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점심을 먹으러 체리 가든을 재방문 하였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에 투숙하고 있으면서 심지어 클럽 라운지 이용도 가능한 클럽 룸에 묵으면서도 레스토랑 예약을 하러 내가 직접 레스토랑에 방문하였다. 클럽 라운지 직원들의 성의 없는 태도는 정말 지금 생각해도 어이 없는데, 아무튼 예약 하러 내려 가니 그새 직원들이 반갑다고 손을 마구 흔들며 인사를 한다. 이게 과연 한국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단골 손님이라고 더욱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해야 하고, 사물에게까지 존칭을 써야 하는 현실이 별로 달갑지 않다. 직원들과 나는 같은 인격체가 아닌가?
아무튼 다소 퉁명스러웠던 응대를 생각한다면 조금 의외의 반응이긴 한데, 정말 빈말이 아니라 싱가포르를 계속해서 찾는 이유는 이곳과 포시즌스 호텔 싱가포르의 지앙난춘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억지로 꺼낸 것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다보니 직원들도 반갑게 맞이해주는데, 또 언제 재방문이 가능할까? 당분간 연휴가 없거나 짧다보니 올해에는 다시 갈 일이 없을듯 한데, 래플스 싱가포르가 재개장 하면 또 모를 일이다.
우선 차는 보이차로 주문 하였는데, 메뉴판 겉표지가 눈에 띄었다. 이런 것까지 파인 다이닝이라면 신경 써야한다. 한국에서 꽤 유명한 모 레스토랑을 방문했더니 종이 한 장 달랑, 그것도 구겨지고 끝부분은 찢겨진 메뉴판을 내놓는 모습을 보면 그냥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심지어 비닐에 집어 넣어서 내놓는 곳도 있었다. 별 것 아닌데 뭘 그런것을 신경 쓰냐고 생각하는가? 몇 번이나 이야기 했지만 파인 다이닝에 단순히 배를 채울려는 목적으로 방문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은 문화의 총체적 경험을 하는 곳이다.
아뮤즈 부쉬가 나왔는데, 사실 한식 문화에서 이런 것이 오히려 낯설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밑반찬이라고 하는 것들 몇 가지는 깔아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난 그것이 오히려 음식의 질을 떨어트리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유료가 아니니 그것을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총비용을 과연 어디에서 이익으로 아니 하다못해 0으로라도 만들 수 있을까? 결국 음식의 재료나 질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유료로 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날까? 게다가 한식에서는 상차림 자체가 반찬을 놓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게 중식당에서는 어떤식으로 현재 상차림이 나오고 있는가? 게다가 준비된 것들이 음식을 즐기는 것에 있어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아니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는가?
Steamed Boston lobster and scallop dumpling
다른 딤섬들과 달리 이 딤섬은 한 개씩 주문 가능하다. 맛이야 해산물이 갖고 있는 단맛을 짠맛이 적절하게 가미되어서 잘 살려주고 있다. 늘 말하지만 해산물은 쫄깃하면 과조리 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질감도 적절한 상태여서 만족스러웠다.
Steamed pork xiao long bao
재작년인가 작년인가 하여간 예전에 샤오롱 바오를 맛 봤을 때에는 그렇게 당기는 측면이 없어서 그 이후 잘 안 시켰었는데, 이번 방문에서 무심코 시켰는데 깜짝 놀랐었다. 이렇게 감칠맛과 짠맛의 균형이 잘 맞는 샤오롱 바오를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즐거웠는데, 그동안 방콕과 서울에서 그나마 괜찮은 샤오롱 바오를 만났었지만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들을 체리 가든에서 해소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었다.
Steamed Wagyu beef dumpling with Sha Cha sauce
다져진 쇠고기의 질감은 매우 부드러운 가운데 아삭거리는 아스파라거스의 질감 대조가 흥미롭다. 거기에 샤차 소스의 맛이 독특한데 발효된 감칠맛이 풍미를 엄청 당겨준다. 독특한 향이 한국인에게는 자칫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텐데, 적응하게 된다면 중독성이 강하다고 할까?
Fried langoustine in crunchy pastry
작년 방문에서 에스카르고 딤섬이 있어서 흥미로웠는데, 올해에는 랑구스틴 딤섬이 있어서 주문해봤다. 이름 그대로 처음에 크런치한 질감을 느끼면서 속에 든 랑구스틴의 부드러운 그러면서 촉촉한 질감이 제대로 잘 튀겨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추가로 더 주문했을 그런 메뉴였다.
Crispy snow crab dumpling
크런치 한 질감을 느껴봤으니 크리스피 한 질감도 느껴보고싶어서 - 사실 스노우 크랩에 먼저 눈길이 갔었지만 - 주문했던 메뉴이다. 그동안 체리 가든을 방문하면서 찜 부분은 조금 편차가 보여서 아쉬운데, 튀김쪽은 일관되게 완성도가 높은 모습들을 보여줘서 항상 만족했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대로 그 모습들을 보여줘서 좋았었다. 게다가 이번 방문에는 찜 부분도 완성도가 높아서 혹시 셰프들이 많이 바뀌었나 궁금하기까지 했었다.
Steamed prawn and pork dumpling with vinegar and spicy sauce
딤섬의 짠맛과 단맛도 좋지만 난 이 스파이시 하면서 신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소스가 정말 좋다.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이 딤섬도 아마 몇 번 더 시켰을 것이다.
Crispy almond prawns with fresh mango and flying fish roe
이 메뉴 때문에 싱가포르를 다시 가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쉽게도 와사비 소스에서 아몬드가 들어간 망고 소스로 바뀌었다. 솔직히 난 이게 좀 아쉽다고 서버에게 이야기 했었는데, 현지에서는 와사비 소스보다 이번에 바뀐 소스가 더 인기가 좋다고 하였다. 물론 그게 사실인지는 내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고 맛 자체만 놓고 보면 여전히 훌륭한 상태를 보여준다. 크리스피한 질감은 잘 살아 있고, 소스의 단맛과 함께 신맛이 와사비 소스의 톡 쏘는 것은 없지만 여전히 느껴져서 좋았다.
Five grain fried rice with Cantonese pork sausage and vegetables
마지막으로 식사는 이푸 누들을 주문할까 하다가 시그니처 메뉴라고 호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광고를 봐서 호기심에 주문한 메뉴이다. 잘 볶았고, 지방의 고소함이 정말 풍미가 끝내줬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다섯가지 곡물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옥수수의 단맛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 강한 편이어서 지방과 곡물의 고소함과 함께 맞물리면서 좀 질리는 부분이 있었다.
Organic black bean pudding with avocado and seasame ice cream
그래서 디저트는 신맛이 강한 것으로 주문하려고 했으나 지난번 맛본 것과 겹치는 것 같아서 다른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 했었는데, 맛 자체를 놓고 보면 좋았지만 앞서 식사 메뉴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선택한 결과물이니 음식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체리 가든에 낮에만 방문하다보니 딤섬 메뉴를 중심으로 몇 가지 메뉴만 맛 본 것 같아서 다음 방문에는 저녁에도 방문해서 다른 요리 메뉴를 맛 볼 생각이다. 그때에는 또 어떤 맛의 세계를 보여줄지 언제 갈지 모르지만 벌써부터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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