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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8.

MARU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 월드 오브 빙수 2018년 마지막 네 가지 빙수


2018년을 맞이하여 세 번째 행사를 진행중인 월드 오브 빙수도 이제 일곱 가지 모든 메뉴가 다 나왔다. 올해에는 2주일 간격으로 새 메뉴를 선보였는데, 매번 새로 나오는 월요일에 곧바로 달려가 먹어본 이유는 크게 두가지 때문이다.

첫째, 재료의 일관성 문제인데 한국은 거의 모든 식재료가 맛에 초점을 두고 생산된다고 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상황이다. 대체로 생산 편의성과 유통 편의성에 초점을 두기에 재료가 일정 수준 일관한 품질을 보여주지 못한다. 특히 과일은 그 상황이 더욱 심한데 수입을 하든 국내에서 생산을 하든 상관없이 같은 메뉴라도 그날 들어온 과일 상태에 따라서 맛의 편차가 너무 큰 편이다. 그러니 아예 첫날에 방문하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맛의 변화인데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디저트는 단맛 중심인데 한국에서는 그 단맛을 너무 싫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은 갈수록 단맛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디저트는 갈수록 달지 않게 만들고 있다. 비록 빙수는 그 편차가 좀 덜하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런 변화가 그렇게 달갑지 않기에 첫날에 방문하는 것이다.


아무튼 네 가지 빙수는 어떻게 나왔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자.










BUBBLE BATH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George V Paris


파리의 영감을 받아서 그런 것인지 일곱가지 빙수 중 가장 예쁘게 나왔던 빙수이다. 문제는 자몽인데, 아무래도 자몽 특유의 쓴맛이 한국인들에게는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생과일을 그대로 올리다보니 질감 차원에서도 살짝 거슬리는 측면이 있다. 우유 빙수야 한국 우유 특성상 홀스타인 종을 쓰다보니 유지방의 고소함이 그렇게 받쳐주는 편은 아니다. 반면 슈크림은 신맛이 아주 좋은데 만약 단맛이 좀 더 받쳐줬다면 모양만큼 맛의 차원에서 가장 완벽한 빙수였다고 생각한다. 빙수에 올려놓아서 그런것인지 슈는 얼어서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몇 번 이야기 했지만 개선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HIGH TEA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London at Park Lane


밀크 티의 향과 맛이 인상적인데 단맛과 신맛의 균형도 잘 맞았고, 밀크 티 젤리의 약간 탱글한 질감이 재미 있었다. 오렌지도 첫날에는 단맛과 신맛이 좋았는데 특히 질감도 꽤 부드러웠었다. 헤이즐넛이 크런치한 질감이 대조를 이루면서 맛과 질감, 향 모두 완벽하다라고 할 정도로 좋았기에 대중적으로 큰 거부감 없이 인기가 많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인기가 꽤 좋았다고 한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재료의 품질이 일관성을 갖지 못한 현실 때문에 다시 사먹었을 때에는 오렌지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아쉬웠었다.










CAFÉ HAI

Inspired by Four Seasons Resort Nam Hai, Hoi An


처음에 새로 나올 2018년 월드 오브 빙수 이야기를 들었을때 가장 궁금했었던 빙수가 이 빙수였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솜사탕이 올라가는 디저트가 유행을 하고 있었기에 한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빙수를 선보일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의도는 충분히 이해 되나 결과물은 다소 끔찍하다고 할까? 무척 아쉬웠었던 빙수이다.

처음에는 사진처럼 솜사탕이 올려져 있는데 이 솜사탕이 단맛을 보여주는 가운데, 부어지는 에스프레소와 함께 커피가 가득한 빙수여서 앞서 선보인 하이 티와 함께 가장 고전적인 디저트 조합을 선보이고 있다. 디저트와 커피 또는 디저트와 홍차는 항상 짝지어 다니지 않는가? (물론 한국에서는 그 조합이 잘 어울리지는 못하는데 디저트를 잘 만들면 커피를 제대로 못 내거나, 커피를 제대로 내면 디저트가 엉망인 경우가 많고, 아니 둘 다 잘 못 내는 경우가 더 많다. 홍차도 마찬가지) 그런 차원에서 가장 기대했었는데, 문제는 다음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결과물이 다소 먹기 꺼려질 정도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런 빙수를 먹고싶겠는가? 뜨거운 커피가 부어지니 빙수가 녹으면서 처음에 보이는 모습은 흉측스럽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끔찍했었다. 게다가 단맛이 다소 부족하다 보니 커피의 신맛이 좀 더 지배적이어서 맛의 균형 차원에서도 어울리지 않았다. 다만 곁들여진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꽤 향과 맛이 좋았다. 결국 빙수를 시켜서 몇 숟갈 뜨다가 그냥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다 먹고 나왔었다.










COCO N' BANANA

Inspired by Four Seasons Hotel Johannesburg


그리고 마지막 월드 오브 빙수는 바나나와 초콜릿 조합이었는데 이는 고전적인 조합이니 실패할 확률은 매우 적다. 바나나의 질감이 아주 조금 아쉬웠지만 카라멜 시럽에 졸여 맛과 향을 잘 살렸고, 바삭한 크럼블과 크루통에 대조되는 부드러움이 흥미로운 가운데, 단맛이 강렬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 물론 한국인 기준 - 인상적이다. 신맛의 부재는 올려진 아이스크림이 채워주는데 처음에 호텔 직원이 내 의견을 물었을 때 아이스크림만 놓고 본다면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으니 아쉬울 수 있겠지만, 빙수 맛 차원에서는 오히려 신맛이 균형을 잘 잡아주기에 굳이 아이스크림까지 달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다. 물론 조금 더 신맛이 강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대중들의 입맛, 취향 - 나는 내 취향을 기준으로 평을 하지 않는다. - 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가장 고전적인 조합이니 이 빙수도 인기가 많을 것이다.


이제 올해 준비한 월드 오브 빙수는 모두 나왔다. 2주가 지나면 그 다음부터는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세 가지 월드 오브 빙수를 다시 2주 간격으로 선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방송에도 나왔던 칠라토 빙수는 계속해서 주문 가능하다고 들었다.


앞서 세 가지 월드 오브 빙수 관련하여 글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더 이상 월드 오브 빙수라는 이름 아래 호텔에서 갖가지 빙수를 굳이 만들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맛의 차원에서 몇 숟갈 뜨다보면 그 차가움에 더 이상 맛을 느끼기도 어렵고, 빙수도 디저트이니 질감을 생각한다면 부드러움이 생명일텐데 그 차가운 온도 때문에 올려진 재료들이 얼어버리면서 딱딱하거나 얼음이 녹으면서 수분과 만나 녹아버려 흐물거리거나 끈적이는 질감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빙수를 선보이겠다면 차라리 양을 줄여서 몇 숟갈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내놓으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는데, 질보다 양이 우선인 현실에서 - 가성비란 표현도 결국 가격 대비 양이 얼마만큼이냐로 귀결되지 않는가, 한국에서는 신기하게도 음식값 = 재료비로 수렴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자기 자신의 인건비는 소중하지만 남의 인건비는 생각도 안 하는 경우 역시 많은 편이다. - 그렇게 내놓는다면 오히려 더 인기가 없을테니 호텔 입장에서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이와 관련해서 신라 호텔의 망고 빙수 때문에 대기가 두 시간 걸린 경우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어서 놀란적이 있다.)


올해 6월에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페이스트리 셰프가 바뀌었는데, 그 역시 외국 국적이다. 새로 바뀐 셰프도 아마 빙수라는 것이 생소할텐데, 내년에도 만약 월드 오브 빙수를 한다면 어떤 빙수를 선보일지 한편으로 궁금하다. 첫번째 월드 오브 빙수는 비록 몇 가지는 당시 찰스 H. 바의 헤드 바텐더 덕분에 알콜이 첨가되며 맛이 아예 달라지는 재미있는 모습을 선보였던 것이 인상적이었고 - 반면에 대부분의 빙수는 당시 각 다이닝 셰프들의 아이디어로 만들다보니 대부분 대중들에게 외면 받기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외국인 셰프들은 빙수가 생소한데다가 당시에는 대부분의 빙수에 유료로 추가해서 알콜 시럽을 넣을 수 있었는데 이것이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지 않는 것은 맛의 차이가 상당했다. 한국적 정서에서는 이것을 당연히 무료로 제공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겠지만 -, 작년에는 무난하게 접근을 했었다면 올해에는 전 페이스트리 셰프가 떠나기 전 디저트의 핵심을 제대로 보여줬다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재료가 제대로 뒷받침만 해줬더라도 아주 훌륭한 빙수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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