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유안은 계절이 바뀌면서 메뉴도 일부 바뀌었다. 이제는 아뮤즈 부쉬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웰컴 드링크까지 나온다.
Double - boiled bird's nest with pine mushrooms in superior sauce
Braised shiitake mushrooms with crab meat and abalone soup
일년에 두 번 메뉴가 바뀔때 많은 메뉴 교체가 있었지만 올해부터 계절별로 메뉴가 바뀌는 대신 부분적으로 메뉴 교체가 이뤄지는데 겨울 메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대체로 맵거나 지방의 고소함이 주를 이루는 요리들이 몇 가지 눈에 띄는데, 이미 예전에 유 유안에서 경험했던 음식들이 대부분이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프 메뉴의 변경은 색다르다. 유 유안은 광동식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수프 메뉴가 많이 아쉬웠는데, 아무래도 재료 수급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일테지만 그와 별개로 한국인들에게 지방의 고소함이란 느끼함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수프 맛이 굉장히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돼지를 사용했다면 지방의 고소함이 핵심일텐데 대체로 수프 맛은 밋밋했다. 이걸 또 담백해서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런 형태의 음식을 만들거라면 굳이 돼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향신료가 들어가는 수프들은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들은 - 사실 제비집 수프는 송이 버섯이 들어갔다는 것을 제외하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 밑바탕에 돼지 지방의 고소함이 깔려 있는데다 닭의 감칠맛이 기본적인 맛의 층을 이루고 있다. 제비집 수프는 송이 향이 한 축을 이루고, 제비집 특유의 꼬들거리는 질감이 또다른 한 축을 이뤄서 맛 (taste), 향, 질감을 통해 맛 (flavour) 의 향연을 즐겁게 느낄 수 있었다. 게살 전복 수프의 경우 감칠맛과 함께 은은하게 느껴지는 단맛이 인상적이다. 비릿하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해산물 향들이 식욕을 자극한다.
해외에서의 광동식 레스토랑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국내 여건상 비슷한 음식이라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로도 꽤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동안 밋밋했던 수프들이 대부분이어서 어쩌다 산라탕을 한 번씩 주문했었는데, 이제는 매번 수프를 주문하고 싶을 정도이다. 바람이 있다면 몇 가지 더 다양한 수프가 추가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진 요원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Poached chicken in superior rose wine sauce
수프와 마찬가지로 가금류 메뉴도 한국에선 빈약한 편인데, 거위나 메추라기 요리는 상상하기 어려울테며 그나마 선택 가능한 닭과 오리 역시 맛을, 음식을 위해 사육한다기 보다 유통 등에 초점을 두고 사육하다 보니 큰 기대감이 들지 않았었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 했었지만 굳이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서 북경 오리를 주문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은 변함 없는데, 오픈 초창기만 하더라도 있었던 오리 구이 요리는 이제 더 이상 만나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오리고기 조림 요리가 계속 메뉴에 남아 있어서 다행인데, 이번에 새로 나온 이 닭고기 요리도 매우 반가운 요리였다.
부드럽게 잘 삶은 닭고기의 질감이야 색다른 것은 아니지만 - 항상 말하지만 닭고기는 과조리 하지 않는한 질기지 않다. - 짠맛과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진 소스와 함께 먹으니 기존의 귀비계와 같은 요리를 생각하면 조금 색다르게 느껴진다. 거기에 뒤늦게 올라오는 은은한 장미향도 매혹적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함께 제공되는 생강 다진 것을 올려서 먹으면 또다른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Braised spinach bean curd with abalone
Steamed rice with abalone and foir gras
그동안의 메뉴 개편을 생각하면 사실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의외로 눈에 띄는 메뉴들은 12월 한 달동안 진행하는 페스티브 세트 메뉴이다. 메뉴 구성도 좋은데다 특히 이 두 가지 메뉴들은 단품으로 주문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메뉴 때문이라도 페스티브 메뉴를 주문하고싶을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다.
광동 요리에서 안 좋아하는 소스가 없지만 특히 전복 소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전복 시금치 두부 조림 같은 경우 전복 소스의 감칠맛이 어찌나 진하게 느껴지는지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사실 송이 특선 메뉴에서 만났던 송이버섯 시금치 두부 조림을 약간 변형한 메뉴이긴 하다.) 특히 푸아그라 전복 찜밥은 푸아그라 지방의 고소함과 전복 소스의 감칠맛이 더해져 입안에서 폭발적인 맛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푸아그라가 낯선 이들에겐 특유의 향이나 지방의 고소함이 느끼하다라고 느껴지겠지만 이런 폭발적인 맛의 매력을 느끼는 것이 파인 다이닝의 매력이 아닐까?
The sweet sphere
Chestnut mousse and green tea whipped garnish with raspberry cream
디저트 메뉴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이 밤 무스 스피어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지난 유자잼 무스와 마찬가지로 이 디저트 메뉴 역시 광동 요리에서 디저트의 특성을 페이스트리 셰프가 캐치를 잘 했다고 느껴졌다. 광동 요리에서 디저트는 서양 요리와 달리 그렇게 달지 않으며 온도도 상대적으로 높으면서 열대 과일의 새콤한 맛이 어느 정도 가미된 것들이 많다. 그러한 특성을 포시즌스 호텔 서울 페이스트리 셰프가 잘 캐치해서 새 디저트 메뉴를 내놓았다. 조금은 텁텁하면서도 단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밋밋한 것도 아닌 그런 맛을 잘 재현했다. 아주 달지 않으면서 적당히 새콤한 이 디저트를 먹고 나면 광동식 요리에서의 전통 디저트들을 먹은 것과 똑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 한동안 유 유안에 가면 이 디저트만 계속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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