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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만에 다시 찾은 르 쉬느아는 그 사이에 메뉴가 일부 바뀌었는데, 일단 딤섬 메뉴에 대해서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가짓수가 좀 더 늘었다. 오픈 초창기부터 셰프와 아는 사이이다 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가끔씩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내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왜 딤섬 종류가 적냐는 것이었고 셰프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한국에서 재료 구하기가 생각보다 어렵고, - 몇 번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좋게 말해서 한국 정부는 한국인들을 위해서 검역이 까다로운 편이다. - 전반적으로 재료 품질이 낮으며, 무엇보다 한국인들은 찾는 것만 계속 찾으니 - 예를 들어 딤섬에선 돼지고기나 새우만 찾는다고 한다. 이는 르 쉬느아 뿐만 아니라 타이페이나 싱가포르에 가도 매니저들에게 많이 듣는 얘기이기도 하다. - 여러가지로 고충이 많아 보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인 다이닝 셰프라면 그 제한적인 요소 안에서도 좋은 음식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알란 찬 셰프는 그런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가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나 네이버 블로그에서 검색할 일이 있는데 - 간혹 뜬금없이 르 쉬느아 조회수가 높은 경우 - 대부분의 반응이 홍콩 레스토랑과 비교를 하는 것이었다. 난 늘 그게 신기한데, 음식이란 것이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 가능한 결과물인가? 셰프가 추구하는 방향부터 다른데?
심지어 알란 찬 셰프의 경력을 의심하는 글을 읽은 기억도 있는데, 물론 한국 사회에서 얼치기 경력으로 포장한 셰프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근무지가 포시즌스 호텔 싱가포르의 지앙난춘이었고, 지앙난춘 레스토랑이 싱가포르 내에서 별 볼일 없는 레스토랑이 아니다. 물론 제주 신화 월드에서 홍보하는 내용을 보면 좀 어이가 없긴 한데, 미슐랭 별과 상관 없이 - 아니 무엇보다 왜 한국은 그렇게 1세계인들에게 인정 받지 못해 안달인가? 미슐랭 별이 어떤 절대적인 진리요, 기준도 아니지 않은가? - 꽤 유명한 셰프이다.
그리고, 그 정도로 음식 먹으러 다녔으면 이제 셰프가 어떤 음식을 만들려고 하는지, 음식 조리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수준은 되지 않나? 그게 안되니까 기준점을 홍콩의 유명 레스토랑을 두고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홍콩과는 별개로 싱가포르쪽 세상은 또 다른 분위기이고 무엇보다 셰프 스스로 전통쪽보다 현대쪽으로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걸 그렇게 기준점을 두고 이야기 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심지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유 유안과 비교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본데, 오죽하면 셰프가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할까? 여기서 구구절절 이야기 하긴 그런데, 알란 찬 셰프와 나 사이에는 유 유안이 매개체여서 그래서 지금도 만나면 가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긴 한다. 그러나 나도 그렇고 알란 찬 셰프도 그렇고, 매개체로써 이야기 하는 것이지 비교 대상으로 놔두고 대화를 나누진 않는데 얼마나 답답 했으면 나에게 안 해도 될 이야기를 했을까? 참고로 알란 찬 셰프는 유 유안, 더 나아가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어떤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사람에게 유 유안은 어떻고, 그래서 비교해서 당신이 넘버 원 이러면 셰프가 아이고, 감사합니다 넙죽 인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말을 하는 것일까?
Pu er
아직도 물과 차 값을 받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는 분위기인데, 물과 차를 식당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수급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유료가 맞다. 무료로 제공하려면 물은 수돗물이 나와야 한다. 다시 말해 돈 내기 싫다면 그냥 안 마시면 된다. 그러나, 그만큼 본인이 손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굳이 얌차 문화를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음식을 먹는데 음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린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치킨을 먹는데 왜 맥주나 탄산 음료를 마실까?
Jeju black pork 'Xiao Long Bao'
이미 지난 방문 때 먹었었지만 이번 메뉴에 정식으로 등재된 딤섬이다. 돼지 지방의 고소함이 아주 진하게 느껴지는데, 한국인 입장에서 느끼하다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꽤 진하다. 그래서, 신맛의 흑식초가 생강과 함께 제공되어서 맛의 균형을 맞춰 주며, 먹고 난 뒤 차 한 모금을 마시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Steamed rice flour roll, Iberico barbecued pork, parsley
Steamed rice flour roll, shrimps, chives
창펀 역시 예전에 나오긴 했지만 이번에 정식으로 메뉴에 등재되었다. 창펀 특유의 모양과 함께 탱글탱글한 질감이 아주 좋은데 - 쫄깃과는 당연히 거리가 멀다. - 적당한 짠맛과 감칠맛의 소스가 잘 받쳐주는데 다만 아쉬운 것은 상황에 따라 탱글한 질감이 다소 퍼져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Steamed beef tripe, black pepper sauce
이 메뉴를 처음에 메뉴판에서 확인 했을 때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를뻔 했다. 한국에서 tripe딤섬을 만날 수 있다니!!!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몇 번 셰프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메뉴들을 한국에서 만날 수 없어서 아쉽다고 했을 때, 실제로 재료 자체가 수입부터 안되거나 구하기 힘들거나 아니면 질이 너무 낮아서 못 내서 본인도 아쉽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래도 찾고 또 찾아서 내놓아서 정말 반가웠다.
tripe라는 것이 한국인에게 아주 생소한 재료는 아닐텐데, 질기다라는 질감쪽으로 좀 기울긴 하나 씹는 재미도 있고, 흑후추 소스의 spicy 하면서 함께 느껴지는 단맛과 감칠맛이 맵지 않은 떡볶이 국물 맛이 생각날 수도 있어서 tripe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다면 한 번 도전해도 괜찮을 메뉴라고 생각한다. (생선 부레 딤섬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건 제주에서 괜찮은 재료를 구하기 힘든지 거의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들어서 아쉬웠다.)
Deep fried 'porcupine' buns, egg custard
영어 메뉴 표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생긴 모양새를 보면 귀여우면서도 먹을 때엔 조금 잔인한데 - 저 번을 반으로 가른다라고 생각해보라! - 안에 든 에그 커스타드가 좀 더 단맛이 강하면 맛이 더욱 선명하진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Plain congee, Chinese pickles
오리고기 피단 콘지를 먹기엔 양이 너무 많이 나오므로 - 2 ~ 3인분 정도 양이라고 보면 된다. - 일부러 플레인 콘지를 주문 했는데 간이 하나도 안되어 있었다. 실수한 것인지 문의하니 원래 그렇게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각자 취향에 맞춰 넣어서 먹으라고 기본으로 자차이가 나오는데, 그 외에도 원한다면 다른 부가 재료를 주문도 가능하단다.
플레인 콘지는 처음 먹어서 해외에서도 이렇게 나오는지 잘 모르겠는데, 한편으로 광동 요리 특성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자차이만 넣고 먹기엔 밋밋한 느낌이 강해서 혹시 피단만 추가로 주문 가능하냐고 문의 하니 가능하다고 해서 달라고 부탁하였다.
Century egg
피단의 영어 표기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향과 맛, 모양새가 거부감이 들테지만 이것도 익숙해지면 나름 재미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피단까지 넣고 먹으니 그런대로 먹을만 했지만 내가 취향껏 이것 저것 넣어서 짠맛과 감칠맛을 보태어 먹는 것보다 역시 처음부터 조리할 때 밑간을 맞추는 것이 맛의 차원에선 훨씬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딤섬 메뉴가 선택지가 다양해져서 좋은데, 굳이 단품이 아니더라도 주말에는 지난번에 글을 올렸던 것처럼 주말 딤섬 브런치 메뉴가 따로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그리고, 당연한 결과물이겠지만 오픈 초창기에 비해 서버들의 접객 및 응대는 나아진 편이다. 한국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아직 멀었다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대부분 신입 직원인데다 매니저급의 경우 외국인 - 정확한 국적은 굳이 묻지 않아서 모르겠다. - 인 것을 감안한다면 난 오픈 초창기에 비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적인 요소를 감안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파인 다이닝으로써 접근 하자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차차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어서 한결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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