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을 비난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다. 단지 이런 곳을 방문할 때 옷차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 물론 나도 한국에선 드레스 코드를 그렇게 지키지 않는 편인데, 지켜봤자 혼자 동물원의 원숭이마냥 쳐다보는 모습들이 불편하다면 너무 변명같은 이유일까? - 대화를 나눌 때 목소리 크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포시즌스 호텔 싱가포르에도 한국인 투숙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지앙난춘에서도 한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파인 다이닝을 방문하는데 너무 어려워 할 필요는 없다. 드레스 코드는 예약할 때 문의 하거나 아니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대화를 나눌 때 목소리 크기도 조금만 줄여도 충분히 상대방에게 들린다. 아이에게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여주고 싶다면 헤드폰을 준비하면 된다. 이게 어려운 일인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Steamed Mushrooms Dumpling with Black Truffle and Beetroot
지앙난춘의 딤섬 메뉴들은 매년 가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몇 가지만 새로 생기고 빠지는데, 꾸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딤섬 중 하나이다. 사실 이 딤섬이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긴한데, 여기에서 꼭 먹어야 할 이유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트러플 때문인데, 여느 레스토랑들과 달리 은은하게 퍼지는 트러플 향이 꽤 매력적이다. 트러플 오일이 들어갔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게 너무 과하지 않아서 좋다.
Pan - fried Turnip Cake with Dried Shrimps and Chinese Sausages
순무 케이크는 워낙 내가 좋아하는 딤섬 중 하나여서 어디를 가든 메뉴판에 보이면 무조건 시킨다. 이제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데, 여기에서 취향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찌거나 XO 소스와 같이 웍 프라이드 한 것보다는 이렇게 팬 프라이드 한 순무 케이크를 가장 좋아한다. 짠맛과 감칠맛이 잔잔하지만 입안에서 힘차게 맴돌기 때문인데, 찐 것은 아무래도 향이 무 비린내처럼 살짝 거슬릴 때가 있고, 웍 프라이드의 경우 감칠맛이 너무 강해 금새 질린다. 물론 취향에 따라 누군가는 찐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웍 프라이드 한 것을 좋아할 수 있다. 취향 이야기를 하려면 어느 지점에서 이야기 해야 하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
한편 부드럽기만 하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으니 바스락거리는 건새우와 탄력있게 씹히는 중국식 소시지도 들어가 있다. 물론 이 두가지는 맛 (taste) 에도 영향을 준다.
Steamed Pork and Shrimp Dumpling in Chilli Oil and Coriander
이 딤섬은 지금까지 내 경험 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만드는 곳은 이곳 지앙난춘 뿐이다. 다른 곳들이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맛의 균형이 맵거나 시거나 아니면 단맛에 조금 더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지앙난춘은 세 맛의 균형감이 아주 좋다. 처음엔 매운맛이 느껴지지만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신맛이 입안에 피어 오른다. 그런 가운데 교자를 씹다보면 단맛이 서서히 느껴지는데, 시간차를 두고 세 가지 맛이 느껴지고 마지막에 한데 뒤섞이는 포인트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 딤섬 하나만 먹기 위해 나는 지앙난춘을 방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Deep - fried Pork Dumpling with Dried Shrimps
함수각의 매끈하게 잘 빠진 저 자태를 보라! 처음 입안에 넣었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서 느껴지는 가볍게 겉이 부숴지는 질감, 단맛 중심이지만 적절하게 치고 들어오는 속의 짠맛, 찰기가 있지만 전혀 이에 달라붙지 않는, 너무 끈적거리거나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마무리까지, 지앙난춘의 딤섬을 먹다 보면 딤섬을 만드는 셰프가 굉장히 치밀하게 맛 (flavour) 을 설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Fish Noodles with Pork Collar in Scallion Oil
보통은 마무리로 콘지나 이푸 누들을 즐겨 먹지만 지앙난춘에서는 따로 먹는 면 요리가 있다. 그런데, 설 연휴 일주일 전에 방문했더니 딤섬을 제외하고 모든 메뉴가 설 특선 요리로 준비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그리고 좋아하는 피쉬 누들이 있기에 주문 했었는데 이럴수가!!!
피쉬 누들의 탱탱한, 탄력있으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을 좋아하는데 지금까지는 국물이 있는 면 요리만 먹었었다. 서버에게 이것도 국물이 있는 요리냐고 물어보니 드라이 누들이라고 해서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아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감칠맛과 짠맛과 단맛의 균형감이 정말 좋은데, 이걸 적절하게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저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 물론 나는 이런 맛 표현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 글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 그런 맛이어서 한 입 먹고 곧바로 하나 더 추가 주문을 했었다. 그러자 서버가 진정하고 일단 다 먹고 다시 생각해보라 했지만 - 이제는 몇 년째 방문하다 보니 서버는 내가 먹는 양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다. - 이건 배가 터질 것 같아도 한 그릇 더 먹어야 할 맛이니 추가 주문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니 웃으면서 알겠다고 대답했었다.
한편 돼지 목살도 질기지 않고 탄력있게 입안에서 씹히는데, 이것을 면과 함께 씹다 보면...그냥 절로 탄성이 나오게 된다. 안타깝다. 이 맛을 온전히 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다.
Chilled Beancurd Pudding with Bird's Nest
디저트도 꼭 주문하는 것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설 특선 메뉴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푸딩을 선택했었는데, 제비집이 들어갔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가격을 감안하면 최상급은 당연히 아닐뿐더러 질감에 초점을 둔 재료여서 부드러운 푸딩의 지루함을 상쇄하는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Pan Fried Rice Cake
배가 부른데 어시스턴트 매니저가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서비스로 디저트 하나를 가져다 주었다. 메뉴명을 보고 지레짐작으로 흥미가 생기지 않아 주문하지 않았던 메뉴인데, 조그맣게 잘라 한입 먹어보니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고소한 맛이라니!!! 단맛과 어우러지는 고소함과 겉을 잘 지져놓아 바스락거리는 질감에 또 한 번 추가 주문을 할 뻔 했었다.
정말 맛있어서 물어보니 새해에만 먹는 음식이니 지금 아니면 먹을 수 없다고 했었는데, 마침 선물 박스로도 판매중이었지만 도저히 한국으로 들고 갈 수 없어서 - 검역 절차를 밟아야 한다. - 아쉬웠었다. 다행히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설 연휴 즈음해서 두 곳의 광동식 레스토랑에서도 먹을 수 있어서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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