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백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보니 샤브샤브 메뉴를 시작한다고 해서 얼른 다녀왔다. 이미 내 블로그에서 아키라 백 리뷰 글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맛내기 기법의 단순함이 금방 질리는 설계여서 그리 자주 찾진 않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예전 키오쿠의 가이세키 요리를 떠올릴 수 있는 메뉴들이 간혹 있기에 가끔 찾게 되는데, 샤브샤브는 아키라 백보다 키오쿠쪽에 좀 더 가까운 메뉴여서 부랴부랴 찾게 되었다.
Experience Chef Akira's New Promotion Menu
AB SHABU SHABU
Hanwoo Sirloin, Assorted Vegetables, Udon, Shabu Stock
내 블로그에서 각 레스토랑마다의 메뉴판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만든 것이 아닐뿐더러 그런 역할은 이미 레스토랑 홈페이지가 충실하게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샤브샤브가 어떻고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다. 물론 그런 것들을 알면 재미는 있겠지만 음식을 먹는데 어떤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스톡에 대해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아키라 백에선 국물을 떠 먹으라고 따로 숟가락을 제공하지 않는다. 샤브샤브 먹는 방법을 생각하면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나는 아키라 백 - 예전 키오쿠 - 을 믿기 때문에 따로 스톡 맛을 볼 생각은 없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몇 숟갈 떠먹어보긴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단맛과 짠맛이 강한 편인데 -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로 너무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 뒤에 따라오는 신맛도 조금 느슨하지만 느껴지는 편이었다.
왜 만약의 경우라고 이야기 하냐면 이런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건강을 생각해서인지 - 난 그게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건강을 생각하면 다이닝은 안 가는 것이 맞다. - 상대적으로 간을 약하게 해 달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런 요구는 난 사실 소비자의 정당한 요청 또는 요구라고 보지 않는데, 다행히도 아키라 백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스키야키를 조금 비틀어서 만든거라 대체로 간이 강한편이다. 그러니 한국식처럼 먹을 필요는 없고 살짝 데쳐서 먹으면 채소의 아삭한 질감도 즐길 수 있고, 한우임을 감안하더라도 부드러운 쇠고기의 질감늘 느낄 수 있다. 버섯이나 두부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국물 중심의 요리로 접근했다면? 그렇다면 처음부터 스톡의 간이 강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건더기가 의미 없어지는 것이 맛들이 모두 국물로 빠져 나간 생기 잃은 즉 질긴 고기와 채소를 건져 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니 아마 주문할 때 아키라 백 측에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겠지만 거기에 충실히 따른다면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업장측의 의도를 생각하면 굳이 나쁜 방향의 선택지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함께 곁들일 소스는 총 네 가지가 제공 되는데, 사실 스톡이 충분히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소스랑 같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맛의 균형을 위한 신맛의 존재가 조금 느슨하기 때문에 좀 더 요리를 즐기고싶다면 신맛을 보충해 줄 소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안타깝게도 칠리 소스는 단맛이 너무 강해 금방 물리고, 폰즈 소스는 신맛도 있지만 짠맛도 강해서 스톡과 맛이 중첩되어 오히려 더 짜게 느껴진다. 생계란은 사실 나는 한국 계란에 어떠한 믿음도 없기 때문에 딱히 맛있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깨 소스가 조금 텁텁한 질감이 덧대여지긴 하지만 신맛이 어느 정도 보충되기 때문에 그런대로 먹을만 했었다.
고기와 채소를 살짝 데쳐 먹고 난 뒤에 함께 제공된 우동을 살짝 풀어서 건져 먹으면 되는데, 한국식처럼 국물까지 떠먹을 필요는 없고 거기에 밥을 요청해서 말아 먹거나 죽을 만들어 먹을 필요도 없다. 그러라고 만든 요리가 아닌데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기물 자체가 팔팔 끓여서 뭘 할 구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창한 구성은 아닌데다 두 사람 기준으로 양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점심 시간에 간단하게 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예전 키오쿠 시절이 살짝 생각나서 좋았었는데, 좀 더 개인적인 바람은 이런 류의 요리가 몇 가지 더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아키라 백과는 결이 좀 안 맞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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