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문할 때까지 새로 생긴 레스토랑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처음에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확인했을 때 구성이 너무 평범해서 갈까 말까 고민을 엄청 했었는데,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처음 들어선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착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직원들의 접객은 나쁘지 않았다. 단지 지극히 한국적인 접객 태도가 문제였다. 친절하지만 영혼 없는 친절이라고 할까? 사물에 대한 존칭까지야 그렇다 쳐도, 음식이 어떻냐는 질문에 나는 별로라고 이야기 한 부분이 있었는데, 당연히 피드백이 있을 줄 알았다.
손님들이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준비했다는데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그냥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올 수준이었는데, 음식이 맛이 없다보니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물론 괜찮았던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시작 전 따뜻한 타월의 향과 디저트가 나오기 전 차가운 타월의 향이 서로 달랐는데, 너무 강하지 않고 적절했으며 시작과 끝을 확실히 알 수 있는 향이라고 할까? 이런 것은 좋았다.
한편 준비된 차도 맛은 괜찮았었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의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히 괜찮아야 하기에 그것이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처음에 나올 때 너무 뜨거웠다. 실제로 서버가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이야기까지 했었는데,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결국 식혀서 마셔야 한다면 처음부터 적절하게 온도를 맞춰서 내놓으면 되지 않을까? 주요 고객층이 후후 하고 불어가며 마셔야 좋은 온도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만 독특하게 티 바까지 운영하면서 차 온도를 너무 뜨겁게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그리고 미리 이야기하지만 할인 받아 26만원을 지불한 식사에서 유일하게 맛있었던 것은 차였다. 그렇다, 나는 26만원짜리 차를 몇 잔 마시러 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착각한 댓가였다.
Welcome sake
시그니처 메뉴라해서 28만원짜리 FUJI 메뉴를 선택했었는데 처음 나온 웰컴 사케의 향은 매실 향의 여운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식전주로써 단맛이 너무 강했다. 깔끔하게 끝나는 단맛이 아니었기에 입안을 헹구기 위해 시작부터 차를 연달아 마셔야했었다.
Amuse - bouche
반면 아뮤즈 부쉬는 평범했었다. 무화과는 아무 맛도 안 나는 가운데 물컹거리는 질감이 어울리지 않았고, 캐비아는 그냥 형식적이었다. 시작부터 불안했었다.
Five seasonal appetizers
다섯 종류의 전채는 맛과 향과 질감이 모두 비슷했었다. 분명 다른 재료들을 사용했는데, 질감이 하나같이 부드럽기만 해서 우선 지루했었다. 게다가 모두 다 단맛 중심이었다. 이렇게 비슷한 향과 맛과 질감의 전채를 굳이 다섯 가지나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먹는 순서는 상관 없지만 가운데에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신맛이 아주 강한 편이니 처음 또는 마지막에 먹는 것을 권한다라고 서버에게 들었는데 먹었을 때 신맛이 전혀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맛이 단맛에 묻힌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버가 음식은 어떠했는지 물었을 때 단맛이 강하다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에 대한 피드백이 전혀 없었다. 내 개인 취향 차원에서 단맛이 강하다라고 이야기 한 것은 아니었는데 여기에서 내가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유마라는 새로 생긴 다이닝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Five varieties of premium sashimi of the day
Chilled Hanwoo beef shabu - shabu and potherb salad
Grilled half - dried akamutsu (seaperch), manganji pepper and vinegared mozuku seaweed
White miso and soymilk braised lobster
두유를 넣었기 때문에 고소하긴 한데, 한편으로 두유 특유의 텁텁함과 역시나 불쾌한 여운의 단맛때문에 즐겁게 먹을 수가 없었다. 향신료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했었다면 그래도 텁텁함을 어느 정도 씻어줬을텐데, 서버는 맵다라고 표현했지만 - 맵다기보다 spicy쪽에 더 가까웠지만 - 구색만 갖춰 넣었기에 맛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었다.
한편 랍스타는 과조리 되어 매우 질겼었는데, 심지어 집게의 경우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내놓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손으로 들고 알아서 젓가락으로 파먹어야 하나? 보통 집게 한 쪽을 먹기 편하도록 제거해서 내놓지 않나? 랍스타를 다 먹고 나서 국물을 떠서 드시면 맛있습니다라고 설명을 들었는데, 랍스타의 잔해가 떠먹기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플레이팅이었다.
Corn fritter
Nagoya - style unagi eel rice bowl served with dashi broth and condiments
Seasonal housemade wagashi (traditional confectionary) with matcha
마지막으로 나온 호지차는 너무 뜨거워서 한참 식혀서 마셔야했다. 온도도 맞지 않는 것을 그래도 그나마 차가 불쾌한 여운의 단맛 중심 음식들로부터 내 혀를 안정시켜주었기에 28만원짜리 코스 메뉴를 먹으면서 유일하게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후 오늘 식사가 어떠했는지 또 다른 직원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너무 달고 간이 너무 약했다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아무래도 셰프가 재료 본연의 맛을...이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그냥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호텔 다이닝도 수익을 생각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현실때문에 이런식으로 음식을 내놓았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속 편할 수 있다. 그러나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왜 셰프는 단맛 일색으로 코스를 구성했을까?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가짓수가 꽤 많아 보이는데 정작 나오는 요리들은 왜 질감과 맛이 다 비슷하거나 같을까? 나는 처음에 메뉴 구성을 보고 아 여기는 안 가야겠다라고 생각해놓고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꿔서 방문했을까?
한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파인 다이닝 여러 곳을 경험하면서 나는 두번째로 엉덩이에 땀이 찼었다. 왜 하필 의자를 저런 것으로 갖다놓았을까? 속된 말로 격에 맞지 않게 말이다.
나오기 전 화장실에 잠시 들어가보니 핸드 타월을 이렇게 비치해놓았다.
28만원 아니, 할인 받아 26만원짜리 식사를 하면서 음식뿐만 아니라 환경까지도 그 가격에 걸맞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파인 다이닝이란 무엇인가? 호텔의 의사결정권자 뿐만 아니라 호텔 고객층 모두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텐데, 여전히 현실은 이렇다.
ㅋㅋㅋ하나도 재밌지 않았다ㅋㅋㅋ 엉덩이에 땀이 찼다 ㅋㅋ 젤 재밌게 본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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