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각, Ya Ge로 표기하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면 "야끄" 에 가까운 발음을 하지만 그냥 "야게" 라고 읽어도 무방하다고 하였다. 4년 전 처음 갔을 때 확인한 사항인데 어차피 외국인 입장에서 완벽하게 성조까지 감안해서 야끄라고 발음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그냥 야게라고 읽어도 무방하다고 했을텐데 그걸 굳이 따져가며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
아무튼 한자만 놓고 보면 우아한 집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는 각종 전시물들이 눈에 띄지만 정작 내부로 들어오면 간결하다. 조금은 휑한 느낌의 내부 모습들이 의외일 수 있다. 언뜻 레스토랑 이름과 연결이 잘 안되는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음식과 접객은 그 우아함이 은연하게 다가온다.
몇 년전 방송 프로그램 때문에 대만 여행이 인기를 갖게 되었지만 세계적으로 놓고 봤을 때 타이페이라는 도시가 관광지로써 유명한 인기 있는 도시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호텔부터 해서 접객이 조금은 어설프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야게는 전혀 그런 어설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필요할 때마다 서버들은 내 테이블 주변에 있다. 무심코 지나가는듯 한데 찻잔에 차가 비어져 있으면 금새 따라준다. 잠시나마 서로 여유가 있을 때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 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지만 - 다시 말해 접객 및 응대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 직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우아하다는 느낌이 - 비록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세련함은 느껴지지 않겠지만 - 절로 든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우연찮게 서버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는데 분명 세련스럽지 않지만 직원들의 움직임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음식이 나와 손님의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과정들이 리듬감 있게 흘러간다. 특히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코스 요리에서 빛을 발한다.
Pineapple, Barbecued Pork Bun, Baked
직원들의 움직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음식 또한 그러한데 일단 플레이팅만 놓고 보면 굉장히 간결하다.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 물론 모든 광동식 레스토랑이 그런 것은 아닌데 대체로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플레이팅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 그런 플레이팅 즉 무심코 접시 위에 올린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플레이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 과함이 거슬렸을지도 모르겠는데, 간결함 속에 우아함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맛이 한 편의 예술품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이 차슈 번을 보자. 젓가락을 이용해서 집어 들면 은은한 고소한 향이 먼저 느껴진다. 이어서 한 입 베어물면 부드럽게 쉽게 베어진다. 그런 가운데 바닥쪽의 푹신한 부드러움과 윗쪽의 바삭함이 서로 과하지 않고 정확하게 대조를 보인다. 속에 든 돼지고기는 부드럽지만 탄력있게 씹힌다. 돼지고기의 짠맛은 파인애플의 단맛과 신맛이 맞물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역시 정확하게 맛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파인애플의 아삭거리는 질감도 리듬감을 불어 넣어준다. 처음에 짠맛이 입맛을 돋운다면 마지막에 신맛이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 준다. 워낙 이 딤섬을 좋아해서 여느 광동식 레스토랑을 가든 메뉴판에 보이면 무조건 주문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딤섬중 가장 완벽했었던, 여기서 더 이상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그런 딤섬이었다.
지난 4년간 이곳을 매년 방문하면서 메뉴판에 있을 때마다 - 항상 메뉴판에 있는 것은 아니다. - 주문 했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현재 이 상태가 가장 완벽하다. 실제로 매니저와 대화를 나눌 때 이 딤섬에 대해 극찬을 하니 셰프가 그동안 많은 연구를 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고전적인 요리들을 그대로 내놓기 보다 그 안에서 야게만의 음식으로 재창조한, 파인 다이닝에서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음식이라고 할까? 비단 이 딤섬만 그렇게 나온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요리가 질감, 향, 맛 등을 세심하게 가다듬어서 투박한 것 같지만 우아하게 나온다. 여기서 플레이팅까지 가다듬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게 할 경우 오히려 그 균형감이 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Organic Soy Pudding
여느 광동 요리에서의 디저트처럼 밋밋한 가운데 은은한 고소함이 느껴진다. 사실 디저트라고 하기엔 거의 무맛에 가까워서 텁텁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여기에 같이 곁들여진 꿀과 설탕 중 하나를 선택해서 더해 먹으면 또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신경을 썼다면 맛부터 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설계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무심함 속에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진 맛의 설계들이 오히려 더 우아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좋은 차와 함께 곁들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그때엔 또 어떤 새로운 딤섬들을 만나게 될까? 지금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딤섬들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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