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난 여전히 빙수를 먹을바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 이유는 간단하다. 빙수는 몇 숟갈 먹다 보면 그 차가움 때문에 나중에 맛을 못 느낀다. 그렇다고 양을 조금만 주는 것도 아니잖은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시즌스 호텔 서울을 찾는 이유는 바로 디저트로써 서양인 관점에서 접근해서 빙수들을 만들기 때문이다. 월드 오브 빙수는 나중에 따로 글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기본적인 빙수, 즉 언제든지 주문 가능한 세 가지 빙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먼저 좋은점부터 이야기 하자면 전반적으로 양이 줄었다. 양이 줄은 것이 좋은 이야기냐고? 빙수는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게다가 양이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높게 쌓을수록 오히려 먹기에도 불편하다. 이 부분은 빙수 판매를 시작한 2016년부터 계속 이야기 했던 내용인데 드디어 쌓은 높이를 줄였다!
물론 그에 반해 가격은 조금 올랐는데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빙수는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닐뿐더러 사람들은 자꾸 재료 원가만 갖고 이야기 하는데 가격에는 그것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가성비 운운하며 이야기 할 때마다 참 여러가지로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든다.
MARU BINGSU
Shaved iced milk, sweetened red bean, Korean rice wine jelly, Sticky rice cakes, multigrains powder, Omija sorbet, cactus Yu - gwa
우선 마루 빙수는 내용물이 바뀐 부분들이 있는데, 이 빙수를 처음 본 순간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왜냐하면 전형적인 한국 음식들의 불합리한 요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저 백년초 유과가 빙수와 어울릴까? 빙수 질감은 부드러운데, 저 유과는 딱딱한데다 질기다. (한국인들은 쫄깃해서 좋다고 하는 그런 질감) 게다가 빙수의 맛과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올렸을까? 한국 전통 음식이어서?
팥은 전반적으로 잘 삶았다. 그러나 단맛이 너무 강하다보니 텁텁한 느낌이 드는데, 짠맛이 좀 더 개입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팥을 잘 삶았기에 빙수의 질감과는 그런대로 어울리는데 문제는 찹쌀떡이다. 그 쫄깃한 질감에 이에 달라붙는 것이 유과와 마찬가지로 빙수의 질감과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불쾌한 이질감을 계속 입안에 남게 한다.
더 웃긴 것은 중간 중간에 뿌려진 미숫가루인데 도대체 저것을 왜 뿌렸을까? 한국적인 음식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몇 번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한국에서는 신기하게도 거의 모든 음식들이 자꾸 눈에 보이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이런 재료를 넣었습니다가 거짓말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된다고 난 생각하는데, 설사 그렇다해도 미숫가루가 빙수와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집어넣었을까? 그냥 떠먹기에는 자칫 잘못하면 사레가 들릴 수 있고, 섞어서 먹으면 곤죽이 되어서 보기부터 싫어지는데 거기에 안그래도 팥의 단맛때문에 텁텁한데 더 텁텁한 느낌을 갖게 한다. 도대체 왜 이것을 집어 넣었을까? 예전에 설빙의 인절미 빙수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그것을 참고해서 그런 것일까?
게다가 식혜 젤리는 질감도 어울리지 않지만 거의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미자 셔벗은 그 자체로는 신맛이 잘 살아 있어서 좋은데 이게 빙수와 같이 먹으면 자꾸 겉돈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각 재료들이 서로 따로 노는 분위기인데 전형적인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음식들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저기에 연유까지 뿌린다면 더 맛과 질감은 끔찍해지는데, 난 차라리 그냥 팥과 얼음과 연유 세 가지만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짠맛과 단맛의 균형을 잘 맞춰 놓아서 말이다.
SUMMER BERRY
Shaved iced milk, berry compote, fresh berries, Summer berry granite, cocoa tuile, condensed milk
섬머 베리란 이름으로 바뀐 베리 빙수는 2016년에 처음 나온 이후 자꾸 맛이 퇴보하고 있었다. 베리류 특유의 신맛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항상 말하지만 과일들 특히 베리류들은 신맛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과일에서 신맛을 싫어하고 자꾸 단맛만을 찾는다. 그래서 그런지 저렇게 베리류가 많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신맛들이 덜 느껴졌었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알콜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데, 처음 나왔을 시기인 2016년부터 이 빙수를 그냥 먹었을 때와 다르게 알콜이 들어가면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안그래도 베리류의 신맛이 줄어들어 심심한데 한층 더 맛이 밋밋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표기된 것과 다르게 한 두가지 재료는 빠진 것 같은데, 메뉴 수정에 대해서 두 번 정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직 반영이 안되었나? 별 것 아닌 것 같겠지만 호텔에서는 그런 실수도 별 것이 아니다. 맛의 차원이야 아무리 만드는 사람이 의도를 갖고 만들었다고 해도 소비자가 이해를 못하거나 외면해서 결국 바뀌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런 실수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인들만 와서 사먹는 곳도 아니지 않은가?
MANGO MANGO
Shaved iced milk, mango cubes, coconut cream, sago pearls, Mango sauce, mango ice cream, condensed milk
그나마 이 망고 빙수는 먹을만 했다. 예전에 비해 한층 더 맛이 또렷해졌다고 할까? 망고 특유의 섬유질이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그런대로 부드러운 빙수와 질감은 잘 어울린다. 망고는 신맛이 아주 잘 살아 있는데 이것 때문에 계소 신라와 비교되는 분위기던데 신라는 애플 망고를 쓰지 않나? 애플 망고는 신맛보다 단맛이 더 강한 과일이고, 망고는 단맛도 나지만 신맛도 그만큼 갖고 있는 과일인데 왜 자꾸 그 차이를 감안 안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단맛의 빈 자리는 망고 소스와 연유가 채워주고 있으니 맛의 균형도 아주 좋다. 망고 아이스크림은 따로 제공되는데 부드러운 질감 대비 크럼블의 바삭한 질감 대조도 흥미롭다.
다만 앞서 섬머 베리 빙수와 마찬가지로 생과일을 사용하다 보니 상태에 따라 신맛의 강도가 차이가 날 경우가 있을텐데, 그래서 난 이런 생과일을 올리기보다 꼭 빙수를 먹고싶다면 과일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한 상태로 조리한 다음 얼음 위에 올려 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물론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사족 1. 월드 오브 빙수는 추후 몇 가지 더 선보인 다음 따로 글 올리도록 하겠다.
사족 2. 또 한 번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홍보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은 것이 빙수 판매를 시작했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작년 망고 빙수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작년과 올해 망고 빙수가 똑같은 모습으로 판매되는가? 심지어 월드 오브 빙수는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나서 사진을 올렸는데, 그 사진을 올리기 전에 직원 개인 계정으로 먼저 똑같은 사진을 올렸다. 순서가 뒤바뀌지 않았나? 게다가 전문 촬영 장비로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싶어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대체로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썩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도 않는다. 전문가가 촬영했다면 결과물은 일반인들이 촬영한 것과는 다르게 나와야 한다.
사족 3. 망고 빙수도 마찬가지로 몇 가지 재료들이 빠져서 나오는데, 메뉴 수정은 빨리 하는 것이 좋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빙수 판매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도록 메뉴판이 인쇄가 안 되어서 일일이 직원들이 설명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재료를 빼기로 해놓곤 그걸 그대로 메뉴판에 실어놓았다. 이런 실수들은 5성급 호텔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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