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10. 4.

CHERRY GARDEN at MANDARIN ORIENTAL SINGAPORE -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 체리 가든 디너 2020년 1월


처음 내가 갈 때만 하더라도 네이버 세상에선 방문 후기를 가뭄에 콩나듯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싱가포르 여행 관련 카페는 물론 블로그 후기를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유가 나의 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방문 후기 대부분이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딤섬 브런치 all you can eat 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경험이 곧 지식은 아니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것이 국내 파인 다이닝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매년 그렇게 싱가포르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체리 가든 때문인데, 1년에 두 세 차례만 방문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오래 근무하고 있어서 실제론 오랜만이나 느낌은 어제에 이어 오늘 또 방문한 것 같다. 그만큼 직원들이 환영하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나를 위해 특별히 좋은 좌석을 지정해놓았다고 매니저가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기분 좋으라 한 이야기이고 실제론 이날 만석이라 홀이 좀 시끄러울 수 있어서 혼자 온 나를 위해 배려 차원에서 방으로 안내했었다.





정신 없이 바쁜 가운데 여러 차례 이것 저것 챙겨준 체리 가든 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물론 당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 투숙중이라 체크 아웃 할 때 코멘트 카드에 감사 인사를 남겨두었다.






Pu Er

매번 해외 광동식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다른 차를 시켜야지 마음을 먹고 가지만 습관적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차는 보이차로 주문해버린다. 이 날은 와인도 한 잔 마실려고 했는데 일단 혼자 한 병을 마시기엔 어차피 한 두잔만 마실 정도 수준이라 어려웠고, 잔술로 주문하기엔 내가 주문하려는 요리와는 짝이 그렇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매니저의 의견에 따라 다음에 방문하면 그때 와인 한 병을 따로 주문하기로 하였다.






Crispy wasabi - aioli prawns with fresh mango and tobiko

체리 가든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아니지만 나는 체리 가든 하면 이 요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와사비 특유의 톡 쏘는 맛과 더불어 단맛과 신맛과 고소함의 균형이 아주 좋은데다 새우의 바삭한 질감과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들이 흥미롭기 때문인데 마음 같아선 싱가포르에 머무르는 내내 이 요리만 먹고 오고 싶을 정도이다.







Thick superior lobster soup, conpoy and seaweed

해조류는 아마 미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한 감칠맛의 여운이 꽤 긴 수프였었는데, 한국에선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맛의 수프를 만나기가 어려우니 종류가 무엇이든 해외에 나가게 되면 꼭 수프 하나는 주문한다.







Steamed cod fillet in homemade soy sauce

사실 wasabi prawn 을 제외하고 저녁에 주문하고픈 요리는 생선 요리였다. 문제는 혼자서 먹기엔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매니저까지 극구 말릴 정도였었는데, 그래서 선택한 것은 대구 필렛이었다. 이것도 소자와 대자로 다시 선택 가능했었는데 나는 소자를 선택했었다.

필렛은 숟가락으로 자를 때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지는 탄력있는 단단함이 있었지만 이내 부드럽게 잘리고 남은 부분은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다. 입안에서 씹을 때에도 저항감 없이 부드럽게 씹히는데, 그렇다고 사르르 녹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탄력감이 있다. 간장 소스는 생각보다 짠맛과 감칠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함이 느껴지는데, 약간의 새콤함과 함께 대구살의 단맛을 끝에 잔잔하게 끌어 올려준다. 어찌나 맛있던지 소자를 주문한 것을 후회할 정도였었다.


이게 늘 딜레마인데, 특히 해산물 요리의 경우 양을 생각하면 혼자서 먹기엔 너무 많아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그렇다고 여럿이서 가기엔 음식 맛에 집중하기엔 한계가 있으니 어느 쪽을 선택하든 늘 후회하게 된다. 제일 좋은 것은 음식 맛에 다같이 집중하면서 즐기는 것이겠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다면 고민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후 볶음밥과 함께 디저트까지 먹고 나왔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끝에 가서는 온전히 음식 맛에 집중하기가 조금 어려웠었다. 사람이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양과 집중할 수 있는 맛은 한정적인데, 가고싶은 곳도 먹고싶은 것도 많으니 항상 고민하고 결과적으로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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