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4. 15.

L'IMPRESSION in SEOUL - 서울 임프레션 디너 2020년 4월


이 곳을 다녀온 뒤 과연 국내에서 파인 다이닝을 다닐 필요가 있을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분명 어딘가에는 제대로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을텐데 내가 못 찾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 곳은 따로 리뷰 글을 올리고싶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최악의 경험이었다. 따로 글 쓸 필요 없이 나는 이 동영상 하나만으로 이곳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1. 개념 부재

"Welcome to L'Impression Respecting ingredients from local terroir and the heritage of Korean gastronomy, we apply our genuine understanding of aging and fermentation to offer you a unique contemporary cuisine. By sharing our philosophy, inspiration and passion through our creations, we hope to provide you with a memorable dining experience. 

이 땅에서 자란 식자재를 활용하여, 숙성과 발효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한국 본연의 요리법을 접목한 컨템포러리 퀴진을 선보입니다. 임프레션의 철학과 영감, 그리고 열정이 녹아 든 최고의 식사를 통해 기억에 남을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숙성과 발효는 한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깊은 이해를 했다면 맛이 그렇게 단순할 수가 없다. 숙성과 발효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한국 본연의 요리법?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정리된 한국 본연의 요리법이 현재 존재하고 있을까? 있다면 임프레션의 요리들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술 지게미 등을 넣어서 발효시켜 만든 빵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일단 제대로 구운 빵이 아니었지만 그것을 떠나서 술 지게미를 넣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빵의 전체적인 맛은 시큼거리면서 끝맛이 달았다. 그것도 여운이 꽤 긴데다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다. 그래서, 코스 메뉴에서 묵묵히 자리를 차지해야 할 빵은 요리의 모든 맛을 뒤덮어 버린다. 분명 어떤 요리를 먹었는데 빵이 압도해버리는, 그래서 심지어 짝을 맞춘 와인 - 와인의 짝도 대부분 맞지 않았다. - 마저 압도해버리는 바람에 더욱 불쾌감을 남긴다. 심지어 이 빵은 한 번 먹고 나니 아직 코스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서버가 그냥 치워버린다. 물어보니 따로 요청 하면 계속 빵을 제공하지만 요청이 없으면 치우는 것이 업장의 방침이란다. 그러면서 필요한지 묻길래 괜찮다고 하였다. 굳이 다시 먹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만들었다는 새우젓갈과 피클류도 마찬가지이다. 감칠맛과 신맛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약한 대신 앞서 빵과 마찬가지로 불쾌한 여운의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식의 쌈과 같이 먹으라고 나온 코스에서 맛의 균형을 전혀 잡아주지 못한채 오히려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계절별로 메뉴가 바뀐다고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봄을 맞이해서 최근에 메뉴가 바뀌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먹는 사람 입장에선 봄을 맛으로 표현했을 것이라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디에서도 봄이라는 계절을 느끼지 못했다. 설마 봄을 대표하는 식재료를 사용했으니 봄을 표현했다라고 하는 것일까? 그런 것은 파인 다이닝의 영역이 아니다. 


임프레션에서는 숙성과 발효를 통해 어떤 맛의 세계를 보여주려고 했을까?



2. 조리 문제


아뮤즈 부쉬는 꽤 화려하게 나온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흔히 세계 삼대 진미라는 캐비아와 푸아그라, 트러플이 모두 등장한다. 플레이팅도 꽤 그럴싸하다. 그렇지만 삼대 진미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아무런 맛이 없었다. 왜 삼대 진미라고 부를까? 재료 자체가 폭발적인 맛을 갖고 있어서 모든 것을 압도해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다 그런 압도적인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트러플은 향이 없었고, 캐비아는 감칠맛이 미약했으며 - 국산 캐비아의 한계 - 푸아그라는 지방의 고소함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어쨌든 미리 준비를 해놓을 수 있는 아뮤즈 부쉬는 그럴싸하게 등장한다. 맛이 어떻든 시각적으로 좋은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Dry - aged duck, savoy cabbage, red radish

그러나 코스가 진행될수록 아뮤즈 부쉬의 화려함은 - 맛은 둘째치고 - 온데간데 없고 점점 나쁜 방향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처음 이 오리를 받았을 때 다시 되돌려 보낼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아마 이 오리만 문제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스가 진행될수록 점점 나쁜 방향으로 조리 상태를 보여줬기에 되돌려 보내봤자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먹었는데, 당연히 제대로 구워지지 않은 오리인데다 맛도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다 먹지 않고 남겼었다. 보통 이렇게 되돌려 보내면 업장측에선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기 위해 어떤 행동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물론 그러기 전에 사전에 이런 상태의 오리는 먹는 사람에게보내기 전에 차단했어야 한다.






중간에 빵이 나올 때 함께 보여줬던 이 버터는 보기에는 즐거울지 몰라도 사실 음식을 즐기는데 별다른 의미를 보여주지 못했었다. 그렇다고 버터가 맛이 좋았냐면 발효를 시켰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결과물은 썩 좋지 못했다.

난 무엇보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비단 임프레션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파인 다이닝을 보면 아뮤즈 부쉬는 꽤 공들여 만드는 반면 코스가 진행될수록 조리 실력부터 의심스러운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된다. 

무슨 말이냐면 임프레션은 주방이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보고싶지 않아도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버터가 한 번 나갈 때마다 주방 인력 중 한 명이 도중에 하던 일을 멈추고 저 버터를 보기 좋게 모양을 다시 잡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버터가 나올 때 먹는 사람 입장에선 보기 좋아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냥 처음부터 주방에서 버터를 예쁘게 담아내와도 먹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온전히 요리를 조리하는데 투입되어야 할 인력이 큰 의미가 없는 버터 모양을 다시 잡는데 투입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음식의 조리 상태는 썩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물론 그 인력이 조리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고 해서 결과물이 좋았을지는 모르겠다.





Livarot cheese, asparagus, spring greens tartelette

열린 주방이라 계속 들을 수 밖에 없었는데, 셰프가 명령을 내리면 "Oui" 라고 대답을 한다. 어찌되었든 기본적으로 임프레션은 프렌치 레스토랑임을 내세우는데,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치즈를 이런식으로 내놓을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조리 상태는? 



3. 맛의 부재


요즘 프렌치 요리가 점점 가벼워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바탕에는 짠맛과 지방의 고소함이 깔려 있다. 임프레션에서는 그런 밑바탕을 만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그런 맛의 세계를 보여주면 대체로 짜다, 느끼하다라는 반응이 많다보니 의도적으로 조절한 것인지 물어보니 임프레션은 처음부터 그렇게 맛을 냈다고 한다.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할 맛들이 희미하다 보니 음식들은 대체로 맛이 없었다. 코스의 첫 시작인 두릅과 봄나물들은 간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발효랍시고 한국의 장을 버무려 내놓다 보니 나물의 쓴맛들만 강하게 느껴지는데다 심지어 셋 다 맛이 비슷해서 굳이 세 가지 종류의 나물을 내놓을 필요성을 못 느꼈었다. 랍스타도 마찬가지로 특유의 단맛과 함께 진한 감칠맛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게다가 향들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인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전체적으로 맛 (flavour) 의 세계는 0에 가까운 입체적이지 않고 매우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 가운데 단맛이 강하면서 시큼거리는 빵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요리들의 맛을 눌러 버리니, 가뜩이나 짝이 안 맞아 마시는 내내 불편했었던 와인들은 빵들과 오히려 충돌을 일으켜 더욱 불편함을 남겼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조리 실력이나 개념의 부재를 생각하기 전에 의도적으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까지 한국에서 프렌치 요리의 인식은 짜고 느끼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디저트쪽으로 넘어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디저트를 말하기 전에 소위 메인격이라 할 수 있는 육류로 넘어가기 전에 나온 이 셔벗은 놀랍게도 단맛이 매우 강해 - 그만큼 신맛도 탄탄해서 그게 더 놀라웠었다. - 나는 여기서 식사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디저트들은 더욱 놀랍게도 단맛이 아닌 묘한 맛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Black pepper ice cream, toffee pudding, smoked banana

단맛 중심이어야 할 디저트는 오히려 쓴맛 중심이었다. 희미한 단맛 뒤에 남는 불쾌한 여운의 쓴맛때문에 가뜩이나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던 코스는 마무리마저 썩 좋지 못했었다. 분명 아이스크림만 떠먹었을 때에는 그래도 단맛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는데, 바나나와 토피 푸딩까지 모두 함께 먹었을 때에 느껴지는 이 불쾌함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에스프레소 싱글은 아메리카노처럼 묽었었고, 마카롱은 너무 푸석거리는 질감때문에 또 한번 놀랬었다. 차라리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쫄깃함이었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웃어 넘겼을텐데 그런 쫄깃함이 아닌 푸석거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4. 서비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서비스이다. 다른 것들을 말 할 필요 없이 내가 방문했을 때 테이블 상태를 보자. 나는 원래 이 테이블들은 처음부터 손님을 받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마지막에 나갈 때 챙겨준 것은 끝까지 오묘한 맛의 세계를 보여줬었다. 고소함과는 거리가 아주 먼 태운듯한 쓴맛때문에 결국 버려야했었다.


임프레션은 이름 그대로 나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줬었다. 그 깊은 감명이 좋은쪽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 그냥 그날 하루 참 맛없는 음식 먹었네 하고 끝났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기억속에 남겠지만 애써 그 기억들을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두려운 것은 임프레션이 한국에서 어떤 컨템포러리 퀴진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임프레션은 이쪽 세계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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