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6. 9.

BOCCALINO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2019년 5월 새 코스 메뉴


보칼리노는 오랜만에 다시 방문하였다. 그동안 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조리 상태 때문인데, 일단 나는 이탈리아 음식을 이탈리아 사람이 꼭 만들어야 제대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논리라면 한국에서 한식당 빼고 모든 외국 음식점을 굳이 갈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국인 셰프, 더 나아가 한국인 조리사가 있다면 의심부터 하게 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 조리 실력이 형편 없기 때문이다. 못하는 것을 이상한 방향으로 자꾸 숨겨서 음식들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양이나 모양으로 감추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조리 상태만 괜찮아도 극찬을 하게 되었는데,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한 결과물인데 그게 왜 극찬을 받아야 할까? 대체로 얄팍한 경력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모르는 사람들이야 속겠지만 유명 요리 학교를 졸업했거나 스타주 경력이 좀 있다고 해서 그게 곧 실력을 증명 해주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보칼리노 갈 때마다 느낀 것인데, 치로 셰프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요리를 하는 조리사들의 실력이 셰프가 의도한 만큼 따라 오지 못한다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한동안 가지 않았었다.










Champagne Delamotte, Brut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드디어 와인 페어링 선택이 가능해졌다. 그전에도 부탁을 하면 가능하긴 했으나, 아예 처음부터 요리와 짝을 맞춰 메뉴에 표기한 것은 보칼리노의 경우 내 경험 안에서 처음이다. 디저트 와인까지는 짝을 맞춰 주진 않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와인 페어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여러 차례 서양 음식과 관련해서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와인과 짝을 맞추는 것은 음식을 즐기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데, 잘 모르면 소믈리에에게 부탁을 하면 된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 경험 안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믈리에가 불친절하게 응대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음식과 함께 왜 이 와인을 선택했는지 이야기를 못하는 것이 싫은 것 마냥  적극적으로 설명을 하는 편이었다. 주머니 사정을 이야기 하면 그에 맞춰서 다양한 선택지도 제시하니 어려워 하지 말자.


사실 이 날 선택했던 와인 페어링은 원래 짝짓기 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왔었다.






이쯤에서 술 못 마시는 사람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할텐데, 국내에선 아직 와인 페어링 문화가 낯 선 탓인지 술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목테일 페어링 선택지까지 제시되진 않으므로 차선책으로 탄산수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아직까지도 치아바타의 품질은 일정하지 않은데, 이 날은 가장 상태가 괜찮았다. 이 정도 껍질 질감과 속 질감이라면 최상이라고 말하긴 어려워도 최소한의 기준은 통과했다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사실 치아바타 뿐만 아니라 빵이란 것이 항상 최상의 결과만 나올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수준만 계속 유지 했으면 좋겠다.












Autentico

Mozzarella caprese 2.0

Buffalo mozzarella, tomatoes, mozzarella foam, crispy bread, basil pesto















Autentico

Agnolotti ricotta e spinaci

Spinach and ricotta ravioli, parmesan broth, black tuffle










Pieropan Soave Classico 2017


한편 보칼리노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로 접객 및 응대인데, 이날도 음식이 먼저 나오고 내가 말하기 전까지 두 번째 짝을 지은 와인이 나오지 않았었다. 이야기를 한 뒤에 와인이 나왔는데, 손님이 엄청 몰려서 바쁜 상황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업장의 이미지를 더욱 나쁘게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텐데 왜 자꾸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Domaine des Ardoisieres Argile Blanc 2016


메인과 짝을 지은 와인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내추럴 와인 중 하나였는데, 난 내추럴 와인은 일종의 상술이라고 생각한다. 와인이란 것 자체가 화학적 변화의 산물인데 내추럴이라니? 게다가 그 와인들이 배나 비행기를 타고 수출입되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또 일어날지 일종의 복불복으로 마셔봐야 안다면 음료로써 의미가 있을까? 아무튼 이 와인은 다행스럽게도 이상한 맛은 나지 않았다.














Autentico

Spigola cotta al sale

Steamed seabass, fregola, zucchini, safron sauce


내가 한국인 요리사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에서 제대로 생선을 익혀서 내놓은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인데 대부분 과조리 상태로 나온다. 나중에 음식이 어떠했는지 물어봤을 때 생선이 과조리 되었다라고 이야기 하면 간혹 손님들이 덜 익혀졌다라고 항의를 하기 때문에 과조리 하는 경향이 있다고 대답을 듣는데, 그렇다면 그런 결과가 이해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네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다음엔 좀 더 신경 쓰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면 다행인데 대부분 그냥 네 하고 끝내 버린다. 대충 상황을 모면하려는 인상을 많이 받는데, - 물론 보칼리노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보칼리노에서도 대체적으로 생선 요리가 나오면 과조리 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었는데, 여기까지 식사를 마쳤을 때 받은 인상은 조리 상태가 좀 더 나아졌다라는 것이었다. 조리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실력이 나아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정도 수준으로만 나와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과조리 된 상태였다. 게다가 가시도 하나 나왔었다.)







Autentico

Tiramisù

Mascarpone cream, sponge cake, coffee caramel



디저트로 나온 티라미수는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티라미수 중 가장 깔끔한 결과물을 보여줬었다. Autentico 메뉴에 걸맞게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이 좋았는데, 조금만 더 나은 조리 실력을 보여 준다면 이탈리아 음식이 먹고싶을 때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과의 짝짓기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다만 코스 메뉴 치곤 양이 좀 많은 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확인 해 보니 단품 메뉴와 똑같은 양으로 나온다고 들었다. 워낙 한국에선 코스 메뉴 양이 쥐꼬리만하다고 많이 이야기 하니 이렇게 나오는 것일까? 코스 메뉴는 배부르게 먹기 위해서 만든 메뉴가 아니다. 물론 그것을 모를 수는 있는데, 일부 유명 블로거들은 그래서 코스 메뉴를 싫어합니다라는 글들을 쓰는 것을 보면 뭐랄까, 이런 사람들이 미식가로 추앙받는 것을 보면 참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4코스로 먹었으니 다행인데 5코스로 먹는다면 메인이 나오는 시기에 이미 배불러서 더 이상 못 먹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이 많았다.






Espresso


가끔 한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여길 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커피가 무료라는 것이다. 코스 메뉴를 시켰다고 해서 커피까지 포함해서 가격을 받다니!!! 그러나 애석하게도 커피 맛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치곤 좀 아쉬운 편이었다. 물론 난 더 이상 커피에 대해서 기대를 국내 어디에서도 하지 않고 있다.














Autntico 메뉴가 괜찮았기에 다른 코스 메뉴인 Seasonal Tasting 메뉴에 대한 기대도 컸었다. 그래서 곧바로 다시 재방문 하였다.










Cantina Terlano Alto Adige Pinot Grigio 2017






















Seasonal Tasting

Prosciutto e melone

Parma ham, musk melon, balsamic jelly, sesame bread soufflé










Los Vascos Chardonnay 2018















Seasonal Tasting

Zuppa di piselli, seppie arrostite

Green pea soup, cuttlefish, squid ink, croutons


이 정도까지만 코스가 진행됐어도 벌써 반 이상 배가 불렀다.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았는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음 음식들을 먹기 위해서 절반 가량은 남겼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업장측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하는데, 내부 사정을 들어보니 그게 또 쉬운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분위기 같기도 했다.






Seasonal Tasting

Risotto di semola, zucchini, pancetta

Semolina risotto, zucchini, caramelized pancetta, egg yolk










Kepos 2016


짝짓기 자체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긴 했지만 음식이 와인에 묻힌다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니 소믈리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이 다음 메인을 무엇을 선택하냐에 따라 짝짓기 한 와인과의 연계성도 고려했을 때, 이것보다 가벼운 와인을 짝지었을 경우 자칫 메인에서 균형감이 깨질 수도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와인 페어링 문화가 아직 낯선 현실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없다보니 그런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업장측만 탓할 수도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 여러가지로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짝짓기와 그에 따른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Chateau Mont-Perat 'Queen of Mont-Perat'














San pietro

Pan - seared John Dory, asparagus, crispy capers, lemon curd, white wine sauce


달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생선인데, 메인 메뉴 선택지가 수비드 한 포크벨리 또는 한우 등심구이 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였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는 순간 실망감이 너무 컸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색상부터 비롯해서 맛까지 모두 봄, 그것도 상쾌한 시작을 알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는데 이 메인 메뉴는 끝에 와서 너무 평범해져버리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치로 셰프의 음식들을 좋아 했던 이유가 - 비록 실제로 조리한 결과물은 아쉬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 한국인 셰프들이 잘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맛의 표현인데, 치로 셰프는 그것을 잘 구현해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이 코스 메뉴처럼 봄을 주제로 맛을 표현한다고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한국인 셰프들은 모양새에 집중을 하거나 재료에 초점을 두지 봄이란 것 자체를 맛으로 표현해내지 못한다. 단순하게 색상이 초록이라고 해서 봄이란 것을 느꼈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음식을 먹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상쾌한 어느 봄 (햇살이 비춰지면서 따뜻한, 청량감이 들면서 시원한, 새로운 힘찬 시작을 알리는) 이었는데, 그 흐름이 이 요리에서 깨져버렸다.

맛의 흐름이 끊겼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봄이니까 봄에 맛있는 달고기를 재료로 해서 요리를 내놓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게다가 다른 메인 메뉴들은 오히려 Autentico에 어울리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지난번 Autentico 메뉴에서 먹었던 농어 요리가 이 코스 메뉴에 들어가면 어땠을까?

더군다나 양이 너무 많다 보니 이쯤에선 배가 너무 불러서 맛을 느낄 여유를 충분히 가질 수도 없었다. 












Seasonal Tasting

Ciliegie e cioccolato

Bitter chocolate sponge, chocolate mousse, cherry jelly, cherry sorbet


디저트도 마찬가지로 코스를 마무리 짓기엔 너무 무겁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화창한 봄날씨 같던 시작이 끝에 와서 갑자기 폭우가 내리는 봄날씨 같다고 할까?







치로 셰프가 처음 보칼리노에 왔을 때를 생각하면 조리팀원들의 조리 실력 수준은 훨씬 나아졌다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고 앞서 이야기 했었다. 아직까지 파인 다이닝이라면 조리 수준이 이보다 더 나아져야겠지만 그래도 차음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코스 구성은 아쉬워도 다른 단품 새 메뉴들이 궁금해서 재방문 할 생각이다.

한편 또다른 보칼리노의 고질적인 문제인 접객 및 응대는 여전히 제자리 수준인데, 어떤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만족보다 불만족스러움이 더 큰 곳이지만 파인 다이닝이라면 어떤 요리를 내놓아야 할지 치로 셰프는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이보다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자꾸 찾게 된다. 조리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이제 접객 및 응대 문제도 어느 정도라도 해결이 된 모습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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