - , 예전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조리 과정을 거쳐 내놓았더니 호텔에서 싸구려 통조림 제품을 쓴다고 항의를 하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따로 조리하지 않고 - 사실 망고는 따로 조리 과정을 할 필요가 없긴 하다. 저 항의 과정은 복숭아를 사용했던 빙수가 나왔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소스를 좀 더 공들여 만들었는데 망고 상태가 좋지 못할 때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만큼 맛있었다.










Berry Very

Shaved iced milk, fresh summer berries, summer berry sorbet, berry compote, cocoa tuile

2016년에 더 월드 오브 빙수 중 하나였었던 이 빙수는 당시 처음 먹자마자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많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이후로 꾸준히 매년 선보이는 기본 빙수중 하나로 나오고 있다. 당시 찰스 H. 바 헤드 바텐더와 일종의 협업 과정을 통해 선보였었던 알콜 시럽은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시럽을 첨가 했을 때 좀 더 향을 풍부하게 만들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대신 새로 나오는 시럽이 베리류 특유의 신맛을 더욱 잘 살려주기 때문에 알콜 시럽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과일의 상태가 일정하지 못할 때 어느 정도 맛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 딸기들의 맛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신맛이 강한 딸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외인데 - 그래서 이상한 딸기를 사용한다는 비난을 종종 받는다. - 무엇보다 아삭하게 씹히는 조금 단단한 질감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당연하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했었다. 이 빙수 역시 예년과 달리 좀 더 선명한 베리류 특유의 신맛에 초점을 둬서 오히려 단순해진 맛의 세계가 나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만들어봐야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못하다면 -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무지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 개인적으로 그 지점이 무척 아쉽긴 하나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함께 제공되는 판나 코타가 조금 의외의 조합이긴 한데, 잘 만든 것이어서 그것 나름대로 먹는 재미가 있다. 










Maru Bingsu

Shaved iced milk, sweetened red beans, almond praline ice cream, condensed milk, red bean pudding, sticky rice cakes, rice puff cake, multigrain powder


앞서 굳이 빙수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 이유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빙수이다. 한국 빙수의 대표주자인만큼 불합리한 요소들이 너무 많은데, 일단 팥이 갖고 있는 무겁고 텁텁한 느낌이 먹는 내내 불편함을 준다. 아무리 잘 삶아도 거슬리는 팥 껍질의 씹히는 느낌도 썩 기분 좋지 않다. 거기에 단맛을 더하니 맛이 더욱 텁텁해지는데 차라리 짠맛을 좀 더 더한다면 어떠할까? 물론 그래도 여전히 무거울 것 같긴 하다.

미숫가루 역시 먹기 불편한데 빙수를 그냥 떠먹자니 사레 들리기 딱 좋고, 섞어서 먹기엔 되직함을 넘어서 끈적거리는 질감이 불쾌하다. 고소함을 불어넣어 주긴 하지만 미숫가루가 없다고 해서 딱히 맛 자체에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 같다. 한편 올려놓은 떡은 예년보다 덜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온도 때문에 조금 딱딱해지는 것과 가뜩이나 미숫가루 때문에 끈적거리는 빙수의 질감에 이에 달라붙기까지 하는 떡의 질감이 더해져 더욱 불쾌한 끈적거림을 남긴다. 거기에 한과까지 끈적거림이 더해지니 가장 한국적인 빙수는 질감만 놓고 보아도 최악의 경험만을 선사한다. 속에 든 푸딩은 역시 온도 때문에 조금 굳어 있긴 하나 그런대로 빙수의 부드러운 질감과 잘 어우러지는데 다만 맛에 어떤 큰 영향을 주지 못해서 안 넣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음 위에 생과일을 올려 놓는 조합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잘 통하는 조리 방법인데, 그래서 나는 빙수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차라리 각 빙수마다 올려져 있는 셔벗이나 아이스크림을 따로 판매하면 어떠할까? 잘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한 스쿱, 좀 더 욕심 내서 두 스쿱 정도만 먹어도 나는 빙수보다 훨씬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그만한 가치를 가진 아이스크림과 셔벗을 만드는데 그것을 따로 사먹을 수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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