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pesante e gamberi rosa marinati all' Aneto, brodetto di astice
Lobster bisque dill marinated prawns and scallops
전에 나왔던 비스크를 생각하면 그리 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후하다. 진한 감칠맛 위에 새우와 관자의 단맛이 겹쳐지는데, 언뜻 사랑하는 연인과의 가을 데이트를 하는 느낌이 스친다. 워낙 비스크를 좋아해서 사실 어떤 느낌이 들든 그저 메뉴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한국에선 갑각류 특유의 향을 비린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실제로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Crema di patate al tartufo nero, funghi shitake, zucca gialla
Truffle potato soup, pumpkin, shitake, black truffle shavings
이번 새 메뉴에서 가장 눈에 띈 음식은 바로 이 감자 수프였었다. 트러플 향이 매혹적이지만 사실 나는 트러플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있든 없든 그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수프를 먹는 순간 느꼈던 가을, 그 느낌이 정말 강렬했었다.
좀 더 지방의 고소함이 가득해도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른 재료들과의 입안에서 섞였을 때 느낄 맛 (flavour) 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아삭거리는 감자등의 질감이 살짝 경쾌함을 불어 넣고, 탄력있지만 매우 부드러운 - 말캉거린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 표고 버섯을 씹는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감칠맛이 수프의 짠맛과 지방의 고소함 위에 한 켜를 더해 정말 입안을 황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약간 쌀쌀하지만 산책하기에 좋은 가을 날에 어느 울창한 숲속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프를 먹는 동안에는 그렇다. 코로나 따위는 생각나지 않고, 그저 어디론가 자연속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싶었다. 비스크를 정말 좋아하지만 한동안 이 수프만 계속 선택할 것 같다.
Calamaro grigliato, ripieno di patate ed erbe, salsa Puttanesca
Calamari stuffed with potato and anchovy, tomato and caper fondue
가을의 느낌이 메인에까지 온전히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드럽게 잘 익힌 - 이런 표현이 파인 다이닝에선 칭찬할 내용이 아니긴 하지만 국내에서 만났던 오징어 구이를 생각하면 꼭 언급하고 싶다. 이것도 덜 익혔다고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 오징어 구이는 진한 감칠맛의 토마토 퐁듀와 잘 어울리지만 이보다 좀 더 폭발적인 감칠맛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국내의 식재료들은 한계가 분명 있다. 그걸 감안한다면 이 정도 감칠맛을 낸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메인을 선택하라면 이 오징어 구이를 선택할 것 같다.
Babà brioche
Chestnut cream and rum baba, cassis marmalade
처음 메뉴가 나왔던 날 먹었던 바바를 생각하면 두 번째 방문 했을때 먹었던 바바는 맛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거의 몽블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진한 밤 크림 맛이 지배적인데, 바바를 생각한다면 럼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럼이 안 들어갔다는 의미는 아닌데, 그동안 보칼리노에서 선보였던 바바를 생각하면 가장 약한 편이었다. 워낙 바바를 특히, 럼향 때문에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고육지책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이런 경우의 수까지를 감안해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지만 어찌되었든 바바와 밤크림, 카시스의 조합은 가을을 마무리할 디저트로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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