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8. 8. 21.

PALSUN at THE SHILLA SEOUL - 서울 신라 호텔 팔선 디너

 

사람들이 종종 오해를 하는데 난 호텔 다이닝에 믿음이란 것이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호텔 다이닝을 간 적은 드문 편인데, 그나마 특정 호텔 다이닝을 가는 이유는 극악한 식재료, 이용객들의 어이없는 요구에 의한 이상한 음식이 종종 나옴에도 불구하고 셰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왜 그런 음식들이 나오는지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가끔 주변에서 팔선과 비교해서 광동식 레스토랑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면 왜 비교하는지 의문이다.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요리를 똑같은 셰프가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지향점이 다른데 비교의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한국식이란 것이 대부분 정체 불명의 요리임을 감안한다면 그런 비교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해외 다이닝이라면 더더욱 그러한데, 재료부터 다른데 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는가? 경험이 다양하다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모임이 있어서 처음으로 서울 신라 호텔에 위치한 팔선을 가게 되었다. 전날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확인해 본 결과 요리 자체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어차피 한국식이란 것이 담백함 - 난 이것을 그냥 간이 거의 안 된 또는 아예 안 된 것을 에둘러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 이 특징일텐데, 쾌락을 추구하는 파인 다이닝에서 과연 그것이 옳은 방향일까? 광동 요리를 한다고 하지만 - 물론 광동 요리 자체가 간이 그렇게 센 편은 아니다. - 전체적으로 메뉴 구성은 전형적인 한국식이었다. 고급 식재료의 나열, 그리고 끝. 그래서 나는 코스 메뉴보다 차라리 단품 몇 가지를 주문하고싶었다.














차를 따로 주문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여기는 것이겠지만 음료는 무엇을 주문할 것인지 물어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차를 따라준다. 당연히 무료일텐데, 이게 무슨 차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한국에서 음료, 술, 커피 따위는 무료로 제공해야지, 특히 이런 파인 다이닝에서 그것까지 돈을 다 받으면 욕먹기 딱 좋다. 그래서 그런것일까? 너무 안일한 접객은 오히려 나는 실망스러웠다. 한국 최고의 호텔, 한국 최고의 중식당에서 시작부터 이렇다니, 어쨌든 나중에 이것이 무슨 차인지 문의 했었고 대답을 들었지만 잊어 버렸다.

그나마 중간 중간 적절하게 차를 채워주는 서비스는 자연스러웠는데, 문제는 차를 따라줄 때 서버의 위치였다. 편의성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오른쪽에 서서 방해되지 않게 차를 따라주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곧바로 오른쪽에 앉은 사람의 차를 따라주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두번째 차를 받는 사람은 식사에 방해가 된다. 물론 이런 상황은 비단 팔선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신라 호텔은 좀 다를 줄 알았다.






뒤이어 나온 이 세 접시는 정말 실망스러웠는데, 일단 해외에서 광동식 레스토랑을 가보면 - 팔선을 나는 광동식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광동식 레스토랑이라 주장할지 몰라도 - 두반장을 비롯한 소스가 처음부터 무료든 유료든 제공되는 경우도 있고, 일종의 아뮤즈 부쉬격으로 땅콩이나 캐슈넛, 호두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밑반찬처럼 나오는 경우는 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음식과 잘 어울린다면 모를까, 대체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차이든 짜샤이든 명칭은 둘째 치고 향부터 너무 강한데 (아마 참기름과 같은 종류의 향?), 이것이 다른 향신료와 함께 요리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내놓은것일까? 실제로 요리와 함께 먹어보면 반찬으로 함께 먹기엔 향이 너무 강해서 이 음식밖에 기억이 안 남는다. 그리고 오이 피클은 신맛 자체는 괜찮았으나 뒤이어 따라오는 단맛이 불쾌하게 남는다. 가뜩이나 한국에서 지방이 들어간 요리는 기름지다, 느끼하다라고 해서 지방 자체를 아예 안 넣거나 적게 넣는데, 이 신맛의 피클이 어떤 의미에서 밑반찬 격으로 나온 것일까? 요리가 나오기 전 아뮤즈 부쉬로 먹기에는 뒤따라오는 단맛이 여운이 좀 길게 남아서 오히려 걸리적거린다. 이것이라도 미리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이 항의를 하는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내놓더라도 최소한 요리를 먹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조리해서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요리를 주문하였다. 당연히 나는 단품으로 몇 가지만 먹고싶었으나 혼자 간 것은 아니기에 코스 메뉴를 선택하였는데, 코스 메뉴 구성 또한 너무 안일하다. 전형적인 한국식, 고급 식재료로 저희는 코스를 준비하였습니다, 그걸로 끝이었다. 파인 다이닝에 오면서 건강을 생각한다는 것이 나는 너무 모순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요리 구성 자체도 딱 건강스럽다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무난한 구성이었다. 해산물이든 육류든 볶거나 튀기거나 - 뭉뚱그려 표현한 것이지, 똑같은 볶음이라도 실제로는 조리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 하는 요리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각 코스마다 명칭과 가격이 다를 뿐, 결국은 다 비슷한 재료를 단지 좀 더 고급이냐 아니냐로 구분해서 구성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비싼 코스를 선택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국내에서 유통되는 고급 식재료라고 해도 수준이 어떠한지 뻔히 아는데 말이다.







Chef's Special Appetizer


당연히 처음부터 큰 기대를 안했다. 그리고, 딱 그 수준으로 전채가 나왔다. 셰프의 특별한 전채라는 것이 동네 중식당에서 비싸게 내놓는 전채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좀 더 좋은 재료, 좀 더 더 나은 조리 솜씨? 심지어 저렇게 포개어 내놓으면 향을 제대로 맡을 수도 없다. 그리고, 섞이면서 결국 오향장우육을 빼곤 해파리 냉채의 겨자 소스 향에 묻혀버리고, 맛 또한 그것 밖에 기억이 남지 않았다. 너무 안일한 플레이팅이 아닌가? (물론 중식에서 플레이팅이 핵심은 아니지만)






Honey - glazed Barbecued Pork


유일하게 단품으로 주문한 메뉴인데, 같이 간 일행이 있어서 그냥 별 말 안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차슈 중에서 가장 끔찍한 맛과 향이었다. 설마...라는 마음에 심지어 세 점이나 집어 먹었는데, 이게 이 날만 이렇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내놓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날만 이렇다면 그것도 문제지만 원래 이렇게 내놓는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인데, 한국인들이 워낙 짠맛에 예민하게 반응하다 보니 - 재료 본연의 맛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정작 소금 간을 싫어하는 이 모순은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그래서 이렇게 덜 짜게 만든 것인지 몰라도, 당연히 단맛도 밍숭맹숭하였다. 질감 자체는 기대를 아예 안 했었고, 향도 차슈 특유의 향이 아니라 진짜 돼지 잡내가 났었다. 






Braised Bird's Nest with King Crab Meat


이 식기는 어떤 의도로 내놓은 것일까? 팔팔 끓은 정도는 아니지만 온도가 다소 높았는데, 그래도 그런대로 먹을만 하였지만 아무튼 식지 말라는 의미에서 내놓았은 것일까? 먹을 때마다 밑에서 올라오는 초의 타는 냄새 때문에 음식 향을 전혀 느낄 수가 없고 오히려 방해만 되었다. 식지 말라는 의미에서 내놓는다면 차라리 향이 방해되지 않도록 다시 다른 그릇에 옮겨서 먹을 수 있도록 설정 해야하는데, 그 정도 생각을 하는 사람이 주방에서는 아무도 없는것일까? 그리고, 식음료팀에서도? 물론 그런 구성도 웃기다고 생각한다. 이걸 또 다시 먹는 사람이 퍼가게 하라고? 파인 다이닝에서? 맛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않겠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는가?






Steamed Whole Abalone with Brown Sauce


한국 최고의 중식당 중 하나인 곳에서 내놓는 전복 요리가 구성이 이렇다. 더 이상 평할 가치를 못 느낄 정도이다.














Steamed Pine Mushroom and Asparagus in Lotus Leaf


그나마 먹었던 코스 메뉴 중 가장 괜찮았던 요리이다. 물론 코스 안에서 말이다.






Deep Fried Prawn with Sichuanese Sauce


그리고, 뒤이어 나온 새우 요리는... 이것은 안일하다가 아니라 그냥 무성의하다. 심지어 새우가 매우 질겼는데 - 누군가는 쫄깃해서 좋다라고 할지 모르겠다. - 과조리야 이해할 수 있다 쳐도 이렇게 덜렁 새우만 통째로 튀겨서 내놓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주방에서도, 호텔 식음료팀에서도, 최종 결정권자도, 심지어 여기 와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조차 아무도 이런 상태의 요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듯하다. 이런 것은 손님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Chop Suey on Fried Noodles


추가 요금을 내고 주문한 초면은 더 할 말을 잃었다. 차라리 흔해 빠진 짜장이남 짬뽕을 주문하는 것이 나았을까? 라는 후회를 정말 많이 했다. 나 때문에 호기심에 이 면요리를 주문한 일행에게 정말 미안하다.






무슨 푸딩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기대한 것에 비해 너무 단단한 질감이었다. 디저트로서 단맛과 신맛은 거의 미미한 수준인데, 맛이야 어차피 크게 기대를 안 했지만 - 한국에서 디저트는 너무 달면 안된다. - 무겁다라는 느낌만 잔뜩 들었다.

처음부터 팔선 음식에 대해서 맛 (flavor) 은 기대를 안 했었다. 파인 다이닝에 와서도 담백하게! 를 외치는데, 밑간부터 거의 안 할테니 맛 (taste) 은 포기하였고, 향도 마찬가지, 심지어 질감까지 모두 다 기대를 안 했기에 그것 자체로 크게 실망할 것도 없었다.

문제는 한국 최고의 호텔, 한국 최고의 중식당 중 하나라고 세간의 평을 받는 이 곳에서 너무 안일한 메뉴 구성과 무성의한 디테일이다. 분명 나보다 더 좋은 곳을 많이 다녀보고, 또 많이 먹어봤을텐데 호텔 주방팀과 호텔 임원진들은 이런 상태의 음식과 코스 구성, 그리고 떨어지는 디테일에 대해서 아무도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지 정말 궁금하다.

안일한 메뉴 구성은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이런 것이라고 애써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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