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셰프가 떠나고 쿠 셰프가 처음 왔을 때 먹었던 요리들을 떠올려보면 광동 요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쿠 셰프는 호남이나 사천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었다. 모종의 일로 인해 그가 펼쳐내는 요리들이 한국에서 의욕을 잃었다는 느낌이 간혹 들 때가 있지만 어찌되었든 서울에서 제대로 만든 사천, 호남 요리를 아주 가끔 먹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마라 열풍을 생각하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4월 1일부터 마라 스페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주문 가능한 요리는 총 네 가지 뿐이며 사천 요리하면 떠올릴만한 요리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천 후추라 부르는 재료가 들어감으로써 혀가 얼얼한 느낌의 짜릿함을 우선적으로 떠올리겠지만 실제로 사천 요리들을 먹어보면 모두가 다 엄청 맵고 혀가 얼얼한 것은 아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단순하게 맛이 그렇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과정에서 단맛과 신맛 등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그 매운 정도도 처음부터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끌어오르는 경우를 만날 수도 있다. 향은 또 어떠한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섯가지 맛에 향신료의 향, 거기에 더해 통각인 매운맛이 적절하게 더해짐으로써 우리는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또다른 묘한 자극을 느낄 수 있는데, 난 그것이 사천 요리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매력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류의 요리는 고통일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럼 요리를 선택 안 하면 될 문제를 선택한 뒤 자꾸 불만을 터트리는데 있다. 지난 시그니엘의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 방문 때도 했었던 이야기인데, 불만을 제기 안할테니 제발 제대로 만들어서 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짠맛을 좋아하지 않으니 짜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 사실 파인 다이닝에 가면서 건강 걱정 하는 것부터 난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 를 요청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짜다고 안 할테니 제발 간 좀 제대로 맞춰서 내주세요 라고 요청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Chef Koo's Recommendation Ma - La Special
Spicy Hanwoo beef stew with chili and coriander
르 쉬느아에서 이미 비슷한 요리를 먹은 적이 있지만 거기와는 또 다른 느낌의 요리이다. 한식에서의 국물 요리를 생각하고 실컷 떠먹었는데, 실제로는 건더기만 건져 먹고 국물은 잘 마시지 않는다고 들었다.
쇠고기의 감칠맛이나 안에 든 배추의 은은한 단맛, 처음에는 모르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얼얼해지는 혀와 어느새 머리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 - 흘러 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 많이 흘릴 수도 있다. - 그러면서 느껴지는 머리에서부터의 짜릿함이 꽤 매력적이다.
다만 이런 매력을 느낄려면 안타깝게도 사천 요리답게 제대로 만들어 주세요란 요청을 먼저 해야 한다. 국내 호텔 다이닝 대부분의 주요 고객들을 생각하면 다이닝 측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특유의 얼얼함과 더불어 매운맛을 제대로 못 느낄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각종 TV 프로그램을 보면 외국인들이 왔을 때 김치나 홍어를 들이밀 때가 있다. 한국에 왔으면 한식 맛을 제대로 느껴야지! 하면서 말이다. 그럼 외국 음식을 한국으로 들여왔을 때에는? 한국에 들어왔으니 한국식대로 만들어 먹어야지! 좋다, 그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한국식이 언제 제대로 체계적으로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있었던가? 설사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한국식 중식만 있는 것보다 어딘가에는 광동 요리나 사천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들도 이제는 세계적인 도시, 서울에 생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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