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017년, 2018년 3년 연속으로 방문한 밀리우는 제주도에 있는 해비치 호텔에 위치하고 있다. 매년 셰프가 바뀌었는데 항상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음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매년 방문했었는데, 이번에도 아쉬움은 많았었다. 이번에는 사진만 나열하고 마지막에 한꺼번에 이야기 하겠다.
Amuse Bouche Selon La saison
가염 버터에 시나몬을 섞었다고 들었다.
Jambon Ibérico ed bellotta
하몽은 서비스로 받았고 - 재방문 해주어서 고맙다는 차원에서 받은 것인데, 한국이나 외국이나 파인 다이닝에서 재방문하는 고객에게는 나름대로 혜택이 있다. - 원래 시그니처 메뉴를 선택했을 때에 나오는 것인데, 아무튼 여기까지 한꺼번에 음식과 술이 나오니 정신이 없었다.
Crudo de thon sauce aigre - doux
Carpaccio de Boeuf truffe noir
이 카르파치오도 원래는 시그니처 메뉴에 나오는 것인데, 역시 서비스로 받았다.
Langoustine sauce crémona
Tatin d'oignon sorbet parmesan
Cannelloni de céleri rave au foie gras, Truffe noir
Poisson du jour
메뉴에는 쇠고기만 나오지만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문의하니 양고기가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으로 주문하였다.
Près Dessert - Poire
Dessert - Figue
2시간 가까이 식사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1. 메뉴 구성이 좋게 말하면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것들, 푸아그라, 트러플, 랑구스틴, 랍스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굳이 셰프가 머리 아프게 메뉴 구성을 생각할 필요 없이 그대로 나열해놓아도 크게 불만을 듣지 않을 구성이다. 왜 그렇게 구성을 했을까? 물론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확인하고 갔으니 선택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2. 뻔히 맛이 예상되긴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희망을 갖고 방문했었는데, 예상 가능한 맛도 느낄 수 없었었다. 예상 가능한 맛도 못 느꼈다는 이야기가 맛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니, 맛은 없긴 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예 아무런 맛을 못 느꼈다는 것이 아니라 맛이 희미했었다. 예를 들어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양파의 경우 온도, 맛, 질감의 대조를 보여주기 위해 구성되었다고 설명 들었지만 온도의 대조만 확인 가능했을 뿐, 질감의 대조는 부드럽긴 했으나 바삭하지는 않았고, 맛의 대조도 짠맛과 단맛의 대조가 뚜렷하지 못했다. 생선 요리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과조리 하지 않고 잘 익혔지만 짠맛이 받쳐주지 못하니 결과적으로 아무런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랑구스틴도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양고기까지도 그랬다. 간이 제대로 안되어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너무 짜다라는 항의가 종종 들어와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분명 주문할 때 짜다고, 덜 익혔다고 안 할테니 적극적으로 조리를 해달라고 부탁하였지만 전달이 안되었나보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심지어 디저트도 단맛이 매우 약했다. 무화과의 경우 그 흐물거리는 질감이 디저트의 질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내놓은것일까? 게다가 단맛도 아닌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상태였었다. 셰프는 무화과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내놓은 것일까?
3. 와인 페어링의 경우 총 다섯가지 와인이 나오는 것으로 선택했는데, 중간에 와인 하나가 준비된 것이 다 떨어졌다고 추가로 육천원만 낸다면 다른 와인으로 바꿔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이 파인 다이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설사 일어난다고 해도 대응을 이렇게 해야 하는가? 육천원 더 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4. 음식은 그렇다쳐도 이 척박한 제주도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파인 다이닝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서버의 접객이었는데, 이번 방문에서는 말 그대로 너무 혼란스러웠다. 와인은 음식이 나오고 나서 제공되었고, 빵은 두 종류 중 하나를 먼저 다 먹었는데도 채워주는 것이 없었고, 심지어 디저트를 먹을 때 빈 빵접시와 먹다 남은 버터는 내 테이블 위에 계속 놓여 있었다.
5. 좀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여기서 조금만 더 잘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일텐데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 곳이다. 하지만 무료 투숙 바우처 때문에 1년에 한 번 제주도를 가게 되니 재방문하는 것이지, 굳이 여기 음식을 먹으러 가기 위해 다시 가고픈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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