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이니 영어로 대화 나누기가 어렵진 않았지만 파인 다이닝이라 하기엔 분위기도 그렇고 - 이날 재미있는 싸움 구경을 했었다. - 직원들의 접객도 그렇게 매끄럽지 않았다. 물론 싱가포르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도 마찬가지 분위기이나 여기는 특유의 무뚝뚝함이라기 보다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편이었다. 주문을 넣었는데 빠트린 것도 있었지만 곧바로 사과하고, 또 웃으면서 대응하니 굳이 그런 것까지 문제 삼을 일은 아니었다. 매니저도 재방문 했다고 하니 신경 쓰였는지 가끔씩 여유가 있을 때 - 가보면 알겠지만 두 번의 방문 모두 거의 만석 수준이어서 정말 정신 없는 분위기였었다. - 음식은 어떠한지 확인은 물론 종종 small talk 도 해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Fish Maw Soup with Chinese Herbs & Minced Pork
한국에서 중식 수프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일단 식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돼지 지방의 고소함을 생각하면 한없이 맑은 - 보통 한식에서 맑다는 의미는 지방의 고소함을 제거했다는 의미로 나는 받아들인다. - , 다시 말해 느끼하지 않은 수프 몇 가지만 판매를 하니 나는 거의 수프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싱가포르에 왔는데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생선 부레가 들어간 수프를 주문 했었는데, 밑바탕인 돼지 지방의 고소함과 감칠맛이 받쳐 주고 거기에 생선 부레가 갖고 있는 고소함이 한층 더해지면서 - 익숙치 않으면 끈적거리는 지방의 고소함이 너무 느끼하다라고 하겠지만 - 절로 탄성이 흘러 나온다. 꼬들거리는 질감의 부레와 부드럽게 다져진 돼지고기의 질감을 내기 위해 적절하게 익힌 건더기도 무척 좋다. 이 맛을 느끼기 위해 나는 서울에서 여섯시간을 날아왔다.
Marinated Duck Meat
가금류 요리도 몇 가지 먹고 싶었지만 대체로 양이 많다 보니 그나마 양이 적은 것으로 선택한 것이 이 마리네이드 한 오리 요리였었다. 오리 특유의 향이 일단 매혹적이다. 탄력있는 오리의 질감은 큰 저항감 없이 부드럽게 씹힌다. 함께 제공된 white vinegar 는 강한 신맛이 오리의 고소함을 깔끔하게 느끼게 하지만 대신 오리 특유의 향을 누르는 경향이 있어서 중간에 한 번씩 입안을 정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만 먹었었다.
Steamed Eel with Plum Sauce
생선 요리도 먹고싶었지만 대부분의 생선 요리가 whole size 이거나 fillet 도 양이 제법 된다고 해서 건너뛰려고 했었는데, 마침 매니저가 이 요리는 양도 그리 많지 않고 자기가 생각했을 때 꽤 괜찮은 요리라고 추천을 하길래 주문했었다. plum 소스가 꽤 달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리 달지 않고 오히려 적절한 신맛이 장어의 고소함에 맛 (flavour) 의 한 층을 불어 넣어준다. 장어는 저항감 없이 칼만 갖다 대어도 부드럽게 잘리는데, 그렇다고 포크로 집었을 때 바스라지지 않고 탄탄하게 모양이 잡혀있을만큼 정말 잘 익혔었다.
Teochew Style Fish Noodle in Soup
작년에 처음 메뉴판에서 이 메뉴를 봤을 때, 나는 생선살 또는 어묵이 들어간 면 요리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앞에 붙은 조주 스타일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서버에게 문의 했었는데, 생선살로 면을 만들었다고 설명을 듣고 주저않고 이 면 요리를 주문했었다. 맛과 향을 생각하면 아마 대구살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부드럽게 씹히는 면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의 어묵처럼 저항감이 느껴지는 탄력이 아니라 부드러우면서 탄탄한 탄력이 느껴진다. 중간에 약간의 꼬들거리는 듯한 버섯과 함께 먹다보면 한국에서의 쫄깃과는 다른 씹히는 질감이 중독적이다.
Mashed Taro with Gingko and Almon Cream
이 디저트 역시 매니저가 추천했었는데, 처음에 타로가 안 보여서 잘못 나온줄 알고 문의하니 매니저가 웃으면서 스푼으로 살짝 저어주니 메뉴명 그대로 부드럽게 으깬 타로가 속에 들어있었다. 아몬드 크림의 살짝 혀가 아린 맛과 단맛과 고소함에 타로의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더해지면서 일반 아몬드 크림 수프와는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몇몇 레스토랑들처럼 이제 이 곳도 앞으로 싱가포르를 갈 때마다 들릴 생각이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좀 번거롭다해도 갑각류 요리도 주문해야겠다. 물론 식사의 끝은 항상 fish noodle 과 타로 아몬드 크림이 아닐까? 지앙난춘이나 체리 가든처럼 여기도 한 번만 갈 것이 아니라 최소 두 번은 들려야겠다. 그래야 다른 면이나 밥, 디저트를 선택할 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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