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4. 4.

BOCCALINO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디너 새 메뉴 2021년 3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오픈했을 때 아마도 메인 다이닝은 보칼리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위치부터 객실에서 접근하기 가장 편리한데다 오픈 초창기 조식도 이곳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결국 반응은 썩 좋지 못했었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의 파인 다이닝 대부분은 아뮤즈 부쉬에 꽤 많은 공을 들인다. 그것이 무조건 문제라고 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내부를 들여다보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을 들인만큼 메인 요리까지 그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거의 모든 레스토랑들이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보칼리노까지 일정 수준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뮤즈 부쉬에 지나치게 공들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 내가 먹을 요리들에 대한 어떤 힌트라고 할까, 그런 것까지 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짠맛, 너무 짜다라는 말을 굳이 처음부터 들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아는 이탈리안 요리는 이렇지 않아.' 내가 식사를 하는 도중에 심지어 바로 옆 테이블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여러번이다. 듣고싶지 않아도 들어야 되는 이야기이지만 무시하려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데, 그 근거까지 같이 듣다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 중에 나는 한 번도 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정작 가장 중요한 빵은 보칼리노 뿐만 아니라 국내 여느 파인 다이닝들도 수준이 처참할 정도인데 왜 아무런 말들이 없을까?







Crudo di branzino, salsa al limone,  candito, insalata riccia, aneto, evo bio Umbro

Seabass carpaccio, candied lemon dressing, frisee salad, Umbrian extra virgin olive oil

적당한 두께의 농어의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과 대조되는 중간에 씹히는 작은 알갱의 소금, 짠맛이 받쳐주니 농어의 은은한 단맛이 올리브 오일의 고소함과 더불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데, 거기에 레몬의 잔잔한 새콤달콤함까지 더해지니 봄이 왔다는 것을 절로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스파클링 와인 한 모금까지 더해진다면 봄을 맞이하는 것이 더욱 완벽할텐데 당연하게도 와인 페어링을 선택하면 짝을 잘 맞춘 와인이 함께 제공된다.







Crema di asparagi, sformatino di Parmigiano Reggiano, perle di aceto balsamico

Asparagus cream, Parmigiano Reggiano flan, balsamic vinegar pearls

한국인에게 음식의 온도란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극단적인 온도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처음 레스토랑에서 차가운 수프라 이야기 하면 이가 시릴 정도의 차가움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정도로 차갑게 나오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봄'을 주제로 봤을 때 earthy 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데, 밝고 활기찬 대지의 봄이 머리속으로 그려진다. 발사믹 펄이 입안에서 톡톡 터질 때마다 전해지는 신맛이 생동감을 더욱 느끼게 하는데, 다만 아쉬운 것은 플랑이다. 좀 더 간이 선명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것보다 더욱 아쉬운 것은 계란의 품질, 물론 이것은 보칼리노의 잘못은 아니다. 







Cacciucco moderno, calamari e gamberi marinate al limone verde, vongole, cozze, e ristretto di crostacei

Tuscan seafood stew, lime marinated calamari and prawns, mussels, clams, grilled bread

스튜 역시 '봄'을 맛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넓은 범위 안에서 earthy 는 아스파라거스 스프와 같지만 결은 사뭇 다르다. 스튜의 경우 smoky 가 더해지면서 좀 더 농후하다고 할까? 봄비가 내린 날 느껴지는 새싹이 돋아나는 흙내음과 비슷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쾌함도 같이 느껴진다.

흐름을 생각하면 농어에 이어서 아스파라거스를 선택하는 것이 맞겠지만 - 그래서 비록 season 코스는 사라졌지만 autentico 코스 선택시 스타터와 수프는 그 두 가지 요리가 짝을 이루고 있다. - 비가 내리는 봄날이라면 절로 이 스튜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Fregula, polpo, zucchine, bottarga di tonno ed olio al basilico

Fregula pasta, octopus ragout, zucchini, bottarga and basil oil

프레골라라는 파스타는 처음 접했는데 씹히는 질감이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문어와 질감이 살짝 결이 다르긴 하지만 그 독특함이 매력적인데, 한동안 농어 크루도와 프레골라 파스타 때문에 보칼리노를 계속 찾을 것 같다.

아울러 코로나 19 상황이 끝난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길게 내어서 이탈리아 여행을 한 번 떠나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 수많은 이탈리아 요리들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Tenuta San Guido Le Difese 2018

와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이렇게 하프 보틀까지 준비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와인 한 잔조차 주문 안 하는 테이블을 많이 보게 된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서양 음식을 즐기는데 있어서 와인은 빼놓을 수 없다. 종교적인 이유든 건강때문이든 선택을 안 할 수는 있지만 심지어 그런 경우까지 대비해서 선택지를 준비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내가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자유일 수 있지만 제발 그런 이야기들은 다른 테이블에는 들리지 않게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다들 한 마디씩 보태지만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에서 잘 만든 이탈리아 요리를 만나기가 여전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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