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18. 8. 11.

MARU at FOUR SEASONS HOTEL SEOUL - 포시즌스 호텔 서울 마루 닭백숙


인스타그램에 한식 사진 몇 장을 올렸더니 내 계정에서 한식 사진도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이 있었다.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나는 운영하는 목적은 해시 태그나 검색어를 통해서 여행을 갈 때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글과 사진을 올린다. 가끔씩 나도 네이버 세상에서, 인스타그램에서 해시 태그나 검색어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물론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말이다.

서두에서부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마루에 가면 닭백숙을 판매하고 있어라는 정보 차원에서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무더운 여름에 우리가 "보양식"으로 먹는 삼계탕 또는 닭백숙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기 때문이다. 내가 독립한 이래 삼계탕을 직접 돈을 주고 사먹은 적은 딱 한 번 있는데 그 이후로는 마지못해 끌려간 회식 자리에서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먹으면서 늘 머릿속에 떠올랐던 불편한 점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호텔이니까 저렇게 세팅 해주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그렇다 쳐도 한번쯤 생각해본 적 있을까? 대부분의 "한식" 관련 식당에 가면 수저는 커다란 통에 넣어져 있고 거기서 내가 꺼내야 한다. 위생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을까? 누구나 다 손을 깨끗하게 씻고 밥을 먹을려고 식탁 앞에 앉는 것은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건 해외 경험을 통해서 놀랐던 것인데,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에 위치한 스파이스 레스토랑 앤 바에서 당시 스시를 먹고 - 스시를 먹을려고 한 것은 아닌데 당시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젓가락을 습관처럼 옆에 놔두었더니 서버가 빈 접시를 치울 때 같이 치우면서 새로 젓가락을 세팅해 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특히 한식 파인 다이닝이라면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앞 코스에서 음식물들이 묻은 젓가락과 숟가락이 계속해서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것은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한편으로 숟가락과 젓가락만 있으면 될텐데 왜 포크와 나이프가 같이 놓여져 있냐면 닭백숙에 전복과 낙지가 들어가서 그렇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세팅이다. 습관적으로 전복과 낙지를 통으로 넣어버리는데, 그것이 먹는 사람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일까? 얼마든지 크기를 조절해서 넣을 수 있다. 파인 다이닝이란 것이 뭔가? 어떻게든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가?


이런 부분은 대체로 습관적으로 기존에 해왔던 것을 되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넣는 것이 오히려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편하다는 것을 알아도 손님들의 요구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도 가끔 들었다. 한국에서는 무엇이든 재료가 통째로 들어가야 제대로 재료를 넣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낮다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아니면 양으로 만족한다는 의미로써 가성비가 좋다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DAK BAEKSUK - Traditional Chicken Stew

Abalone, Baby Octopus, Cordyceps, Chestnut, Glutinous Rice, Ginseng, Ginkgo Nut


포시즌스 호텔 서울 오픈 초창기부터 마루에서는 삼계탕 메뉴가 있었다. 초창기의 삼계탕은 지금 사진의 모습과 비슷한데 차이점은 전복과 낙지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당시 삼계탕을 호기심에 먹어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 뜨겁지 않은 국물의 온도와 퍽퍽하지 않은 부드러운 질감의 닭과 국물에서 짠맛과 감칠맛이 잘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닭도 보기 싫게 한마리를 통째로 넣은 것이 아니라 - 물에 삶아져 허연, 그리고 돌기가 올라온 닭껍질의 표면은 입맛을 뚝 떨어트린다. - 저렇게 동그랗게 말아서 세 덩어리가 들어가 있었다.

이후 작년에는 통째로 한 마리를 넣었다가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야 제대로 닭 한 마리가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신뢰도가 낮다는 얘기, 물론 통째로 한 마리이긴 했으나 뼈는 모두 제거해서 해체한 상태에서 넣어서 먹는 것 자체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물론 간이 안 맞고 너무 뜨겁다는 문제는 있었다.) 올해 다시 이렇게 나왔기에 반가웠으나 문제는 낙지와 전복이었다. 과조리의 결과물로 너무 질긴데다가 곧바로 먹기에 불편해서 꺼내 들어 칼과 포크를 이용해서 내가 직접 해체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먹어야 했었다. 

국물의 온도는 다행히도 작년과는 달리 초창기처럼 적당해서 좋았는데, 항상 이야기 하지만 "한식"에서 국물의 온도는 너무 높다. 아예 맛을 못 느낄 정도인데, 후후 불며 먹는 재미, 그 뜨거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원함을 모르구먼! 하겠지만 그게 진짜 맛을 느끼는 것인가? 후후 불어서 온도를 낮출거라면 처음부터 바로 떠먹을 수 있게 내놓으면 먹는 사람이 더 편하지 않나?

온도는 문제가 없었지만 맛이 문제였다. 분명 닭육수를 기반으로 만들었을텐데 감칠맛이 희미하다. 당연히 기본적인 간을 안했기에 즉 다시 말해 소금이 들어가지 않아서 짠맛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국물 자체는 맛이 없다. 옆에 소금 종자를 같이 갖다 놨는데, 내가 직접 간을 맞춰야 한다면 요리사는 왜 존재하는가? 게다가 처음 조리할 때 간을 맞추는 것과 완성된 음식에 간을 맞추는 것은 맛 자체가 다르다. 


다행히 닭의 질감은 상대적으로 퍽퍽하지 않았으나 문제는 안에 삼과 대추 등이 너무 들어가서 해체하는 순간 아무런 맛도 존재하지 않던 국물이 삼과 대추의 쓴맛과 단맛이 뒤섞이며 음식 맛이 이상해져버렸다. 약식동원이란 말이 참 거슬리는데, 음식은 음식일 뿐이다. 맛을 위해서 삼과 대추를 넣을 것이라면 이것이 전체적인 면에서 맛을 해치지 않아야 하는데 삼과 대추의 맛이 중심이 되어버렸다.


안에 들어간 밤은 물컹거리는 질감이 많이 거슬리는데 차라리 water chestnut을 넣었더라면 아삭거리는 질감이 닭의 부드러운 질감과 대조를 보여 좋았을 것이다. 끝으로 반찬은 역시 습관적으로 내놓아서 그런지 음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그나마 버섯이나 김치가 신맛이 있으니 닭백숙과는 잘 어울리지만 나머지 반찬은 질감도 맛도 닭백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럴바에는 그냥 안 내는 것이 더 좋은데, 당연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오픈 초창기때 셰프와 지금 셰프는 물론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평소 마루에서 한식을 먹는 사람들이 어떤 불만을 제기했을지 굳이 직접 듣지 않아도 대략 알고 있다. 당연히 나는 이 닭백숙이 그 결과물이라 생각하는데, 만약 셰프가 직접 의도해서 이렇게 만든 것이라면? 더 이상 마루에서 한식을 사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여기뿐만이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다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올해 여름은 예년보다 더욱 뜨거운데, 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이날 아니면 못 먹는 음식도 아닌 언제든지 사먹을 수 있는 삼계탕이나 닭백숙을 복날이니까 "보양"을 해야 하므로 몇십분에서 몇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서 사먹고 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영계"가 어떻고 "토종"닭이 어떻고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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