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6. 22.

LE CHINOIS at JEJU SHINHWA WORLD MARRIOTT RESORT - 제주 신화 월드 메리어트 리조트 르 쉬느아 2020년 6월 특선 메뉴



코로나 19 때문에 제주도에 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나만 조심한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는 아닐뿐더러 아무리 르 쉬느아를 좋아한다고 해도 건강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망설일 상황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제대로 만든 광동 요리를 만나기가 서울과 제주 한 곳을 빼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도저히 그 답답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코로나 19의 영향 때문인지 들어섰을 때 다소 휑한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다. 테이블 보는 모두 치워져 있었고 심지어 냅킨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요청하면 가져다 주지만 파인 다이닝인 르 쉬느아에서 저렇게 달랑 종이 냅킨 한 장만 놓여져 있는 것은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한편으로 직원들도 대부분 그만 둔 상황에서 - 한국인 직원들 대부분은 오픈 초창기 멤버들이 거의 대부분 그만 둔 상태였는데 물론 코로나 19 때문만은 아니다. 한편으로 대만인 직원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서인지 아니면 코로나 19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 제주 신화월드 내 다른 매장 직원들이 도움을 주러 와 있었는데, 사실 접객 및 응대는 썩 매끄럽지 못했었다. 이건 르 쉬느아만의 문제는 아니라 제주도의 호텔 파인 다이닝이라면 대부분 갖고 있는 문제이긴 한데, 한편으로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엄격한 잣대를 기준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현 상황에서 주요 고객들이었던 중국인 (또는 대만인) 손님들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한국인 손님들이 많았었는데, 수영장에서 놀다가 점심을 먹으러 수영복 위에 가운 하나만 걸치고 크록스 신발을 신고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와서 맨발을 소파위에 걸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들에겐 큰 소리로 유튜브를 틀어 놓고 쩝쩝 소리를 크게 내며 음식을 먹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응대가 서툴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수 있겠는가?






Double boiled pork ribs soup with white fungus, orange and Korea pear


5월와 6월에 걸쳐 행사를 진행하는 셰프 특선 메뉴를 보니 대체로 전복 중심의 요리였었다. 광동식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전복은 꽤 귀한 식재료에 속하기 때문에 전복 요리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면 몇 가지 전복과 관련 없는 요리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수프였었다. 해외에서 광동식 레스토랑을 가면 가급적 수프는 꼭 주문하는 편인데, 르 쉬느아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리조트 내에 있는 식당이긴 하나 알란 찬 셰프의 영향력이 매우 큰 곳이라 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광동식 레스토랑에 걸맞게 다양한 수프를 만날 수 있는데, 광동 요리에서의 제대로 만든 수프를 국내에선 유일하게 만날 수 있다. 이 수프 역시 돼지 스톡의 감칠맛이나 고소함이 밑바탕에 깔려 있고 오렌지의 신맛과 배의 단맛 - 하지만 슬프게도 국산 배는 깔끔한 단맛 보다 다소 흐릿한 여운의 단맛이 지배적이었다. 질감도 흐물거리는 것이 다소 심한 편이었다. - 이 한데 어우러져 한국식 표현으로 꽤 시원한 수프였었다.







Sautéed tiger prawn with Singapore style chili sauce

나는 싱가포르를 그리 자주 갔어도 한 번도 칠리 크랩을 사먹어 본 적이 없어서 칠리 크랩과 비슷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어서 업장 측에 문의 했었는데, 칠리 크랩에서 크랩 대신 tiger prawn 을 넣은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칠리 크랩을 매번 사먹었다고 해도 싱가포르와 단순 비교를 하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동남아에서 칠리 소스란 - 특히 싱가포르에서 - 단맛 중심일텐데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거기에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신맛도 존재하고, 끝에 살짝 매운 맛이 느껴졌었는데 나중에 이 소스에 만토우를 찍어 먹으면 꽤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와 비슷한 대신 shrimp 를 넣은 요리도 있었는데, 이건 매일 선착순 열 명으로 만원에 판매를 한다. (매일 만 원에 주문할 수 있는 요리는 달라진다.) 일종의 미끼 상품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국내에선 매우 회의적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한데 일단 한국인들은 대부분 파인 다이닝에 가면서 가성비, 이것도 가격 대비 성능 즉 맛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가격 대비 양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만원에 새콤달콤매콤한 중독성이 강한 칠리 소스 새우 요리를 먹었어도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tiger prawn 이 들어간 요리를 선택할 경우가 매우 낮다는 이야기다. 파인 다이닝에 가면서 예산을 걱정할 것이라면 굳이 파인 다이닝에 갈 이유가 있을까?


한편으로 한국인들은 대부분 익숙치 않은 요리는 거부하는 정도가 심하다. 물론 누구나 낯선 요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식쪽은 특유의 향 때문에 그 거부감이 꽤 강한데, 그렇다보니 익숙한 요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리 소스가 들어간 요리를 많이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싱가포르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제주도에 한 명도 없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단순히 홍보 부족 때문일까? 


내가 1박 2일 동안 머무르면서 식사를 여기에서만 해결 했었는데,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손님들은 선택하는 요리가 비슷했었다. 북경 오리와 마라탕 위주였었는데, 나는 그것이 북경 오리와 마라탕을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서 주문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북경 오리와 마라탕이 가장 많이 판매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게다가 오리 구이는 주문이 거의 없어 결국 메뉴에서 빠져 있었다. 


그나마 알란 찬 셰프가 직접 모든 것을 총괄하니 이 정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지 만약 여느 호텔 파인 다이닝처럼 운영했었다면 그 결과는 매우 처참했을 것이다. 올해에는 해외 여행이 거의 불가능할텐데, 그렇다면 제대로 만든 광동 요리를 포함한 다양한 중국 요리를 먹고싶다면 결국 이 곳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부디 상황이 더욱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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