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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6.


2016년 첫 시작이래 항상 호기심을 자극했었던 더 월드 오브 빙수가 드디어 2019년에도 모두 발표되었다. 한국에서 - 더 넓게 보면 아시아 지역 - 디저트 개념으로 빙수가 소비되고 있다면, 외국인 셰프 입장에서 빙수라는 디저트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했었는데, 바라건데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디저트란 음식으로 접근해서 만든 빙수들은 하나같이 외면 받는 반면, 생과일을 잔뜩 올려서 만든 빙수가 여전히 인기 있다면 더 월드 오브 빙수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전히 나는 그럴바엔 차라리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먹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English Tea

inspired by FS London


작년의 High Tea 라는 빙수를 조금 손봐서 다시 나온 빙수인데, 작년에 처음 먹었을 때 향이 좋아서 인기 많겠다고 생각했었다. 예상대로 꽤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올해에 다시 내놓았다고 한다. 올라간 아이스크림 종류가 바뀐 것 말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사실 작년에 나왔던 빙수를 거의 그대로 다시 내놓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위에 올린 오렌지가 생과일이란 것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생과일 더 나아가 '생' 이란 단어가 붙으면 한국에선 고급이란 이미지가 붙는 경향이 있는데, 과일을 있는 그대로 사용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이 항상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려대로 상태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Vitamin Sea

inspired by FS Maldives Kuda Huura


음식에서 신맛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도 재미있는 이 빙수는 신맛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빙수였다. 김치를 좋아하면서 의외로 음식에서 신맛이 느껴지는 경우 싫어하는 한국인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이 빙수는 일종의 재앙처럼 여겨질 수 있을만큼 신맛이 강렬하다. 그런데, 그게 단맛의 균형을 잘 맞춰주고 있으며 이름처럼 비타민 C 하면 떠오르는 맛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함께 제공되는 모히토를 넣으면 향이 더해지면서 좀 더 풍부한 flavour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코코넛이 가지고 있는 바삭함과 크럼블이 가지고 있는 바삭함은 서로 결이 조금 다른데, 그것들이 부드러운 질감의 빙수와 라임 젤리와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 질감 차원에서도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 나온 더 월드 오브 빙수를 포함해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지금까지 내놓았던 더 월드 오브 빙수 중 가장 디저트다운 빙수를 드디어 처음으로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맛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난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선 자꾸 다른 방향으로 표현을 하려고 해서 - 주로 보이는 쪽으로, 시각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그게 맛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 차라리 그럴바엔 빙수를 안 하는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맛을 설계 한다면 난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다.










Dolce Delizioso

inspired by FS Florence


알렉스 셰프의 티라미수를 보칼리노에서 먹고 정말 잘 만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빙수 역시 티라미수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얼음 위에 티라미수를 올려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잘 만든 티라미수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 다시 주문 했을 때, 플레이팅이 좀 바뀌었는데 이렇게 바뀐 것이 먹기엔 훨씬 편했다.










Soobakbing

inspired by FS Seoul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섯번째로 나와야 할 빙수인데 마지막으로 바뀐 이유는 수박 때문이었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굳이 수박으로 빙수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굳이 호텔측에서 직접 - 물론 호텔 직원이 직접 재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 수박을 생산해서 말이다. 처음부터 나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마디로 말해 총체적 난국의 빙수였었다. 전형적인 한국식의 접근, 그래서 괴랄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자꾸 그것을 시각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름이란 계절을 맛으로 표현하려는데, - 그럴 능력이 안되서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생각하지만, 기껏 만들어봤자 소비자측에서 이해 못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 여름 하면 한국에선 과일이 수박이 가장 먼저 떠오를테고, 그걸 빙수 위에 올려보자,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너무 간단하게 보이니 스토리텔링을 더해 호텔에서 직접 재배한 수박을 올려보자, 그리고 이왕이면 수박 속을 파서 그 안에 빙수를 넣어서 제공하자.

그럴거라면 그냥 수박 사서 먹는게 낫지 않나? 차라리 화채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의도로 수박을 재배했는지 설명을 들으면 이해는 되는데, 항상 결과물은 의도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수박이 이렇게 작게 생산될지 몰랐다는 이야기는 그냥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셰프라면 그런 변명을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수박은 달긴 하지만 그 단맛이 흐릿한 인상을 많이 줘서 끝이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이 빙수에서도 똑같이 느껴지니 맛이 없었다. 게다가 신맛을 더하기 위해 석류 시럽을 위에 뿌렸는데, 차가운 얼음과 만나면 딱딱하게 굳어질 것이란 생각을 못한걸까? 심지어 함께 올린 코코넛 크림은 꽝꽝 얼어서 먹는데 깜짝 놀랐다. 수박 모양의 젤리 역시 차가운 얼음과 만나니 쫄깃하다 못해 질겨져서 먹기에도 불편하지만 질감 자체가 너무 불쾌했었다.


함께 제공된 수박 속엔 일종의 그라니타 식으로 만들어 나왔는데, 난 처음에 저 씨앗이 모양을 내기 위해 초콜릿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짜 씨앗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나마 이 그라니타는 빙수보다는 괜찮은 편이었다.






주말에 다시 방문해서 먹었는데 첫날 내가 먹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코코넛 크림을 좀 더 많이 넣은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석류 시럽도 내가 먹을 때에는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었는데 사진처럼 전혀 굳지 않았고 빙수 속에 시럽이 적절하게 섞여 있었다. 게다가 내용물도 구성이 조금 달랐었는데, 내가 먹을 때에는 빙수 얼음, 수박 아이스크림, 석류 시럽, 수박 모양 젤리 이게 다였다.

그러니 혹평을 했었는데, 원래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라면 혹평까지 할 수준은 아니다. 석류 시럽의 신맛이 여름이란 계절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다 젤리가 여전히 차가운 얼음과 만나 딱딱해진 질감이 거슬리긴 하지만 그라니타의 씹히는 질감과 대조되는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질감이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문제는 석류 시럽의 신맛이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전면에 나서다보니 수박 빙수라는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그냥 수박이 들어 있네 정도일 뿐, 맛에 어떤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이건 취향 문제일 수도 있는데, 수박 씨앗들이 먹는데 꽤 방해가 된다. 나야 어릴 때부터 수박을 먹을 때 씨앗도 그냥 먹어서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런 수준이라면 그럭저럭 먹을만 해졌는데, 그렇다면 내가 첫 날 먹었던 빙수는 무엇이었을까?

2018. 8. 8.


2018년을 맞이하여 세 번째 행사를 진행중인 월드 오브 빙수도 이제 일곱 가지 모든 메뉴가 다 나왔다. 올해에는 2주일 간격으로 새 메뉴를 선보였는데, 매번 새로 나오는 월요일에 곧바로 달려가 먹어본 이유는 크게 두가지 때문이다.

첫째, 재료의 일관성 문제인데 한국은 거의 모든 식재료가 맛에 초점을 두고 생산된다고 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상황이다. 대체로 생산 편의성과 유통 편의성에 초점을 두기에 재료가 일정 수준 일관한 품질을 보여주지 못한다. 특히 과일은 그 상황이 더욱 심한데 수입을 하든 국내에서 생산을 하든 상관없이 같은 메뉴라도 그날 들어온 과일 상태에 따라서 맛의 편차가 너무 큰 편이다. 그러니 아예 첫날에 방문하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맛의 변화인데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디저트는 단맛 중심인데 한국에서는 그 단맛을 너무 싫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은 갈수록 단맛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디저트는 갈수록 달지 않게 만들고 있다. 비록 빙수는 그 편차가 좀 덜하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런 변화가 그렇게 달갑지 않기에 첫날에 방문하는 것이다.


아무튼 네 가지 빙수는 어떻게 나왔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자.










BUBBLE BATH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George V Paris


파리의 영감을 받아서 그런 것인지 일곱가지 빙수 중 가장 예쁘게 나왔던 빙수이다. 문제는 자몽인데, 아무래도 자몽 특유의 쓴맛이 한국인들에게는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생과일을 그대로 올리다보니 질감 차원에서도 살짝 거슬리는 측면이 있다. 우유 빙수야 한국 우유 특성상 홀스타인 종을 쓰다보니 유지방의 고소함이 그렇게 받쳐주는 편은 아니다. 반면 슈크림은 신맛이 아주 좋은데 만약 단맛이 좀 더 받쳐줬다면 모양만큼 맛의 차원에서 가장 완벽한 빙수였다고 생각한다. 빙수에 올려놓아서 그런것인지 슈는 얼어서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몇 번 이야기 했지만 개선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HIGH TEA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London at Park Lane


밀크 티의 향과 맛이 인상적인데 단맛과 신맛의 균형도 잘 맞았고, 밀크 티 젤리의 약간 탱글한 질감이 재미 있었다. 오렌지도 첫날에는 단맛과 신맛이 좋았는데 특히 질감도 꽤 부드러웠었다. 헤이즐넛이 크런치한 질감이 대조를 이루면서 맛과 질감, 향 모두 완벽하다라고 할 정도로 좋았기에 대중적으로 큰 거부감 없이 인기가 많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인기가 꽤 좋았다고 한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재료의 품질이 일관성을 갖지 못한 현실 때문에 다시 사먹었을 때에는 오렌지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아쉬웠었다.










CAFÉ HAI

Inspired by Four Seasons Resort Nam Hai, Hoi An


처음에 새로 나올 2018년 월드 오브 빙수 이야기를 들었을때 가장 궁금했었던 빙수가 이 빙수였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솜사탕이 올라가는 디저트가 유행을 하고 있었기에 한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빙수를 선보일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의도는 충분히 이해 되나 결과물은 다소 끔찍하다고 할까? 무척 아쉬웠었던 빙수이다.

처음에는 사진처럼 솜사탕이 올려져 있는데 이 솜사탕이 단맛을 보여주는 가운데, 부어지는 에스프레소와 함께 커피가 가득한 빙수여서 앞서 선보인 하이 티와 함께 가장 고전적인 디저트 조합을 선보이고 있다. 디저트와 커피 또는 디저트와 홍차는 항상 짝지어 다니지 않는가? (물론 한국에서는 그 조합이 잘 어울리지는 못하는데 디저트를 잘 만들면 커피를 제대로 못 내거나, 커피를 제대로 내면 디저트가 엉망인 경우가 많고, 아니 둘 다 잘 못 내는 경우가 더 많다. 홍차도 마찬가지) 그런 차원에서 가장 기대했었는데, 문제는 다음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결과물이 다소 먹기 꺼려질 정도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런 빙수를 먹고싶겠는가? 뜨거운 커피가 부어지니 빙수가 녹으면서 처음에 보이는 모습은 흉측스럽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끔찍했었다. 게다가 단맛이 다소 부족하다 보니 커피의 신맛이 좀 더 지배적이어서 맛의 균형 차원에서도 어울리지 않았다. 다만 곁들여진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꽤 향과 맛이 좋았다. 결국 빙수를 시켜서 몇 숟갈 뜨다가 그냥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다 먹고 나왔었다.










COCO N' BANANA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Johannesburg


그리고 마지막 월드 오브 빙수는 바나나와 초콜릿 조합이었는데 이는 고전적인 조합이니 실패할 확률은 매우 적다. 바나나의 질감이 아주 조금 아쉬웠지만 카라멜 시럽에 졸여 맛과 향을 잘 살렸고, 바삭한 크럼블과 크루통에 대조되는 부드러움이 흥미로운 가운데, 단맛이 강렬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 물론 한국인 기준 - 인상적이다. 신맛의 부재는 올려진 아이스크림이 채워주는데 처음에 호텔 직원이 내 의견을 물었을 때 아이스크림만 놓고 본다면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으니 아쉬울 수 있겠지만, 빙수 맛 차원에서는 오히려 신맛이 균형을 잘 잡아주기에 굳이 아이스크림까지 달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다. 물론 조금 더 신맛이 강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대중들의 입맛, 취향 - 나는 내 취향을 기준으로 평을 하지 않는다. - 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가장 고전적인 조합이니 이 빙수도 인기가 많을 것이다.


이제 올해 준비한 월드 오브 빙수는 모두 나왔다. 2주가 지나면 그 다음부터는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세 가지 월드 오브 빙수를 다시 2주 간격으로 선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방송에도 나왔던 칠라토 빙수는 계속해서 주문 가능하다고 들었다.


앞서 세 가지 월드 오브 빙수 관련하여 글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더 이상 월드 오브 빙수라는 이름 아래 호텔에서 갖가지 빙수를 굳이 만들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맛의 차원에서 몇 숟갈 뜨다보면 그 차가움에 더 이상 맛을 느끼기도 어렵고, 빙수도 디저트이니 질감을 생각한다면 부드러움이 생명일텐데 그 차가운 온도 때문에 올려진 재료들이 얼어버리면서 딱딱하거나 얼음이 녹으면서 수분과 만나 녹아버려 흐물거리거나 끈적이는 질감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빙수를 선보이겠다면 차라리 양을 줄여서 몇 숟갈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내놓으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는데, 질보다 양이 우선인 현실에서 - 가성비란 표현도 결국 가격 대비 양이 얼마만큼이냐로 귀결되지 않는가, 한국에서는 신기하게도 음식값 = 재료비로 수렴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자기 자신의 인건비는 소중하지만 남의 인건비는 생각도 안 하는 경우 역시 많은 편이다. - 그렇게 내놓는다면 오히려 더 인기가 없을테니 호텔 입장에서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이와 관련해서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 때문에 대기가 두 시간 걸린 경우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어서 놀란적이 있다.)


올해 6월에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페이스트리 셰프가 바뀌었는데, 그 역시 외국 국적이다. 새로 바뀐 셰프도 아마 빙수라는 것이 생소할텐데, 내년에도 만약 월드 오브 빙수를 한다면 어떤 빙수를 선보일지 한편으로 궁금하다. 첫번째 월드 오브 빙수는 비록 몇 가지는 당시 찰스 H. 바의 헤드 바텐더 덕분에 알콜이 첨가되며 맛이 아예 달라지는 재미있는 모습을 선보였던 것이 인상적이었고 - 반면에 대부분의 빙수는 당시 각 다이닝 셰프들의 아이디어로 만들다보니 대부분 대중들에게 외면 받기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외국인 셰프들은 빙수가 생소한데다가 당시에는 대부분의 빙수에 유료로 추가해서 알콜 시럽을 넣을 수 있었는데 이것이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지 않는 것은 맛의 차이가 상당했다. 한국적 정서에서는 이것을 당연히 무료로 제공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겠지만 -, 작년에는 무난하게 접근을 했었다면 올해에는 전 페이스트리 셰프가 떠나기 전 디저트의 핵심을 제대로 보여줬다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재료가 제대로 뒷받침만 해줬더라도 아주 훌륭한 빙수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2018. 6. 12.


미리 이야기 하지만 나는 빙수 자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한데, 그 차가움이 몇 숟갈 떠먹기에는 크게 방해가 안 될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호텔이든 빙수 전문점이든 대부분의 업장에서는 꽤 많은 양이 나오기에 처음 몇 숟갈을 제외 하고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마루에서는 2015년 10월 1일 호텔이 오픈한 이후 2016년부터 매년 The World of Bingsu 라는 제목을 내걸고 돌아가면서 빙수를 내놓는데, 올해에는 총 일곱가지를 2주 간격으로 내놓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맛을 즐긴다는 차원에서는 빙수 자체에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외국인 파티시에는 디저트 개념으로써 빙수를 어떻게 접근해서 내놓을까 순전히 호기심이 크기 때문에 매년 빙수가 나올 때마다 맛을 보는데, 사실 작년까지의 빙수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첫 해의 경우 파티시에가 아닌 각 업장별로 셰프들이 한 가지씩 아이디어를 내어 빙수를 내놓았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았었다. 작년에는 파티시에가 직접 주도적으로 나서서 빙수를 내놓았지만, 디저트로써 개념 즉 단맛과 신맛의 조합은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빙수와는 겉도는 느낌이 강했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결과물을 내놓았을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총 일곱가지 빙수를 내놓았는데, 2주 간격으로 내놓다보니 모두 다 맛 보고 평을 쓰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일단 세 가지를 먼저 맛 본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다.










HOLO HOLO

Inspired by Four Seasons Resort Maui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한참 웃었는데, 저 파인애플이 통조림 제품을 썼다고 하는 내용을 봤었다. 물론 모든 호텔들이 직접 이런 빙수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다 만들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만드는 것보다 외부에서 수급 받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 파인애플은 그렇지 않다. 통조림 제품과 구분 못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직원에게 문의 한 번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파인애플이 가지고 있는 신맛과 함께 패션 푸르츠의 신맛이 인상적인데, 단맛과 신맛의 조합, 그것도 열대 과일이 들어갔다면 신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한국인들에게는 이것이 어떻게 받아 들여질지는 예측 가능하다. 김치와 같은 신맛 음식은 큰 거부감이 없으면서 왜 과일이 갖고 있는 신맛은 못 받아들일까? 아무튼 상큼함이 잘 느껴져서 첫 시작부터 나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질감의 대조 차원에서 그래놀라를 넣은 것 같은데, 크런치한 질감보다는 끈적거리는 듯한 질감이 오히려 맛의 차원에서는 매우 거슬렸었다.  










CHILLATO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Mexico City


처음 이 빙수를 보았을 때 2016년 첫 월드 오브 빙수의 하나가 생각났었다. 당시 보칼리노 셰프가 만든 토마토 빙수였었는데, 의도는 대략 어떤 것인지 알겠으나 한국 토마토가 가지는 단점, 즉 단맛이나 신맛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 거슬렸었고 무엇보다 당시 외국인 셰프에게는 빙수라는 디저트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이를 음식으로 바라보고 빙수를 만들었기에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컸었는데, 당연히 결과적으로 토마토 빙수는 인기가 가장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빙수가 나온 것은 어떤 이유일까? 한국 토마토가 가지는 단점을 오히려 역발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닐까? 단맛과 신맛이 강하니 디저트의 재료로써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질감이야 어차피 한 번 조리를 해서 넣을테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테고, 국산 우유 지방의 고소함이 부족한 부분은 아보카도로 채운 것은 아닐까?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은 따로 제공하는 소스를 통해서 균형을 맞춰주고 질감의 대조 차원에서 견과류도 제공되고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매우 흥미로운 빙수이긴 하다. 하지만 토마토의 신맛이 너무 치고 올라오는데, 이것이 과일이 갖고 있는 그런 신맛이 아니라 한국 토마토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너무 시어서 불쾌감을 주는 그런 신맛이 치고 올라와서 썩 유쾌하진 못하다. 아보카도의 질감도 어떤 경우에는 부드럽게 잘 숙성시켜서 괜찮았는데, 또 어떤 경우에는 다소 단단해서 부드러운 빙수 질감과 어우러지지 않아서 먹기 불편했었다.










PEACH PERFECT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Moscow


바닐라 빈과 함께 시나몬을 약간 넣어서 졸인 복숭아의 질감이 빙수와 전혀 어색함이 없이 잘 어울린다. 약간 서걱거리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는 편은 아니다. 체리 콤포트와 함께 아몬드 - 이것도 생아몬드가 아니라 따로 조리를 한 상태이다. - 와 파인애플 셔벗과 함께 먹으면 단맛과 신맛의 전형적인 조합에 부드러움과 크런치한 질감의 대조라는 정석적인 디저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연유는 굳이 안 넣어도 된다. 민트잎과 함께 먹는다면 좀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올려진 머랭인데, 처음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과 접촉하다보니 끈적거리는 질감이 꽤 거슬린다. 보기에는 예뻐 보일지 몰라도 맛의 차원에서는 넣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디저트라는 관점에서 보면 단맛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대중들의 입맛을 생각한다면 가장 거부감이 덜 드는 빙수라고 생각하기에 아마 이 빙수는 인기 좀 끌지 않을까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재료들을 따로 먹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같이 먹는 것이 즐기는 차원에서 좋은 방법이다. 

2017. 7. 10.

각 호텔들마다 빙수를 판매하는 여름입니다.

그 중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는 월드 오브 빙수라고 해서,

전 세계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서 여러가지 빙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네 가지 메뉴는 언제든지 주문 가능하며,

월드 오브 빙수는 매주 한 가지씩 메뉴를 바꿔가며 판매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총 여덟가지 월드 오브 빙수를 판매하는데,

이미 5월 15일에 시작해서 8주가 지났기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동안 어떤 빙수가 나왔는지 살펴볼까요?






American Apple Pie

Inspired by Four Seasons Boston




제일 먼저 판매했던 월드 오브 빙수입니다.

시나몬과 사과는 궁합이 잘 맞죠.

향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빙수입니다.







Pine Coco

Inspired by Four Seasons Chiang Mai



바질 셔벗과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마치 미키 마우스처럼 올려진 빙수입니다.








Blueberries & Cream

Inspired by Four Seasons Vancouver



함께 제공된 헤이즐넛과 같이 먹어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전에는 먹기 불편할 정도로 높게 쌓여져 나와서 불편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그렇게 안 내놓으면 야박하게 낸다고 불만이 많죠.

질보다 양이 우선인 현실에서 먹기 불편한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다만 이때부터 제가 주문할 때에는 좀 낮게 쌓아서 제공했었는데,

사실 이 정도 높이도 그렇게 편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한결 낫습니다.








NY Strawberry Cheesecake

Inspired by Four Seasons New York



한국인들에게는 거부감이 클 수도 있는 빙수입니다.

왜냐하면 딸기의 신맛이 강하거든요.


그동안 품종 개량등을 거치면서 한국에서 딸기는 신맛을 거의 느끼기 힘듭니다.

단맛을 강조한 나머지 이제는 신맛이 나는 과일들은 인기가 거의 없습니다.



어찌되었든 담당 쉐프는 외국인이므로 빙수도 디저트로 접근하여서,

단맛과 신맛의 조합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딸기이죠.

연세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이야 어릴때 먹던 딸기는 신맛도 나던 과일이었지만,

젋은 세대들에게는 딸기는 신맛이 나지 않는 과일입니다.



기본적인 조합은 이해되나,

담당 쉐프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가장 실패 확률이 큰 빙수라고 생각합니다.









Matcha Matcha

Inspired by Four Seasons Kyoto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지는 않는 빙수인데,

대중적으로는 인기가 많을 것 같았는데 나중에 여쭤보니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식 팥빙수와 유사하다 보니 큰 거부감이 덜한 듯 합니다.


제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한 이유는 팥의 텁텁함 때문인데,

어찌되었든 시소잎과 함께 먹으면 좀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시소잎이 고수잎과 함께 한국인들에게는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보니,

걷어 내고 먹는 사람들도 많을듯 합니다.








Swiss Taste

Inspired by Four Seasons Geneva



첫 숟갈을 떠먹는 순간,

아 이건 대중적으로 엄청 인기가 많겠다라고 생각했던 빙수입니다.


실제로 무더위와 겹치면서 꽤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체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딸기가 들어가다 보니 인기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체리의 경우 미리 씨를 다 제거한 뒤 제공하므로 먹기 편했습니다.








Caribbean Dream

Inspired by Four Seasons Nevis



상시 주문 가능한 Italian Connection과 비슷합니다.

오렌지가 올려져 있거든요.


다만 차이점은 바질 셔벗이 아닌 럼과 건포도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이 올려져 있습니다.








Flavours of Argentina

Inspired by Four Seasons Buenos Aires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빙수 중 하나인데,

일단 향부터 좋습니다.


게다가 망고의 신맛과 초콜렛의 쓴맛, 카라멜 시럽에 절인 바나나의 단맛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균형을 이루고,

거기에 망고는 섬유질이 느껴지지 않는 좋은 망고를 골랐습니다.


바나나와 망고의 부드러운 질감과 크럼블의 질감이 대조를 이루면서,

커스터드 코코넛 시럽의 향과 함께 꽤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빙수인데,

과연 이게 한국에서 먹힐지는 의문입니다.



왜냐 하면 망고의 신맛 역시 대중적으로 거부감이 큰데다가,

빙수를 한데 섞어서 먹기 보다 따로 먹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풍미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Italian Connection



마지막으로 이 빙수는 월드 오브 빙수는 아닙니다.

상시 주문 가능한 네 가지 빙수 중 세 가지는 이미 작년에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 빙수는 올해 처음 나온 빙수입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