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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2.

STAY, MODERN RESTAURANT at SIGNIEL SEOUL -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 디너 2021년 1월


다시 찾아간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예전과 비교하면 좀 더 나아졌다. 이것이 칭찬할 일인가? 글쎄, 미슐랭의 별 갯수를 떠나서 프렌치 레스토랑, 파인 다이닝으로써 하나의 요리로 생각하자면 난 이보다 더 나은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국에서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 했을 때, 그래도 일정 수준의 요리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또 찾아 간다고 해도 Must Try 코스를 재선택할 생각은 이제 없다. 한국의 식재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이 코스는 의도는 좋지만 여전히 나는 굳이 열악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열악함을 만났었다. 물론 그런 열악함은 일정 부분 감수하고 있기에 그것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메인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것, 언제까지 파인 다이닝에서 한우 스테이크만 선택해야 할까?

한편으로 코스의 흐름이 끊긴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하나의 큰 줄기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 중구난방 같다고 할까? 그런점에서 차라리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Emotion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좀 더 간을 강하게 해서 맛을 선명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이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여기서 좀 더 강해진다면 분명 짜다라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 사실 이 정도 선에서도 짜다라고 항의할 가능성이 높긴 하다. - 마찬가지로 생선 비린내, 고기 누린내 이야기가 여전히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정도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빵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방문에 비하면 이번에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적당히 바스러지는 껍질과 함께 구수한 맛이 조금은 있었고, 속도 예전처럼 덜 구워 끈적거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파인 다이닝임을 감안한다면 사실 이보다는 더 잘 나와야 한다. 

한편으로 이렇게 조각으로 처음부터 내놓을 생각이라면 한 조각씩 내놓고, 빵 접시가 비워질 때마다 채워주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실내가 더욱 건조할텐데 저렇게 내놓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빵이 말라버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린다. 먹는 사람이야 모른다 쳐도 - 그런데, 이제는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식전빵이란 단어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빵은 음식이 나오기 전 배를 채우라고 내놓는 것이 아니다. - 만들고 내놓는 사람마저 모른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늘 말하지만 나는 파인 다이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빵이라고 생각하는데, 만드는 사람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Whipped Chaource cheese from Champagne region, Delicate Port wine jelly, grated local tomme


한편으로 치즈 선택지는 아예 메뉴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물론 선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인지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 수입이 원활했어도 사실 선택지는 몇 개 없었다. - 메뉴에서 아예 빼버렸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이런 것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는 것일까?





여전히 성의 없게 만들었다. 다음부터는 아예 건너뛸 생각이다.






Tom & Mozza

Confit tomato, curd fresh cheese ice cream with basil sauce, Pine nut and olives Arlette


페이스트리 셰프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스의 마무리로써 디저트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놀고 있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끝맺어줘야 하는데 혼자 다른 곳에 가서 서 있다.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주방에서 서로 손발이 안 맞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분 좋게 끝나야 할 식사를 꼭 디저트가 망쳐버린다.











Marc Hebrart Brut Rosé Champagne Premier Cru

이 날 소믈리에의 접객은 최악이었다. 식전주로 Taittinger 샴페인을 먼저 주문했었는데, 한 모금 마시며 와인 페어링 리스트가 적힌 메뉴판을 보니 첫 시작도 마찬가지로 Taittinger 샴페인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식전주를 바꿨는데, 리스트에 적힌 세 가지 샴페인에 대한 소믈리에의 설명은 드라이 한 것, 덜 드라이 한 것, 달콤한 것이었다. 세상에 샴페인에 대한 설명을 그렇게 압축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니!











Cloudy Bay Sauvignon Blanc 2019

우선 이 와인부터 이야기 하자. 동치미와 짝을 지었는데 와인에서 쓴맛이 강하게 느껴졌었다. 이날 소믈리에는 한 번도 나에게 와인과 짝이 어떠한지 묻지 않았는데, 동치미와 짝을 지은 이 와인은 쓴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이야기 했더니 '아, 네...' 이러고 난 뒤 더 이상 어떠한 피드백이 없었다. 기계적으로 와인을 따라주고, 와인에 대한 설명도 연도와 품종 그걸로 끝이었다. 어떻게 해서 이 요리와 짝을 지었는지 설명은 전혀 없었고, 나중에 짝이 어떠한지 의견을 묻는 일도 전혀 없었다.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와인 짝짓기도 순서가 잘못 나왔다! 그러니 음식과 짝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가리비와 짝을 맞춰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가리비와 짝을 맞춰 나온 것은 지금 확인해보니 리슬링 와인이었다. 

지난 방문을 생각해보면 좀 더 자연스럽게 와인 짝짓기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음식은 하나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하는데, 와인은 그저 일차원적인 요소에만 집중해서 짝을 지은 느낌이다. 하나씩 해체해서 들여다보면 음식과 그럭저럭 짝이 맞지만 전체의 그림에서 바라보면 안그래도  Must Try 코스에서는 음식 이야기의 흐름이 중간에 끊긴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데 와인이 거기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은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다시 찾을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계속해서 눈에 띈다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한국에도 이제 제대로 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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