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닝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포시즌스 호텔이기 때문' 이 아니라 그나마 호텔 다이닝 치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 결과물의 반응이 좋든 나쁘든 말이다.
지금도 여기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서, 테이블에 앉아서 먹고 있는 순간에도 꼭 듣는 이야기가 있다. '달지 않은' 것을 추천 해 달라고 말이다. '달지 않은 것' 을 사러 왜 컨펙션즈라는 이름까지 붙은 곳에 가는 것일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는 말이 있다. 무엇을 비유하려는지 음미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디저트 세계에선 그 말이 잘 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등장 하기도 한다.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는 어떠한가? 사실 예전 페이스트리 셰프가 있을 때에는 당장 눈으로 보기엔 예뻐보일지 몰라도 구성 요소들을 보면 비교적 단순 했었다. 그가 실력이 없다기 보다 그가 아시아권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아시아인들의 요구에 맞춰 제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그에 비하면 다른 방향으로 모양을 만들고 있다.
어찌되었든 두 셰프 모두 예쁘게 잘 만들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 입장에서 익숙한 형태는 전 페이스트리 셰프의 작품일 것이다. 무언가를 이것 저것 많이 쌓아 올리고 화려하게 꾸며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그런 형태 말이다.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텐데, 초창기의 제품들을 생각하면 지금은 조금씩 한국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그런 방향이 썩 반갑지 않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떠한가? 예를 들어 2020년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해서 나온 것들을 보면, 아무래도 모양은 단순할 수 밖에 없는데 먹었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 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처음 한 입 먹었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형상은 바로 '사랑' 이었다. 사랑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지만 올해 나온 제품들은 풋풋하게 사랑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드는 설레임, 두근거림 이런 것들을 맛으로 표현했었다. 또 다른 하나는 가족들에 대한 - 특히 자녀들 - 사랑을 맛으로 표현하였었다. 한국인들에게 이런 맛의 표현은 익숙치 않을텐데 그래서 오히려 이런 것들이 이곳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의 제품들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 데이 때 특별한 '호텔 베이커리 제품' 을 사려고 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물론 모든 제품들이 셰프의 철학이 듬뿍 담긴 무언가 심오한 맛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단순하게, 특히 고전적인 디저트들은 기본적인 것들은 갖추되 셰프의 재해석이 들어간 것들도 있는데 문제는 이것 역시 소비자들의 반응이 썩 좋은 편은 아니란 것이다.
'호텔 베이커리이니까 당연히 비싸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처음부터 접근을 할 생각을 안 하겠지만, 대체로 이런 곳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선 아직까지 경제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실제로 가격대는 호텔 치곤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종종 본인의 성향을 맞춰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만약 내 입장에서 이 곳이 별로라면 - 그것이 조리부터 못해서든, 아니면 셰프가 추구하는 방향이 나와 맞지 않든 - 나는 다시 안 가는 선택을 하지 이것 저것 아쉬움을 이야기는 할지언정 내 취향에 맞게끔 수정 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엉뚱하게 만든 것도 아니고 셰프가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만든 제품에 대해서 잘못된 부분도 아닌 자신의 취향에 맞춰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몽블랑의 경우 처음에 나왔을 때는 특유의 향과 함께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카시스의 신맛이 꽤 괜찮았었는데, 점점 그 신맛이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배를 넣는 것이 아닌가! 맛의 균형 차원에서 나는 그것이 썩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었다.
새로 나온 멜론 빵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나는 이런 크림류가 들어간 빵 종류를 좋아하지 않지만 먹어보니 어떤 의도로 만든 것인지 이해는 되었다. 실제로 크림은 신맛이 적절했고 - 나중에는 맛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질감도 굉장히 부드러웠었는데, 아쉬운 것은 빵의 질감이었다. 크림과 함께 매우 부드럽거나 아니면 대조적인 질감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크러스트에서만 살짝 그런 대조적인 질감이 느껴졌었다.
새로 온 페이스트리 셰프도 이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만큼 조금씩 한국적인 것에 익숙해지는 것 같은데, 그런 변화를 예상했었지만 그래도 그런 변화가 좀 덜 했으면 좋겠다. 물론 판매를 생각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지 않는 것이 더 좋겠지만 말이다.
Nitro Coffee
컨펙션즈인만큼 그와 곁들일 차와 커피도 함께 판매하는데, 차 종류는 좀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에 비하면 커피는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물론 전문 커피점에 비하면 호텔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꽤 신경 써서 커피를 내놓는다.
사실 커피는 굳이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면서 마시는 정도까진 아니어서 아주 나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질소 커피도 처음 마셨었다. 질감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부드럽고 신맛 등도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마시기 편했는데 아메리카노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한 번의 경험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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