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4. 2.

YU YUAN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 새 메뉴 2020년 3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재작년부터 전략을 바꿔 포시즌스라는 이름에 맞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메뉴를 내놓고 있다. 이런 경우 메뉴 개발을 해야 하는 셰프 입장에서 머리가 아프겠지만 먹는 사람 입장에서 좀 더 자주 메뉴가 바뀌니 좋을 수 밖에 없다.

메뉴가 바뀔때마다 (설사 그런 전략이 아니었어도) 인기 있는 메뉴들은 거의 대부분 남아 있고 인기가 없거나 또는 셰프가 생각한 개념 등에 맞춰 바뀌는 메뉴가 일부 있기 마련인데, 거기에 한국은 변수가 더 추가 된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의 광동 요리 더 나아가 중국 요리에 대한 몰이해, 식재료 공수, 라인 쿡들의 조리 실력을 감안해야 한다.

유 유안은 오픈 초창기부터 룽킹힌을 필두로 해서 다른 레스토랑과 많이 비교되었었다. 똑같은 요리를 똑같은 재료로 만드는 - 물론 만드는 사람은 다르겠지만 - 프랜차이즈점도 아니고 셰프라는 존재가 있는 파인 다이닝에서 레스토랑들간 수평 비교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 먹었던 그 맛이 아니야란 후기는 많았어도 정작 내가 먹었던 그 맛이 어떤 맛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논리적인 근거를 갖춘 주장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법적인 문제도 있지만 - 좋게 말해 한국의 식품 관련 법들은 한국인들의 건강을 위해 굉장히 엄격하다. - 수요가 적다보니 수입이 안되거나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식재료가 많아서 요리에 한계가 있다. 단적인 예로 국내에서 제대로 광동 요리를 내놓는 두 곳, 유 유안은 아예 볶음밥을 국산쌀로 만들며, 르 쉬느아는 볶음밥을 국산쌀과 수입쌀을 반반 섞어서 만든다. 거기에 어쨌든 영업을 해야 하는 곳이니 - 셰프의 이상만을 마냥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 대중들이 선호하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결과적으로 새로 나오는 요리는 분명 한계가 있다. - 심지어 가격까지 고려해야 한다! 파인 다이닝에서! -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들도 하나 하나 따지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꽤 많다.






Crystal pork with superior garlic sauce


메뉴판에서 이 메뉴를 보는 순간 속으로 환호를 했었다. 드디어 서울에서 광동식 편육을 만날 수 있다니! 찰랑거리면서 탱글거리는 가운데 부드럽게 씹히는 돼지고기, 그리고 매콤하면서도 짠맛이 먼저 느껴지지만 뒤이어 감칠맛과 약간의 단맛이 느껴지는 소스의 합이 아주 좋다. 짝을 맞춘 술과 함께라면 더 기분좋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Barbecued pork belly with lemongrass and kiwi


짠맛의 밑바탕이 아주 좋다. 촉촉하면서 탄력있게 - 쫄깃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 씹히는 질감이 경쾌한데, 다만 아쉬운 것은 키위의 단맛과 신맛이 조금 약해서 맛의 균형이 짠맛쪽에 좀 더 기울여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때 같이 제공된 소스를 위에 얹어 먹으면 그 아쉬움이 곧바로 해결된다. 신맛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결과적으로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식사와 디저트 메뉴가 바뀐 것이 없어서 아쉬운데, 내가 이 블로그에서 항상 주장하는 것이지만 한국은 다양성이 너무 떨어진다. 한국식 중식을 하는 레스토랑들이 나름대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광동 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레스토랑들도 존재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며 더 다양한 요리가 나올테고, 그럴수록 먹는 사람 입장에선 다양한 요리와 함께 좀 더 깊은 맛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 지금도 유 유안에 앉아서 식사를 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 북경 오리 위주로 요리를 주문하는 것을 본다. 유 유안에 북경 오리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왜 오리 위주로 이야기가 계속 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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