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구구절절하게 역사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테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래플스 앰배서더를 노렸으나 결국 아코르로 넘어가게 되면서 사라져 버렸으니, 래플스가 아닌 이상 예전의 같은 소속이었던 페어몬트를 결코 갈 일이 없었겠지만 문득 호기심이 생겼었다. 페어몬트는 어떤 개념을 보여주는 호텔인가?
래플스 싱가포르와 래플스 마카티에 투숙하면서 같은 건물 또는 근처 건물에 들어선 페어몬트의 이미지는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도심지에 있으면서 현대적인, 비즈니스 맨을 위하지만 좀 더 신경을 쓴 듯한, 다시 말해 스위소텔과 래플스 사이 어딘가쯤에 - 래플스쪽으로 조금 더 가깝겠지만 - 위치하는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다른 페어몬트는 하다 못해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 본 적이 없기에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딱 그 정도였었다. 그래서, 서울에 진출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궁금했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진출하는 것인가?
스위트에 투숙했기에 체크 인은 페어몬트 골드 라운지에서 진행했었다. 오픈 첫 날이니 여러가지 미숙함들은 이미 충분히 각오 했었고 - 오픈 특가는 아니었지만 때마침 아코르 할인 할 때 저렴하게 예약했으니 그런 것들은 감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 한다. - 그래서 굳이 다른 브랜드의 클럽 라운지와 굳이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마찬가지로 같은 브랜드도 아닌데 여기와 저기를 비교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썩 매끄럽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문제 삼을 것도 아니었는데, 아쉬운 것은 에스코트 서비스였었다. 키를 들고 엘리베이터까지만 안내하더니 객실은 나 혼자 스스로 올라갔어야 했었다. 한국 호텔들은 대체로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분위기인데, 럭셔리 브랜드 호텔이라면 첫 투숙객에게 방 위치부터 해서 방 내부 안내까지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 한다.
한편 이게 한국에서 너무 쉽게 마주치는 상황인데, 비슷한 시간에 체크 인 또는 체크 아웃 하는 사람들이 몰릴 경우 얼마만큼 빠르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느냐에 따라 투숙객들의 불만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이 몰릴 경우 - 사실 그런 경우를 만나는 것이 드문 것이 맞겠지만 한국은 오히려 그런 경우가 너무 잦은 편이다. - 어떻게 응대를 할 것인가, 이건 앞으로 호텔 측이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 같다. 많은 한국인들이 앉아서 차 한 잔 마시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아울러 페어몬트 골드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음료의 경우 방 가격을 더 올려서라도 좋은 것들로 갖다 놓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미네랄 워터는 국내 브랜드의 해양 심층수가 제공 되는데, 이게 객실에도 있는 것이라 차별성도 없지만 무엇보다 맛이 없다. 물에도 맛의 차이가 느껴지냐고? 질감부터 해서 분명 맛의 차이가 있다. 탄산수로 페리에를 제공하던데 미네랄 워터는 - 비록 내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 에비앙 정도는 갖다 놓을 수 있다고 생각 한다. 주스도 마찬가지로 제품이 나오던데, 제품을 쓰는 것은 괜찮으나 맛이...자몽 주스의 경우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느껴져야 하나 불쾌한 여운의 단맛 - 설탕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당이 들어간 것 같았다. - 이 많이 거슬렸었다. 커피도 원두가 딱히... 주류 종류도 마찬가지인데 테라 병맥주는 좀 아니지 않나? 물론 이건 호텔의 잘못만은 아닌 것이 다들 품격들을 이야기 하는데 정작 중요한 음식과 음료의 품질은 질이 아니라 양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을 갖다 놓아봤자 오히려 욕을 더 먹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키를 꽂아야 하는 시스템을 만나니 오히려 낯설었다. 카드 키 디자인도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침실에서 바라 본 뷰인데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건물 구조가 아니어서 사실 부분 한강 뷰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페어몬트 골드 룸부터 제공한다는 턴 다운 서비스의 결과물이 이렇다. 내가 바닥 한쪽 켠에 놓아둔 사용한 수건 두 장만 갈았을 뿐 슬리퍼는 뜬금 없이 거실에 저렇게 갖다 놓고 그 이외에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하우스 키핑 라인으로 전화를 해서 이야기 했었는데, 오픈 첫 날이니 정말 큰 문제가 아니라면 감수할 생각으로 간 것이기에 항의를 하기 보다 이렇게 되어 있었으니 다른 손님들에게는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만 전달 했었다.
아무리 오픈 첫 날이라 하더라도 너무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온 라인 상에서 듣고 보았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페어몬트 호텔의 다른 지점에서 지원을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호텔 직원들을 경력자만 뽑을 수는 없기에 이런 상황을 마주칠 확률은 코로나 19 상황 이전보다 훨씬 높다.
방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사실 호텔측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체크 인 할 때 스위트 운영 상황을 들은 것도 있었기에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그 부분만 제외 한다면 오픈 첫 날에 마주칠 것이라 예상 했던 상황들을 거의 모두 만났는데 - 이 블로그에 그 내용을 모두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 , 나는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나 재투숙 했을 때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가에 초점을 두는 편이라 경험은 부정적이지만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였다면 웃고 넘길만한 일들도 있었고 나름대로 관리자와 만나 의견을 전달하고 뭐 그런 상황들이었을텐데,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도 마찬가지로 그런 상황이 연출되었기에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재투숙 할 의향은 있다. 다만 내가 호캉스라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기에 언제 재투숙 할지는 모르겠다.
너무 긍정적으로만 상황을 보는 것인가? 아니다. 너무나 부정적인 상황도 만났기에 이것은 좀 개선되었으면 한다. 바로 직원들의 어투였었다. 다시 재입대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었는데, 거의 모든 직원들이 '~ 다.', '~ 까?'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굳이 그런 말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인데도 '죄송합니다.' 를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문화라 생각하는데, 비록 여러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인격체로서 동등하게 서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
한편 이곳의 유러피언 다이닝과 바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따로 리뷰 글을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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