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올리겠지만 이 글을 올리는 날짜 기준 이틀 전에 처음으로 칠리 소스 요리를 먹었지만 - 그 때는 게가 아니라 타이거 prawn 이었다. - 먹자마자 드는 생각은 내가 왜 그동안 칠리 크랩을 안 먹었던가! 였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후회하진 않는다. 여전히 불편하게 일일이 게살을 발라 가며 먹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파인 다이닝에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싱가포르의 게살 요리 관련 식당들이 모두 파인 다이닝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유 유안에서는 총 세 가지 크랩 요리를 선택할 수 있다. 모두 머드 크랩을 사용하며 크기에 따라 조금씩 가격 차이가 있다. 혹자들은 싱가포르에서 먹었던 그 맛을 떠올리며 비교를 할텐데, 사람들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다. 게다가 동일 조건 - 재료, 조리 하는 사람이 모두 같은가? - 도 아니다. 무엇보다 유 유안은 고전적인 메뉴 재현을 개념으로 한 파인 다이닝이 아니다.
Singapore Style Mud Crab Promotion
Wok - fried in chili sauce with crispy bun
평소 쿠 셰프의 요리들을 생각하면 동남아에서 칠리 소스의 단맛 보다는 매운맛에 좀 더 초점을 두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소스의 매운맛, 단맛, 신맛의 균형이 좋고 은은하게 뒤에서 받쳐주는 고소함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 게 특유의 향과 맛이 더해지면서 소스만으로도 입체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제공되는 만토우의 경우 평소 유 유안의 튀긴 딤섬류를 생각하면 역시나 훌륭한 맛을 보여줬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 흔히 말하는 겉바속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 은은한 단맛과 함께 버터류의 고소함이 잘 느껴지는데, 거기에 칠리 크랩 소스를 더하니 그 고소함이 배가 되어 입안 가득 찬다. 먹기 불편하다는 단점을 생각한다면 비록 크랩 요리는 모두 다 맛있지만 다시 주문해서 먹고싶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데, 게는 건드리지 않고 만토우를 소스에 실컷 찍어 먹고싶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앞서 말했지만 싱가포르에서 먹었던 기억과 동일 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해선 안된다. 그런식의 비교는 언제나 한국은 열등하다. 당장 칠리 크랩 요리에 들어가는 토마토 소스나 삼발 소스의 상태가 어디가 좋은지는 아니 최상의 상태를 보여주는 소스를 구하는 것이 어느 도시가 편리할까? 함께 들어가는 계란만 놓고 봐도 답은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싱가포르 출신의 셰프는 어떻게든 그만의 요리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북경 오리와 마파두부만 찾지 말고, 한 번쯤 별미로 싱가포르 크랩 요리를 먹어보는 것은 어떠할까? 음식에 맞춰 소믈리에는 짝이 맞는 와인까지 준비해 놓았다.
코로나 19 때문에 싱가포르에 방문하기 어려운 아쉬움을 음식을 통해 달래보자. 때마침 싱가포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양을 볼 수 있었는데, 아주 잠시나마 내가 지금 싱가포르에 여행 와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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