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2. 2. 22.

BOCCALINO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발렌타인 데이 디너 메뉴 2022년 2월


전 세계 어디든 이맘때가 되면 패키지로 내놓는 메뉴를 굳이 먹으러 갈 생각은 없었다. 사실 뻔하지 않은가? 레드 또는 핑크로 물들인 하트 모양 위주의 플레이팅, 맛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당신은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습니까? 거기에 곁들이는 와인이야 샴페인 로제 위주일테고. 누구와 함께이든 굳이 그런 평범한 식사를 평소보다 돈을 더 내면서 먹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보칼리노를 갔는가? 단순히 궁금해서였다. 새로 온 셰프가 처음 한국에서 선보이는 메뉴, 분명 뻔할 것이라는 예상이 99.9% 인데 이상하게 0.1%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확인하려면? 직접 가는 방법 밖에 없다.






한국의 파인 다이닝들의 빵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그러니 더 이상 나쁜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시 한 번 빵 이야기를 해야겠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난 뒤 셰프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도 빵이 문제인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새로 페이스트리 셰프가 온다면 개선된 빵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잊지 말자 여기는 한국이다. 다들 빵 전문가라고 내세우지만 정작 이런 파인 다이닝에서 빵의 중요성은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그런 현실을 잊지 말자.






한편 국산 굴 - 특히 남해 지역의 굴 - 은 정말 극도로 싫어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노로 바이러스 때문인데, 뉴스 보도가 있기 전부터 실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굴을 익혀서 내놓아도 잘 먹지 않는데 이 날은 셰프가 자신 있게 추천해서 먹었었다. 결과부터 이야기 하자면 먹지 않았으면 후회했으리라.

환영 접시부터 셰프는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너무 뻔하지 않게 구성했다고 자신있게 외치고 있었다. 발렌타인 데이인만큼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시작부터 한창 피어오르기 시작한 사랑의 시기를 산뜻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곁들여진 로제 스파클링 와인도 적당하게 짝을 맞추고 있었다.

이어서 나오는 요리들도 '사랑'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점점 짙어짐을 맛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평범하지 않은 발렌타인 데이 메뉴를 새로 온 보칼리노의 셰프는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었다. 그의 주장을 빌리자면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그의 요리 철학이 확고함을 첫 메뉴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할 보칼리노의 메뉴가 정말 기대된다.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어떤 이야기들을 선보일까?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와인 짝짓기, 업장 입장에선 대목을 노릴 수도 있는 시기이건만 발렌타인 데이 메뉴에는 와인 페어링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식재료의 열악함, 물론 이것은 업장의 문제만은 아니긴 하지만 전채에서 흔할 수 있는 부라타 치즈와 토마토의 조합은 훈연을 통해 향을 입히고 마리네이드를 통해 토마토의 맛을 어떻게든 입체적으로 끌어내려고 노력은 했지만 역시 그 한계는 명확했었다. 그나마 토마토가 너무 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할까? 신맛의 부족함은 발사믹 캐비아가 더해주지만 공허함이 존재했었다.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메인에서 그 이야기는 허무하게 맥이 풀려버린다. 소 볼살, 그나마 스테이크가 아니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생선이든 육류든 그 선택지는 한국에서는 너무 제한적인데, 가금류 따위는 아예 꿈을 꿀 수도 없다. 이런 여건들을 셰프는 어떤 방법으로 이겨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들려줄까? 절망 속에 희망을 나는 엿보았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디저트였었다. 모양이야 그렇다 쳐도 아무런 맛이 없는 그저 단맛 중심의 디저트, 그게 끝이었다. 지금은 다른 도시로 떠난 페이스트리 셰프가 있었을 때엔 분명 '사랑' 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었건만 지금은 같은 디저트인데 그런 '내용'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메인에서 느낀 허무함은 디저트에서 다시 한 번 중첩되어 시작과 달리 끝을 정말 맥이 풀리게 만들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가오는 봄이 기대된다. 보칼리노 셰프가 풀어낼 이야기들과 곧 새로 합류할 페이스트리 셰프가 선보일 디저트들이 어떤 조합을 보여줄 것인가?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 보칼리노도 또다른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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