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식 = 스시일 뿐, 가이세키와 같은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다. 일례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키오쿠라는 곳은 교토식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홈페이지에까지 안내가 되었지만 나름 미식가라 자처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정작 스시를 먹고 이 집 별로네 같은 리뷰를 올린적이 있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뜬금없이 미토우가 가이세키 요리의 정수를 보여 준다고 극찬을 하니 절로 호기심이 생기긴 했었지만 늘 그렇듯 의미 없는 행위라 생각되어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었다.
그러던 중 지인이 같이 가자고, 그 전쟁통이라는 예약 경쟁을 뚫고 연락이 와서 2월의 어느 날 같이 갔었다.
사계절이 한국만의 고유물인가? 가이세키의 핵심이 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왜 저런 문구를 메뉴판에 집어넣었을까? 굳이 일본과 비교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유통되는 식재료 수준이 뻔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것까지 문제 삼지는 않는데, 혹시나 그런 것들에 대한 다른 손님들의 항의 방지 차원에서 스스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것일까?
이쯤에서 왜 저 문구를 메뉴판에 눈에 띄게 써놓았는지 짐작이 된다. 겸손 차원에서 표현이라고 전혀 생각할 수 없다. 스스로 부족함을 잘 알기에 변명 차원에서든 아니면 가이세키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부러든 하여간 썩 반가운 일은 분명 아니다.
솥밥도 마찬가지로 설명을 또 빠트렸었는데, 원하면 오차즈케로도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을 우리 테이블에서만 언급하지 않았었다. 대신 직접 농사지은 쌀로 밥을 지었다고 자랑을 하는데, 품종을 정확하게 설명했었던가? 내 기억은 품종까지는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설사 했다고 해도 강조한 부분은 품종이 아니라 셰프의 가족이 직접 지은 쌀로 밥을 지었다는 것이었다. 그게 그렇게 강조할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 솥밥은 밥이 너무 질었다.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공기를 더 요청했을 때조차 서버는 오차즈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는데, 그 순간 카운터석에 앉은 손님들에게는 셰프가 오차즈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오차즈케를 주문할 생각은 없었다. 밥이 너무 질은 편인데 거기에 차를 더하라고? 게다가 솥밥마저도 간이 너무 심심했었다. 밥이야 그렇다 쳐도 위에 올린 은대구조차 맛이 밋밋하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네이버 세상과 인스타그램 세상에서의 리뷰 글을 보다 보면 이 가격이면 너무 저렴한 것이다, 일본에 내놓아도 미슐랭 별을 받을 수 있다라는 찬사를 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 키오쿠에 방문해서 스시를 먹고 조선 호텔이나 신라 호텔 따라 잡으려면 멀었다고 평을 남겼었다.
스시는 내가 관심 없으니 차치 하고, 대체 한국에서 가이세키조차 어떤 요리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일까? 이곳 뿐만이 아니라 이런식의 행태들은 어느 나라 요리이든 한국에서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다들 먹을만큼 먹었고, 평할 수 있을만큼 지식이 쌓였다고 하는데 왜 항상 결과물들은 대부분 이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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