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1. 10. 12.

MARIPOSA at FAIRMONT AMBASSADOR SEOUL -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마리포사 디너 2021년 10월


이 곳에 대한 리뷰를 쓸 때마다 많은 고민을 한다. 대부분의 블로거들처럼 요리 하나 하나에 대한 평을 블로그에 잔뜩 쓸 것인가? 물론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평보다는 음식 설명 수준에서 그치지만 말이다. 아니면 전반적인 평을 쓸 것인가? 물론 시덥잖게 나만 알고싶은 맛집 따위의 글을 쓸 생각은 없다. 

한국에서는 굉장히 특이하게 - 하지만 당연히 특이한 것은 아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특이할 뿐이다. - 하나의 주제를 맛으로 표현하고 있는 곳, 하나 하나씩 분석을 하든 전체적으로 뭉뚱그리든 결국 그런 내용들을 미리 다 알고 가면 과연 재미가 있을까?





일단 전채부터 한 번 살펴보자. 한국의 여느 파인 다이닝들과 달리 굉장히 특이하게도 아뮤즈 부쉬는 간결하게 나오고, - 난 한국의 유명하다는 파인 다이닝에서 나오는 아뮤즈 부쉬는 눈속임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 전채부터 밑바탕은 짠맛과 감칠맛이 깔려 있다. 거기에 해산물들의 단맛과 함께 포도의 신맛 - 그렇다.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샤인 머스켓과 같은 단맛 위주의 포도가 아닌 - 이 맛의 균형을 맞춰준다. 그리고, 함께 짝을 지은 샴페인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기포가 질감 대조를 형성 하는, 자 여기까지는 그냥 흔한 맛의 표현이다. 그래서, 이 접시 안에서 셰프가 표현하고자 한 주제의 시작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

정작 셰프가 드러나야 할 곳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만큼 셰프의 모습을 드러내놓는 곳이 있을까? 소믈리에도 마찬가지이다. 난 이보다 더 자기 목소리를 들려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절반도 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너무 지나친 억측일까?





셰프가 이야기하고 싶어한 흐름들은 스프에서 한껏 더 기대감을 불러온다. 미리 알면 재미없으니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자. 새 메뉴는 9월부터 시작했었고, 9월에는 추석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추석' 이란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가?





메인은 그 이미지 뿐만 아니라 한식에서의 '무엇' 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여전히 짠맛과 감칠맛이 밑바탕이고, 밤은 고소함을 보여 준다. 밥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빵이 - 비록 완성도는 아쉽지만 -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여기에 짝을 맞춘 와인은 이야기의 흐름을 너무 고조시키지 않고, 감정 과잉까지 연출되지 않게 다독거려 준다. 얼마전까지 만났었던 메인 선택은 스테이크, 그래서 칼도 선택 해주세요와 같은 모습들은 이제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 







디저트에서는 하필 몽블랑이 나오다니, 지금까지 흐름을 잘 이어오다 너무 뻔한 내용 때문에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 또다른 하나의 장치가 작용한다. 이날 내가 방문 했을 때만 하더라도 야외에서 식사하기엔 괜찮은 온도였었다. 그래서, 지금도 후회한다. 이 날 야외에서 요리를 즐겼어야 했다. 장소, 음식, 술, 그리고 접객까지, 이런 만족도를 또 언제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있을까?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겠다. 더 자세히 말하면 너무 재미가 없을테니까 말이다.

오픈 초창기 때의 모습들을 생각하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발전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비록 국내 여건의 한계를 모두 타파한 것은 아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벌써부터 다음 메뉴가 기대 된다. 







짝을 맞춘 와인에 대해 하나만 이야기 하자면 내츄럴 와인이 하나 나왔는데, 업장측에선 나름대로 제어를 했다고 하지만 그 특유의 시큼한 맛과 퀘퀘한 향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는 없었다. 이런 복불복에 가까운 와인이 'Natural' 이란 단어 때문에 하나의 유행이 된 것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데, 그래도 그 특유의 맛과 향을 어느 정도는 제거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짝이 잘 맞았다 생각하지만 이 날 전체적으로 즐거웠던만큼 나름 보정된 결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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