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9. 6. 27.

BOCCALINO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2019년 5월 새 단품 메뉴










업장에 셰프가 없더라도 음식 상태는 어떻게 나와야 할까? 당연히 정상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셰프는 실제로 요리를 하지 않는다. 설사 요리를 한다고 해도 셰프가 매일 업장에 있을 수는 없기에 자리를 비우더라도 항상 결과물은 일정 수준을 유지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그게 당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냐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치로 셰프가 없을 때 보칼리노를 방문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결과물들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뮤즈 부쉬는 이번에 바뀌었는데 조금 무겁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더라도 차라리 기존의 폼을 내놓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Panzanella di granchio

Crab salad, bottarga, radish, croutons


일단 첫 시작은 좋았다. 봄 시즌 메뉴인데 봄의 상쾌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신맛이 일종의 포인트라고 할까? 그 상큼함이 봄이란 주제를 맛으로 잘 표현하고 있었는데, 두번째 방문 했을 때에는 짠맛만 가득했었다. 실제로 주방에서 확인 결과 조리가 잘못되었다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그래서 새로 내놓은 것은 신맛을 더 추가는 했지만 이미 맛의 균형은 깨진 상태였었다. 공교롭게도 두 번의 방문 모두 치로 셰프가 쉬는 날이었는데, 이런 결과는 단순히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컸었다. 














Pappa al pomodoro

Tomato and bread soup, Cantabrico anchovies, scamorza cheese croquettes


한국에서의 토마토란 어떤 맛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해선 불만이 없다. 다만 사진을 보면 마지막에 서버가 수프 한 방울을 흘렸는데, 이런 경우 대체로 서버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보칼리노의 응대 및 접객이 아쉽다는 것이 한국적인 어떤 응대를 바란다는 의미는 아니다. 엉뚱하게도 사물에게까지 존칭을 쓴다든지, 무릎을 꿇어야 한다든지, 내가 말하면 무조건 다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서버는 나에게 뭐라고 이야기 해야 할까? 일단 서버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냥 자리를 떠났었다. 






Tagliatelle al pepperone giallo

Tagliatelle, monkfish, bell peppers, black olives, lemon leaves


탈리아텔레도 봄 시즌 메뉴인데, 역시 신맛이 포인트로 작용하면서 봄의 상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다소 무겁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시즌 메뉴와는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시즌 메뉴는 전반적으로 가벼우면서 경쾌한 봄의 시작을 맛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 파스타 메뉴도 첫 날에는 소스와 면이 따로 놀아서 면에서 아무런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방문 했을 때 셰프가 어떤 의도로 이것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었는데, 크랩 샐러드와 함께 이런 식의 실수는 단순히 셰프가 없으니까 일어난 것 치고는 너무 큰 편이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조리 실력과 맞물려서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치로 셰프가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조리팀원들의 조리 실력이 좀 나아졌다고 느꼈는데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Agnello in crosta di erbe

Herb - crusted Australian lamb loin, baked eggplant parmigiana, basil jus


메인 요리도 구성 자체는 좋았다.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잘 구웠고, 양 특유의 향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이 정도는 사실 파인 다이닝이라면 당연히 내놓아야 할 결과물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요리가 완성되려면 다시 말해 셰프가 의도한 맛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다른 무언가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질 jus 였다. 하나의 요리라면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보칼리노는 - 치로 셰프는 - 최소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걸 실제로 구현해내는 조리팀의 실력이 못 받쳐준다는 느낌을 그동안 많이 받았는데, 앞서 샐러드나 파스타는 그랬었다면 다행히도 이 메인 요리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지만 셰프가 없다고 해서 이런식으로 결과물의 상태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과연 계속해서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까?






Babà esotico

Old amber rum, pineapple marmalade, vanilla chantilly






Delizia al limone

Lemon curd tart, cream cheese, strawberry ice cream






Maringa

Pavlova, pistachio chantilly, raspberry sorbet



새로 나온 디저트 중 바바가 다시 나온 것은 반가웠지만, 셋 다 모두 맛이 흐릿했다. 분명 메뉴판을 보면 신맛이 나야하는데, 그 신맛이 살짝 스쳐 지나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시 말해 겨우 신맛이 느껴질뿐 또렷한 인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단맛도 마찬가지로 디저트 치곤 너무 흐릿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세 디저트 모두 식사를 끝내기보다 오히려 더 찝찝한 느낌을 남기고 마무리를 지어 버린다.

왜 이런 결과물들이 나왔을까? 이유는 짐작되지만 일단 실력이 의심되기엔 페이스트리 셰프가 어떤 생각을 갖고 만드는지 잘 알기에 실력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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