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2. 13.

BOCCALINO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 디너 코스 메뉴 2020년 2월


작년 7월 치로 셰프가 홍콩으로 떠나고, 10월에 다니엘 셰프가 온 이후 드디어 2020년 2월에 새 메뉴가 나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 때문에 손님이 거의 없다보니 오히려 접객의 집중력이 높아졌는데, 보칼리노의 그 많은 좌석수와 함께 넓은 공간을 감안하면 사실 서버 인원부터 늘려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국내 여건상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어느 정도 숙달이 되었다싶으면 자주 인원이 바뀌게되니 일정 수준 이상의 접객을 바라는 것 역시 국내에선 거의 어렵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크게 불만을 갖지 않는데, 그런 것을 감안하면 지금 손님이 적을 때 방문하는 것이 그런 불만을 갖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물론 능숙된 모습까지는 바라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빵 문제는 매번 지적하게 되는데, 나는 이 정도 수준의 다이닝이라면 빵을 직접 굽거나 또는 직접 굽지 않더라도 최소한 음식 수준에 맞춰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보칼리노의 빵은 오픈 이래 꾸준하게 너무나 한국적인 빵이 나온다. 네이버 후기들을 보면 겉바속촉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정말 제대로 만든 빵을 먹어보고 나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사실 이 정도 수준이면 빵은 아예 손도 안대는데, 음식의 소스가 맛있어서 그걸 먹을려면 어쩔 수 없이 빵을 곁들일 수 밖에 없다. 몇 차례 건의 했었지만 아마 달라질 것 같진 않다. 보칼리노가 못한다기 보다 현실이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Zuppa di astice e gambero rosa

Lobster and prawns bisque, black truffle pearls






Tagliatelle gamberi, tartufo nero di Norcia

Hand - cut tagliatelle, red prawns, black truffle anchovy sauce






Ossobuco di rana pescatrice

Roasted monkfish, pan - seared king oyster mushrooms, fennel lemon sauce


세트 메뉴는 Autentico - 3 코스와 Seasonal Tasting - 4 코스 두 가지 중 하나 선택 가능한데, 특이하게도 탄수화물 - 단백질 순서를 따르지 않고 메인 요리를 파스타 하나만 선택 가능하게 구성했다.

치로 셰프가 없던 공백 기간에 다소 의아했었던 조리 실력을 감안하면 살짝 과조리 된 몇몇 요리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이 정도면 항의 들어올 것 같은데라고 걱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수프의 온도나 랍스타와 홍새우의 조리 상태였었다. 한식에서 팔팔 끓고 있는 상태의 국물을 먹던 관습을 고스란히 서양 요리에도 적용시키다 보니 종종 부딪히는 문제가 수프나 커피의 온도 문제이고, 회도 즐겨먹는 나라에서 갑각류의 익힘 상태가 덜 익었다라고 하는 현실에서 이 정도면 누군가는 분명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았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조리 상태는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업장 입장에서 기분 나쁜 일이긴 하지만 워낙 말도 안되는 요리를 내놓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새로 나온 요리들은 셰프가 어떤 방향으로 요리를 만들것인지 다시 말해 그의 철학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따로 단품 메뉴를 몇 가지 더 먹어봐야하지만 아무튼 기존의 치로 셰프와는 다른 방향으로 요리들을 선보인다. 누가 더 낫다라고 비교할 대상이 아니란 이야기다.


봄을 표현한 Seasonal Tasting 메뉴들은 먹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다양하게 구성해놓아서 좋았지만 정작 그런 구성이 자칫 요리의 흐름을 깨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랍스타 샐러드가 봄이라는 계절의 시작을 연상시킨다면 리가토니는 한창인 봄의 어느 나른한 오후를 연상 시키는데, 그 사이에 중간 단계를 연상 시키는 수프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선택지를 다양하게 구성해 놓은 것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Citrus sponge, whipped cream served with the Sommelier's special Rum


디저트 메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바였었다. 내가 선택했을 때에는 2인 기준의 크기여서 사진처럼 크게 나오지만 며칠 뒤 다시 방문 했을때에는 1인 기준 크기로 줄였다고 설명을 들었다.

한국에서 잘 만든 바바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일단 한국인들에게 많이 낯선데다 대중적으로 좋아할만한 향이나 질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서버가 럼을 따로 갖고 나와 더 부을것인지 묻던데, 향이 약하다는 외국인들의 의견이 있어서 따로 선택지로 넣었다고 설명을 들었다. 너무 웃기지 않나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여기는 한국이니까라는 생각을 하면 또 그런대로 이해가 된다.





G.D. Vajra Barolo Albe 2015











Château Le Puy Cuvée Emilien 2015






와인 페어링의 경우 수프와도 짝을 지어놓아서 처음엔 의아했었는데, 마셔보니 그 의도는 이해되었다. 지난 메뉴 개편때부터 와인 페어링도 선택 가능해졌는데, 근래 들어 와인 페어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들었다. - 물론 내 블로그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겠지? - 좀 더 활성화 되어서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으면 좋겠는데, 위 두 와인들은 따로 추가 요금을 내고 선택해서 제공 받은 와인들인데 와인 자체도 맛있었지만 함께 짝지어진 요리들과 정말 잘 어울렸었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대부분의 소믈리에들은 항상 요리와 잘 어울릴 와인을 추천할 준비가 되어 있다. 보칼리노의 새 디너 코스 요리들은 모두 훌륭한만큼 그에 맞는 와인들을 추천 받아서 더욱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파인 다이닝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 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