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알란의 팬이다보니 한 달 사이에 세 번째 방문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싱가포르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더 가까운 제주도로 오셨으니 앞으로 자주 만날지도 모르겠다. 오픈 초창기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접객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사실 제주도에서 파인 다이닝이라고 해봤자 몇 군데 없고, 맛은 그렇다 치더라도 접객 부분에서 내 경험 안에서는 해비치 호텔의 밀리우가 그나마 나을 뿐 나머지는 고만고만 한데, 그런점에서 르 쉬느아도 사실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는 맛과 접객 모두 크게 기대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게 하루 아침에 달라질 일도 아니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나아질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 다만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유 유안에서 뵈었던 직원 분들의 응대는 아주 훌륭한 편이다.
Premium pu er (ripe)
이번에는 최고급 보이차 숙차를 주문해봤는데, 여전히 차에 대해서는 경험이 적다 보니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계속해서 마셔봐야 알 것인가? 그러나, 확실히 음식을 먹을 때 차와 곁들이는 것은 경험 측면에서 훨씬 낫다. 간혹 외국의 광동식 레스토랑에 가보면 와인 페어링 뿐만 아니라 차 페어링까지 제공하는 곳들도 있다. 파인 다이닝 방문 목적이 단순히 먹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 문화 체험에 초점을 둔다면 당연히 그런 짝짓기 시도를 이용해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레스토랑의 이익 창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아뮤즈 부쉬가 늦게 나왔다. 보통의 아뮤즈 부쉬를 생각한다면 의외인 백김치가 나왔는데, 신맛에 초점을 둔다면 백김치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발효된 것이 다소 강해서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Hot and spicy shrimp, pork dumplings
방문할 때마다 시키는 메뉴인데, 이날은 마늘의 향과 알싸한 맛이 강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좀 더 스파이시하고 신맛이 나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 김치의 신맛은 즐기면서 다른 신맛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강한 한국의 현실에서 이 정도가 적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온도도 그렇고 전체적인 완성도는 마늘이 다소 거슬렸지만 전반적으로 첫 방문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Daily soup
이 날은 몇 가지 요리를 추가로 더 주문했었는데 수프는 먼저 매일 바뀌는 것을 선택하였다. 이 날은 닭 육수 바탕에 돼지 육수와 사과가 들어가는 수프였었는데, 먼저 감칠맛과 함께 돼지 지방의 고소함이 속된 말로 입에 착착 감겨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셰프의 의도는 신맛을 녹여서 맛의 균형을 잡아줄 목적으로 사과를 넣은 것 같은데, 한국 사과는 신맛은 적고 단맛이 강한 품종이 인기가 많아서 오히려 단맛이 맛의 균형을 깨트리는 결과가 나왔었다. 그 부분이 다소 아쉬웠는데, 먹기 불편할 정도의 단맛은 아니었고 온도도 적절해서 어느 정도 그릇을 비울 수는 있었다.
Poached chicken, Chinese wine
사진에서처럼 빛깔만 놓고 보면 덜 익은 것이 아니냐고 할텐데, 실제로 질감도 그렇고 한국인들은 거부감이 들 여지가 분명 있다. 그런데, 여러 차례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닭고기가 퍽퍽한 것은 과조리의 결과물이지 원래 그런 것은 아니다. 게다가 붉은 빛이 돈다고 해서 무조건 덜 익혀진 것도 아니다.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에 알콜 향이 다소 강하긴 했지만 전채로써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다.
Baked crispy barbecued pork bun
Fried prawns, wasabi sauce
Premium pu er (ripe)
시간이 지나니 좀 더 색이 진해졌다.
Wok - fried Australian beef tenderloin
처음 한 입 베어물면 단맛이 먼저 느껴지는데 이게 불쾌한 단맛 - 한식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 이 아니라 뒤이어 짠맛과 감칠맛 - 소스가 간장 소스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확실치 않다. - 을 잘 느끼게 뒷받쳐 주는 그런 단맛이어서 깜짝 놀랐었다. 처음 혀에 닿았을 때에는 단맛이 먼저 느껴지지만 뒤이어 짠맛과 감칠맛이 휘몰아 치면서 촉촉한 가운데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대조적인 크리스피한 마늘과 아삭거리는 채소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내가 지금까지 맛 보았던 르 쉬느아의 메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메뉴였었다. 보이차 보다 잘 어울리는 와인과 함께라면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컷었는데, 언제 당일치기가 아닌 숙박을 하게 될 경우 꼭 그렇게 와인과 곁들여서 다시 한 번 맛보고싶다.
Braised eggplant, pork, spicy sauce in clay pot
한식에서는 대부분 가지를 과조리 하다보니 모양새부터 손이 잘 가지 않는데다가 질감마저 끔찍해서 대부분이 싫어할텐데 - 나이가 들면 좋아지는 것이 가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 웃었다. 그런 근본도 없는 조리를 한 가지가 좋아지면 나이가 드는 것이라고? 도대체 그게 무슨 논리란 말인가? - 사실 처음에 나올때 펄펄 끓는채로 나와서 잠시 걱정을 했었다. 우선 그렇게 나오니 뜨거움에 맛을 제대로 보기 힘들테고, 가지도 분명 과조리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당연히 나오자마자 하나 집어서 먹어보니 뜨거워서 맛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가지의 질감 자체는 과조리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놀라웠는데, 어느 정도 온도가 내려간 다음 맛을 보니 발효된 감칠맛이 느껴져서 혹시 된장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궁금하였다. 흔히 말하는 칼칼한 매움이 느껴져서 한국인들도 편하게 밥 한 공기에 이것만 시켜서 뚝딱 한 그릇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리였었다.
Stir - fried Hong Kong egg noodle, superior soy sauce
면 요리를 시켰지만 이 때쯤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상태라 사실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는 어려웠다. 맛을 보자는 차원에서 주문했지만 개인 취향은 메뉴 중에서 만약 면 요리를 하나만 고르라면 이 에그 누들보다 삼발 소스나 검은콩 소스의 면 요리를 고를 것 같다. 맛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Mango sago cream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아주 나쁜 편은 아니어서 좋다. 이 디저트를 서버가 갖고 올 때 손이 떨리는 모습이 꽤 불안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릇이 다소 지저분 해 보인다.
아직까지 맛을 보지 않은 메뉴도 있고, 맛도 그렇고 응대도 점점 나아지는 모습들을 보여주니 계속해서 시간이 되면 재방문 할 예정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까? 아쉬움이 있더라도 이렇게 기대감을 갖게 하는 레스토랑을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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