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메뉴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4코스 기준으로 가격이 20만원대였기 때문인데, 화이트 트러플이 들어가는데 가격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설명 듣기로 코스별로 화이트 트러플이 2g 씩 들어간다고 설명을 들었다. 그래도 가격이 너무 낮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문제는 그러한 가격 정책이 왜 그리 결정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처음 셰프가 들고 왔을 때 아무런 향이 안 나서 의외였었는데, 먹는 내내 화이트 트러플 향을 거의 맡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듣기로 향이 너무 약해 셰프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그냥 행사를 진행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 한다. 물론 할지 말지 선택 여부는 보칼리노 측에서 할 일이며, 셰프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기엔 의사 결정 구조가 복잡한 것도 있으므로 굳이 업장측의 편을 들자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그것과 별개로 하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품질 자체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화이트 트러플 향이 거의 없는 편이니 그것에 맞춰 설계 했을 음식들은 모두 다 하나 같이 맛이 없었다. 향이 빠져버리니 안그래도 밋밋한 음식들이 더욱 밋밋했었는데,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Tagliolini, butter and thyme emulsion, truffle paste
메뉴판을 제대로 안 읽은 나의 잘못도 있지만 화이트 트러플을 올리는 음식에 트러플 페이스트가 들어간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정말 향이 거의 나지 않아 추가 요금을 더 내기로 하고 2g을 추가해서 총 4g의 화이트 트러플을 올렸는데, 여전히 맛 (flavour) 이 밋밋한 가운데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트러플 페이스트의 향을 맡고 있자니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경이었다.
게다가 보칼리노의 고질적인 문제라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 조리 상태, 문득 예전 로리스 셰프가 떠나고 치로 셰프가 오기 전 공백 상태에서 머리부터 꼬리까지라는 행사를 진행한 적 있었는데 그때가 갑자기 생각났다. 무슨 말이냐면 그냥 한 마디로 말해 총체적 난국이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기대를 안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언제까지 과조리 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 게다가 저 흥건한 상태를 보라! 화이트 트러플 향은 없는데 트러플 페이스트의 향을 맡고 있자니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다.
Semola risotto, truffle paste, hazelnut
주문을 넣을 때 추가로 6g을 더 넣어서 총 8g이 올려진 상태인데, 앞서 탈리올리니를 먹을 때 그런 상황인줄 알았다면 절대로 이렇게 추가 주문을 안 했을 것이다. 8g까지 화이트 트러플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러플 향은 거의 나지 않고 웃기게도 트러플 페이스트의 향이 강하게 치고 들어 오는데, 역시나 과조리 된 상태에서 불협화음의 맛을 느끼자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건 반 이상 남겼었다.
화이트 트러플도 끝물인데다 한국에 들어오는 트러플의 상태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조리 상태도 그동안 치로 셰프가 있을 때 어느 정도 끌어 올린 주방의 조리 수준을 생각하면 어이 없다는 표현을 써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시 형편 없어졌는데, 비단 보칼리노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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