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8. 10. 23.

BOCCALINO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2018년 10월 신메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들은 1년에 두 번 메뉴가 바뀌는데,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바뀐다. 이번에는 보칼리노를 다녀왔다. (네이버 세상에서 검색을 해보면 자꾸 미쉐린 가이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는 별 받은 적이 없다.)







언젠가 어떤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업장측에서 유리한 쪽만 외국에서 문화를 받아들인다면서 그 중 하나가 물이나 차 등을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무료로 물을 원한다면 업장측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수돗물밖에 없다. 생수든 탄산수든 둘 다 업장측에서 직접 만들지 않고 전부 외부에서 구입한다. 그것을 무료로 제공하라고? 업장측은 음식만 팔아서는 현상 유지 정도밖에 할 수 없다. 수익을 얻으려면 음료에서 얻어야 하는데, 물론 모든 소비자가 이런 구조를 아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라고 하겠지만 왜 파인 다이닝에서 물 하나를 준비하는 것도 허투로 하지 않는지 조금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보칼리노가 만약 별을 원한다면 바뀌어야 할 것들 중 하나가 와인 페어링 추가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많이 선택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 물론 메뉴에 없어도 요청하면 와인 페어링이 가능하지만 선택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항상 요청하면 잘 맞춰서 준비를 하긴 하지만 미리 메뉴 구성 단계에서 함께 짝짓기를 시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 이번에는 페어링을 하지 않고 샴페인 한 잔만 주문하였다. 어차피 술을 잘 못 마시기에 페어링 해도 거의 입을 대는 정도에서 조금 더 마시는 수준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맹물과 함께 서양 음식을 먹는 것에 비하면 입만 대더라도 와인과 함께 먹는 것이 음식을 즐기는데 더 도움이 된다.






아뮤즈 부쉬는 기존의 감자 대신 컬리 플라워 폼이 나온다. 항상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다음 방문에는 또 다른 종류의 폼이 나올 수도 있다.















Sous Vide Eggs 62˚

Mushroom Consommé, Parmesan, Net of Angel Hair


먼저 Mediterraneo 메뉴를 선택했었다. 가급적 코스 메뉴의 경우 셰프의 의도를 생각해서 메뉴 구성을 변경 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지만 원 메뉴 구성은 Mozzarella Carprese 2.0과 Fusilli con Ragout di Manzo인데 이미 맛을 아는 요리이기에 이 두 가지를 빼고 다른 요리를 요청하였다.

안티파스토로 선택한 수비드 에그는 형상부터 새의 둥지를 표방해서 흥미로운데, 밑에 버섯을 깔고 엔젤 헤어 파스타로 새의 둥지 모양을 만든 다음 그 안에 수비드 한 계란을 집어 넣고 위에 파마산 치즈를 올려서 살짝 구웠다. 그리고 버섯 콘소메를 따로 부어주는데, 향부터 식욕을 자극시킨다. 먼저 콘소메만 맛을 보니 감칠맛과 함께 신맛의 균형이 아주 좋은데, 콘소메만 따로 먹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새의 둥지를 파괴하는 것 같아서 잠시 미안했었지만 이어서 수비드 한 계란을 터트려 엔젤 헤어 파스타, 콘소메, 치즈, 버섯과 함께 먹으니 바삭거리는 파스타의 질감과 부드러운 계란의 질감이 대조를 이루면서 중간에 탱글거리는 버섯 질감이 무척 재미있다. 그런 가운데 버섯 콘소메와 파마산 치즈의 감칠맛이 입안 가득 메우는데 절로 탄성이 나온다. 그리고, 그 감칠맛이 너무 과하지 않고 콘소메의 신맛이 적절하게 잘라주기에 전채로 먹기에 부담이 없다. 물론 계란이 좀 더 맛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한국에서 거의 모든 식재료의 한계는 명확하기에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






Risotto di Semola allo Zafferano

Risotto di Semola, Saffron, Glazed Tripe, Rosemary, Gremolata


프리모는 사프론 리소토를 선택했다. 세몰라로 만든 리소토는 질감이 다소 탱글해서 조금 독특하게 느껴지는데, 항상 새 메뉴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치로 셰프는 플레이팅에도 엄청 신경을 쓴다. 게다가 프리모에서 선택할 리소토나 파스타들도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려주기 위해서일까? 새로운 파스타와 리소토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트리프는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익혔다. 향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레몰라타와 로즈마리가 오히려 flavor를 더욱 풍부하게 해줘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Rana Pescatrice in Sfoglia di Pane

Monkfish wrapped in Bread Sheet, Crushed Broccoli, Black Garlic, Bagna Cauda Sauce


세콘도는 쇠고기와 아귀 요리 중 선택 가능한데, 쇠고기는 어디를 가더라도 무난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기에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생선이나 다른 육류나 조류를 선택하는 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 선택지가 매우 적은데 아귀를 선택지로 넣은 것이 조금 의외였다. 대중성을 생각한다면 무난하게 농어로 가는 것이 좋겠지만 이런 시도 자체를 나는 좋게 봐서 우선 아귀를 선택하였다.

빵에 싸여진 아귀를 바냐 카우다 소스에 찍어 흑마늘을 살짝 올려서 먹으면 flavor가 풍부해져서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일단 아귀 향이 독특해서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






Barretta alla Nocciola

Hazelnut Finger, Caramel Glaze, Praline Ice Cream


디저트는 단맛과 짠맛의 대조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좋았다. 견과류의 고소함이 잘 느껴지면서 부드러운 디저트의 질감과 대조적인 헤이즐넛의 크런치한 질감도 짝이 잘 이뤄져 있어서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신메뉴에 비하면 Mediterraneo 메뉴 구성은 평범하게 느껴지는데 물론 아귀 요리가 인상적이기때문에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코스 시작부터 끝까지 대체로 무난하게 진행되어서 큰 부담 없이 - 가격까지 포함해서 - 식사를 하기에는 좋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에 다른 코스 메뉴를 먹으러 갔다.




























전날에는 샴페인을 마셨으니 다음날에는 프로세코를 마셨다. 






Insalata D'astice

Lobster, Russian Salad, Caper Caramel


전날 Mediterraneo 코스를 먹었으니 다음날에는 Autentico 코스를 선택했었는데, 원래는 한우 타르타르가 나와야 하지만 이번에도 다른 안티파스토 메뉴를 골랐다. 랍스타와 익힌 채소에 마요네즈 - 러시아 사람들은 마요네즈를 엄청 사랑하는 것 같다. - 를 섞은 샐러드는 메뉴판만 봤을 때에는 너무 평범한 안티파스토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요리가 나오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일단 플레이팅부터 평범하지 않다. 하나 하나 세심하게 세팅해서 나와서 처음에는 고생 엄청 했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맛은 랍스타와 러시안 샐러드는 흔히 아는 맛이기에 인상적이지 않다. 그런데, 저 샐러드 위에 올려진 케이퍼 카라멜이 굉장히 흥미롭다. 과조리 되어 힘을 주고 부러트려야 해서 조금 불편하였지만 랍스타의 부드러운 질감과 채소들의 아삭함, 케이퍼 카라멜의 바삭거리는 질감 대조가 재미있다. 한편 케이퍼 카라멜의 단맛이 많이 거슬리지 않을까 걱정 했었는데, 걱정과 달리 랍스타와 채소의 단맛과 크게 부딪히지 않으면서 잘 어울린다. 게다가 때마침 선택한 프로세코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평범할 것 같았던 안티 파스토가 굉장히 흥미로운 안티 파스토로 다가온다.














Zuppa di Zucca

Pumpkin Soup, Pioppino Mushroom, Taleggio Cheese Tortelli


이어서 나온 수프도 색상부터 인상적이다. 노랑을 바탕으로 버섯과 토르텔리가 대칭을 이뤄 배치해놓았다. 일단 눈부터 즐거운 요리이다. 수프를 한 스푼 떠서 입안에 넣으면 호박의 단맛과 탈레지오 치즈의 고소함과 감칠맛과 짠맛, 그리고 - 당근이었던 것 같은데 - 피클의 신맛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맛의 층을 느낄 수 있다. 그와 함께 토르텔리의 부드러운 질감과 피클의 아삭한 질감 대조가 있어서 눈, 혀, 촉감 모두 흥미롭게 만든다. 






Conchiglie Ripiene di Mozzarella di Bufala

Buffalo Mozzarella Stuffed Conchiglie, Mushroom, Celeriac, Black Truffle Sauce


프리모의 파스타는 콘킬리에인데 속에 버팔로 모차렐라 치즈를 채웠다. 그와 함께 블랙 트러플 소스를 넣었는데, 당연히 감칠맛이 입안 가득 느껴지면서 블랙 트러플의 향이 flavor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간단하게 말해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들이다.






Spigola Cotta al Sale

Sea Bass, Fennel Fondant, Mussel Fritter, Acqua Pazza Sauce


이번에도 세콘도는 농어를 선택하였다. 기존에는 구워서 내놓았는데 이번 메뉴 구성에서는 쪄서 내놓는다고 하였다. 일단 농어의 질감은 지금까지 내가 국내에서 먹었던 농어찜 중에서 가장 부드럽게 잘 조리되어 나왔다. 서양 요리를 하는 곳에서 생선은 구이든 찜이든 대부분 과조리 되어 나와서 항상 아쉬웠었는데, - 그것이 조리의 실수이든, 대중들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의도해서 나온 결과이든 - 이 농어찜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질감 상태로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재료명만 봐도 입안 가득 감칠맛의 향연이 느껴질 것 같지 않은가? 질감부터 해서 맛과 향, flavor 모두 박자가 잘 맞는 국내에서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농어 요리중 가장 완벽한 상태의 농어 요리였다.






Torta al Cioccolato

Milk Chocolate Tart, Cocoa Sponge, Dark Chocolate Mousse, Chocolate Gelati


디저트만 놓고 보면 진한 초콜릿의 flavor가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코스 전체를 놓고 봐도 시작부터 끝까지 불협화음 없이 잘 맞물려 구성을 이루고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초콜릿의 진한 flavor가 끝마무리를 무겁게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기분 좋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 다음에는 안티 파스토를 바꾸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셰프가 구성한대로 요리를 먹을 생각이다. 물론 농어찜 대신 스테이크로 바꿔서도 먹을 생각도 갖고 있다. 이번 코스 구성 정말 마음에 든다.














원래라면 이렇게 식후주까지 나오는 것이 맞는데, 지난 방문에서는 식후주가 빠졌었다.



그 이후에도 새로 나온 단품 메뉴 한 가지와 다른 디저트들을 먹기 위해 재방문했었다.





Spaghetti con Scorfano

Spaghetti, Rockfish, Leek, Lemon Scent, Mint


새로 나온 파스타 메뉴인데 다른 파스타들과는 또다른 맛과 flavor를 보여준다. 레몬의 상큼한 향이 우럭과 민트와 잘 어울리는데, 대중적으로는 호불호가 조금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생선의 향을 살려 놓으면 비린내 또는 잡내라고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다.)






Tiramisu "Boccalino"

Mascarpone Cream, Coffee, Amaretto Liquor, Lady Finger


티라미수는 맛의 변화는 거의 없고 1인용 티라미수만 모양새가 달라졌다. 2인용은 기존과 변함없이 같게 나온다.





Semifreddo alle Castagne

Semi - Frozen Chestnut Parfait, Mandarin Compote, Suzette Sauce


세미프레도는 맛과 모양새 모두 바뀌었는데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좋다. 기존의 세미프레도가 고체에 가까웠다면, 이번에 바뀐 세미프레도는 고체와 액체 중간 사이여서 사전적인 의미에서는 좀 더 정통에 가까워졌다고 할까?






Cachi e Caramello

Vanilla Chantilly, Persimmon Marmalade, Caramel, Persimmon Ice Cream


새로 바뀐 디저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디저트이다. 모양부터 가을 향이 물씬 느껴지는데, 감과 카라멜이 이렇게 잘 어울렸던가? 가을을 주제로 모양부터 맛과 향까지 모두 다 잡은 디저트라 반가웠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가을을 주제로 디저트를 만든다면 모양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은데 - 물론 디저트라는 것이 다른 요리들에 비해서 형태가 비교적 자유롭다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 어찌되었든 모든 음식은 결국 맛으로 귀결되지 않는가? 그런 관점에서 나는 이 디저트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페이스트리 셰프가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에서 아직 자신의 디저트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그동안 다른 다이닝들의 디저트 메뉴들을 개발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식사의 마무리로 유 유안과 보칼리노 모두 잘 어울리는 디저트들을 만들었다.

전반적으로 꽤 만족스러웠던 요리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아쉬운 것은 - 규모에 비해 직원수가 부족한 것이 눈에 보이긴 하지만 - 음식 나오는 간격이 일정치 않다는 것이다. 조리 상태만 놓고 보자면 치로 셰프가 부임한 이후 조리팀원들의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충분히 느껴지지만, 그것과 별개로 음식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일정치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은 호텔측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미쉐린 가이드 별을 노릴테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파인 다이닝 격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의 흐름이 계속 깨지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한 적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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