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4. 8.

MARIPOSA at FAIRMONT AMBASSADOR SEOUL -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마리포사 디너 2021년 3월


예약일 이틀 전 전화벨이 울린다. 예약 확인, 그리고 메뉴 안내까지 한국에서 몇몇 레스토랑에서만 받을 수 있는 전화였었다. 그리고, 사전에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 안내와 예약 접수까지 원활한 흐름을 보여줬었다. 당연한 일인데 왜 굳이 시작에서부터 언급하냐고? 이런 사소한 것들조차 한국에서는 당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Spumoni 를 토대로 약간의 변형을 가한 웰컴 드링크 제공부터 물과 식전주 주문까지 실제로 레스토랑 안에서도 접객은 매끄러운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간이 너무 답답하다. 건물을 임대해서 호텔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의 답답함이 꽤 크게 다가온다. 직원들의 유니폼도 마찬가지로 너무 단조롭다 못해 강남 어딘가에 있는 명칭만 파인 다이닝인 여느 식당들의 단조로운 유니폼을 보는 것 같아 아쉽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요리들은 고군분투하고 직원들의 접객 및 응대도 매우 훌륭하지만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아쉬움과 답답함은 종종 마주치는 요리의 아쉬움과 만나게 되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인테리어와 장소의 협소함이야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개방할 테라스에서는 그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될까? 물론 나는 그것 조차 시야를 일정 부분 가리는 건물 구조 때문에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왜 레스토랑 리뷰를 하면서 음식이 아닌 다른 것들을 먼저 이야기 하냐면 조금만 더 생각을 하고 투자를 했다면 이보다 더욱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었을텐데, 아끼고 또 아껴 만들었고 그런 것들이 하나 둘 쌓여 결국 요리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빵부터 이야기 해보자. 셰프가 신경써서 구웠다는 빵은 흠 잡을 것이 전혀 없었다.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히 내놓아야 할 결과물을 셰프가 '신경 써야' 내놓을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아울러 마리포사에서는 빵이 항상 이렇게 나온다는 보장을 할 수 있을까?

지난 방문때와 달리 접시에 빵을 종류별로 한꺼번에 모두 다 내려 놓는데, 예전처럼 빵 바구니를 식탁 위에 놓지 말고 직접 서버가 접시에 올려 두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내 생각엔 우선 빵 바구니를 보여주고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한 뒤 접시가 빌 때마다 곧바로 채워주는 시스템을 윗선에서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아무튼 이런 불편함에 대해서 의견을 전달했지만 어떤 선택을 할지는 다음에 방문해봐야 알 것 같다.







Gala Menu Tribute

Artisan Farming / Passion

Deep Ocean Caviar Served with Traditional Condiments

메뉴의 주제를 생각하면 이 캐비아 메뉴는 없어도 될 요리였었다. 한식의 구절판을 변형했지만 그 선에서 끝날뿐 국산 캐비아의 맛 없음뿐만 아니라 코스의 다른 요리들의 결을 생각하면 너무 단조로웠기 때문이다. 물론 호텔 레스토랑의 경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셰프의 의견이 항상 존중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이 요리를 코스 처음에서부터 내놓은 것에 대해 크게 불만은 없다.







가장 긴 코스의 메뉴여서 조금 걱정 했었는데, 다행히도 음료는 모든 요리마다 짝을 짓지 않았다. 나는 요리와 잘 어울린다면 꼭 와인이 아니더라도 어떤 종류의 음료와 짝을 짓든 상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첫 시작부터 칵테일이 나온 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






Gala Menu Tribute

Artisan Farming / Passion

Hot - Smoked Sturgeon Loin, Grapefruit, Garlic, Lime







Gala Menu Tribute

Artisan Farming / Passion

John Dory, Seasonal Mountain Herbs, Serrano Jamon Broth

첫 캐비아를 제외 하고 이날도 모든 요리가 마음에 들었었는데, 주제에 맞게 코스 구성을 하였고 각 요리마다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철갑상어는 동남아 어느 도시, 전복은 국내, 문어는 남유럽을 여행하는 기분이 절로 들었었다. 짝짓기 한 음료들은 여행을 떠나 들뜬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 앉혀 주는 역할을 했었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에서 만족스러웠던 것은 복합적인 향과 입체적인 질감이었다. 전복 요리에서 올리브 오일의 향은 언뜻 한식에서의 참기름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렇다고 한식에서처럼 모든 것을 덮는 것이 아니라 전복을 씹을 때마다 고소함과 함께 바다 내음, 달콤함을 강렬하면서도 잔잔하게 불러 일으킨다. 특히 달고기 요리에서 달래 특유의 알싸한 향과 함께 smoky 까지 더해지면서 음식의 맛 (flavour) 을 풍부하게 만들어, 달고기의 달콤함을 입체적으로 잘 살려줬었다. 또한 각 요리마다 적절하게 더해진 올리브 오일들이 각 요리마다 질감을 부드럽게 느끼게 하는데, 기분 좋게 입술에 코팅되는 것이 단순히 입안에서 씹히는 질감만 만족시키지 않고 혀끝과 입술까지 감각의 영역으로 끌고 와서 더욱 입체적인 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시 찾게 된다면 이 코스는 더 이상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든 최상의 결과를 세프가 이끌어 내고 있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의 열악함이 여전히 크게 다가와 그런 최상의 결과가 다소 처절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특히 치즈를 생각하면 그 처절함은 너무 슬프게 다가왔었다. 2021년 현재 월드 베스트니 아시아 베스트니 너도 나도 순위권 안에 들고 미슐랭 별도 많이 받고 있는데, 왜 여전히 식재료의 열악함은 여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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