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Resort, Dining and Fashion

2020. 8. 10.


지거 앤 포니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되었지만 실제로 방문한 것은 2020년 1월이 처음이었다. 2019년에 포시즌스 호텔 서울 찰스 H. 바 게스트 바텐딩 행사 때 인사를 나누고 다음 싱가포르 방문때 꼭 가겠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사실 그동안 알고 있으면서도 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위치때문이었다. 싱가포르를 매년 갔었지만 탄종파가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동안 다이닝 위주로 다니다보니 동선이 이쪽으로 올 일이 없었다. 알고보니 이쪽 지역에 꽤 유명한 바들도 많고, 무엇보다 서로 아주 가깝다 보니 이동하는데 시간을 낭비할 일이 없어서 좋았었다.


지거 앤 포니는 현재 아마라 호텔 안에 있다. 호텔과는 별개의 업장이며 지난번에 글 올렸었던 카페 퍼넷과 나중에 글 올릴 리브 트와이스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 지난 발표 때 축하한다는 인사를 바텐더에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달했었지만 다시 한 번, Asia's 50 Best Bars 2020에서 1위를 한 것을 축하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편에 보이는 바 카운터 석이다. 내부 공간은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앉자마자 작년에 찰스 H. 바에서 만났었던 바텐더가 있기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곧 칵테일을 주문했었다. 






실내는 복층 구조여서 한층 더 올라가면 자그마한 바 카운터석이 하나 더 있었는데, 여기는 주로 주말에 한시적으로 또는 따로 예약을 하는 경우에만 오픈 한다고 들었다.

내부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꽤 단순한 편인데, 바가 지향하는 개념을 생각하면 그에 걸맞게 잘 꾸며놓았다. 






Crystal Ramos Gin Fizz

Tanqueray London Dry Gin, clarified Ramos Fizz, orange flower bubbles


크리스탈 라모스 진 피즈는 바가 지향하는 개념에 충실하게 라모스 진 피즈를 재해석한 메뉴이다. 메뉴명 그대로 투명하고 맑으며, 향기롭고 거품 또한 매우 가볍고 부드럽게 입술에 닿는데 라모스 진 피즈를 생각하면 향, 맛, 질감 모두 가볍다라는 느낌이 든다. - 물론 그것이 나쁘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 입안에서 살짝 스쳐지나가지만 코코넛 향이 꽤 매력적이었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매일 방문해서 모든 메뉴를 다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칵테일들이 많았었다.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친절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경우가 많은데, 재미있는 것이 바를 가게 되면 처음 방문하더라도 대부분의 바텐더들이 굉장히 친절하다는 것이다. 이날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다른 바 소개는 물론 칵테일 이야기 - 사실 칵테일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기 때문에 음식과 달리 칵테일의 맛에 대한 평가나 묘사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 등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었다. 이후 일정이 있어서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또 만나기를 약속했었는데, 그 이후 코로나 19 상황이 발생하면서 그 약속을 언제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20. 8. 6.



롯데의 교묘한 홍보는 여전하다. 하카산 런던의 셰프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처럼 홍보하던데 사실은 시그니엘 서울의 스테이, 모던 레스토랑처럼 운영하고 있다. 총괄 셰프가 누구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로 요리를 누가 하고 있느냐이다. 특히 광동식 레스토랑이라면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인의 조리 실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웍 프라이드나 소테와 같은 요리들은 그 차이가 너무 심한데, 그걸 감안해서 먹기에는 굳이 내 돈을 주면서까지 일종의 실험체가 되고싶지는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많이 망설였었다. 홍보와 달리 실제로 조리를 하는 사람들도, 차오란의 총괄 셰프도 한국인인데 과연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만한 가치가 있을까?






차오란 방문 직전에 들린 로비의 더 라운지는 너무 싸구려 자재로 마감한 것이 거슬렸었는데, 차오란은 어떠할까?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차오란 바이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기에 가볍게 식전주 한 잔을 마실려고 했었는데 이곳으로 안내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었다. 식전주 한 잔 주문 가능하냐는 질문에 웰컴 드링크는 테이블에서도 드실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었다.

결국 세 번의 방문을 하면서 한 번도 이 곳에 앉아서 식전주든 식후주든 칵테일 한 잔이라도 마실 기회는 없었었다. 이렇게 운영할거라면 굳이 입구쪽에 배치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대다수 한국인들이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바에서 식전주 한 잔이라도 마시는 문화를 모른다 해도 식전주 주문 가능 여부를 묻는 손님에게 엉뚱한 대답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분위기는 그럴싸하게 꾸며놨는데 여전히 싼티가 나는 기분은 로비에서의 경험 때문일까, 롯데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한쪽에 걸린 바베큐들은 사진은 그런대로 먹음직스럽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색상이 밋밋해서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광동식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온만큼 음식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었다.






웰컴 드링크는 낮에는 논 알콜로, 저녁에는 논 알콜과 알콜 두 가지 중 선택 가능하다고 설명을 들었다. 복숭아 향이 매혹적이었지만 단맛이 과한 편이었다. 신맛이 좀 더 들어가면 균형이 맞을텐데, 그게 탄산이 너무 과하다거나 신맛이 너무 과해서 항의를 받다 보니 조절한 것일 수도 있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차는 자스민 차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을 들었다. 주문 가능한 차는 총 세 가지였었는데, 주문을 할 경우 찻잔을 교체한다. 










Ajung white dew tea

여전히 차에 익숙치 않아 미묘한 차이까지 느끼기 어려웠지만 가장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차는 아정백로차였었다. 나머지 차들은 향은 좋았지만 차오란 음식들의 향이나 맛이 거의 0에 가까운 상태였었기 때문에 서로 방해가 되어서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차 온도는 마시기 좋게 맞춰져 있어서 좋았는데, 차를 직접 내가 따라 마셔야했었다. 세 번의 방문 동안 딱 두 잔만 서버가 차를 채워줬었고, 나머지는 내가 틈틈이 따라 마셔야했었다. 참고로 엄청 바빠서 서버들이 도저히 신경 쓸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었다.






딤섬과 같이 곁들여 먹으라고 나온 두 가지 소스는 고추 기름과 칠리 소스였었다. 두반장이나 XO 소스가 아니고 왜 이런 소스를 내놓았을까? 딤섬을 먹는데 어떤 맛의 변화를 줄 수 없는 소스인데 말이다.

딤섬을 먹다가 짜거나 느끼하게 느껴지면 같이 곁들여 먹으면 좋다고 들었는데, 일단 차오란의 딤섬들은 짠 편이 아니었고 느끼할 수 있는 상황 즉, 지방의 고소함이 가득한 것도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는 전혀 짜거나 느끼하지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느껴진다면 맛의 균형을 맞춰 주기 위해선 신맛이 개입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매운맛을 개입 시켜 버린다. 이때부터 나는 불안해졌다. 분명 여기 음식들은 이상한 방향으로 이미 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Crispy Barbecued Pork Bun

한 입 베어물자 올라와야 할 차슈의 향은 전혀 없었고, 짠맛은 미약했으며 단맛만 입안에 맴돌았다. 번도 덜 구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의 질감을 보여줬었다. 이것 말고도 튀기거나 구운 (baked) 딤섬들도 하나 같이 눅눅한 질감에 바삭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간도 하다 만 것 같이 짠맛과 감칠맛은 희미했었다. 다시 말해 딤섬들이 하나도 맛이 없었다.






Sour & Spicy Shrimp Dumpling

찐 딤섬들도 마찬가지였었다. 한국인들에게 새우나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딤섬을 제외하곤 익숙치 않아 하니 메뉴 가짓수가 적은 것은 이해하는데, 정말 맛없게 만들었었다. 대부분 짠맛이 희미하니 아무런 맛을 느낄 수가 없었고, 심지어 향조차 전혀 없었다. 이 딤섬도 맵기만 할 뿐 신맛이 희미했었다.

튀기거나 굽는 것의 질감 문제야 차오란의 잘못이 맞긴 한데, 맛 (taste) 과 향 (aroma) 이 전혀 없어서 전체적인 맛 (flavour) 이 전혀 없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까? 이 날 옆 좌석에선 품종과 생산연도까지 따져가며 와인을 고르고 있었는데, 딤섬이 나오자 한 입 먹고 곧바로 딤섬이 짜다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딤섬은 짜지 않았고 오히려 맛이 밋밋한 편이었다.)

식재료는 제한적이고 - 그것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더욱 제한적인 -,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며, 음식은 싱겁다 못해 간이 하나도 안된 것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하카산 런던의 셰프는 부산에 와서 한 달동안 컨설팅을 하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인스타그램에 짧게 피드를 올리니 몇몇 팔로워들이 차오란은 혹평이 많네요라고 댓글을 달았던데, 내가 하는 평과 다른 사람들의 평은 분명 다르다. 이런 음식들을 만나는 것이 마냥 만드는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지 않다. 그렇다고 먹는 사람에게만 있는가? 기술의 한계를 특히 중식에서 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면죄부를 주기엔 제대로 굽거나 튀기지 못했었는데 어쩌면 이것도 너무 바스락거려서 항의를 받다 보니 조절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빵이 대부분 덜 구워져 질척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2020. 8. 3.















"시그니엘 부산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며, 해운대의 랜드마크 ‘엘시티(LCT)’타워 3~19층에 위치한 260실 규모의 럭셔리 호텔입니다. 국내 럭셔리 호텔을 대표하는 ‘시그니엘 서울’에 이은 시그니엘의 두번째 프로퍼티로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그룹 HBA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함께 대부분의 객실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발코니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이나믹한 뷰를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 풀, 뉴욕 럭셔리 코스메틱 브랜드 ‘샹테카이’의 스파, 어린이를 위한 키즈 아웃도어 가든 테라스 등 다채로운 부대시설이 시그니엘의 품격과 어우러져 그동안 부산에서 볼 수 없었던 럭셔리의 새로운 가치를 전합니다."

호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그대로 시그니엘 부산은 럭셔리의 새로운 가치를 전하는가? 롯데 그룹의 지독한 절약 정신이야 이미 유명하지만 브랜드의 개념을 공간에서까지 아끼고 아낀 상황에서 정작 홍보는 '럭셔리' 운운 하는 것은 기만 행위가 아닌가? 심지어 테이블의 높이를 보라.









부산 출신이 아니라면 바다, 특히 해운대 바다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면 굉장히 불만스러울 수 있는데, 위치가 해운대 바다의 전망을 멋지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고 할 수 있을텐데, 문제는 더 라운지의 테이블 배치이다.








안그래도 미친듯이 바람 불 때가 많은 해운대에서 고층 건물이 더욱 들어섰으니 평소에도 바람의 세기가 꽤 강한 편인데,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테이블 옆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방문한 날 날씨가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바깥 구경, 사진 촬영 등의 이유로 들락거리는데 그때마다 강한 바람이 테이블을 헤집을 정도였었다. 이러다가 어느날 깨지고, 엎어지고, 옷은 오염되고, 누군가는 다치고 그런 상황이 발생할텐데 처리는 누가 해야할까? 생각이 있다면 공간이 아쉬워도 테이블을 재배치 했을 것이지만 롯데라는 기업이 항상 그렇듯 사람을 속된 말로 미친듯이 갈아 넣는 구조이니 별반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센터 피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테이블의 사진을 다시 보니 그 참담함이 또다시 떠오른다. 이런 공간에서 시그니엘의 개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버들은 친절했다. 그 친절함이 호텔에서 이야기 하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지만 한국 사회에서의 친절함을 생각하면 정말 친절했었다. 경력자도 있을테고 신규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밝은 얼굴로 존칭어를 써가면서 접객 및 응대하는 모습들은 많은 한국인들이 바라는 5성급 호텔의 친절함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친절함이 대체로 불편한데, 특히 호텔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제안하는 것들이 너무 한국적인 상황이 연출되어서 정말 불편했었다. 자꾸 무언가를 '서비스' 라는 명목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려고 시도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필요가 있을까? 물론 한국에선 그렇게라도 안 하면 불친절하다라는 평가를 받으니 그런 식의 행동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계속 이야기 하는 상황 자체가 나는 너무 불편했었다.





페이스트리 살롱은 더 라운지 바로 옆에 있는데,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페이스트리 살롱에서 계산을 하고 더 라운지에서 먹을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었다. 한국적이지 않은 모양새에 호기심이 생겨 몇 가지 주문을 했었다.






Cappuccino

Mille - feuille

Frisbee Strawberry Tart

Apple Tartin


내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잘못 올렸었는데, 분명 홈페이지 설명에는 브루노 메나드의 감각적인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지만 직원에게 설명 듣기로 힐튼 부산에서 옮긴 페이스트리 셰프가 직접 메뉴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생김새만 보면 분명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모습이긴 하다. 가장 잘 나가는 것들이라고 설명을 들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정말 궁금했었다. 특히 타탱은 정말 타탱이 맞을까?






그전에 먼저 커피를 주문하면 함께 제공하는 마카롱을 먹었다. 전형적인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마카롱이었다. 눅눅하고 끈적거리는 꼬끄의 질감과 신맛은 피어오를듯 하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는 필링, 갑자기 불안감이 생겼었다. 혹시?






셋 다 질감은 눅눅하고 끈적거리기만 한다. 바삭함 같은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단맛은 희미하고, 신맛은 흔적은 있는 것 같은데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지방의 고소함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다. 향도 있는듯 없는듯 하니 먹는 내내 고역이었다. 

이때에서야 알게 된 것인데, 페이스트리 셰프가 힐튼 부산에서 옮겼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힐튼 부산에서 많은 항의를 받았을 것이다. 너무 달고, 너무 시고,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을 내놓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다. 물론 질감 문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탔다고 항의 하니 덜 구워서 그런 것이라 믿고싶다. 차라리 그렇게 믿는 것이 속이 편하다. 정말 제대로 만들줄 몰라서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이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그것도 프랑스 출신인 페이스트리 셰프가 말이다.






Cube Exotic Baba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주문했었던 바바는 역시나 처참했었다. 마른데다 끈적거리는 질감, 럼향은 당연히 없었고, 심지어 라즈베리조차 신맛보다 이상한 단맛만 가득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워낙 반응이 안 좋다보니 메뉴에서 삭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을 들었다. 







Vanilla Ice Cream

원래는 콘에 담겨져 나오는데, 도저히 콘을 믿을 수 없어서 그냥 아이스크림만 달라고 하였다. 바닐라 향이 그리 강하지 않고, 입안에서 녹았을 때 피어오르는 향이나 뒤따라 느껴지는 단맛과 고소함은 상향 곡선을 그리다 갑자기 0으로 뚝 떨어진다. 주문할 때 웃으면서 설마 나뚜르 제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요 했었는데, 차라리 나뚜르 제품이 나을 정도였었다. 


분명 어느 지점에선 호텔측이 잘못 만든 부분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맛의 설계는 전형적인 한국식이었다. 왜 그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하도 많이 겪어서 이제는 놀랍지도 실망스럽지도 않다. 


다만 호텔에서 내세우는 개념과 실제로 연출한 공간의 이질감은 너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공간에 모여 역시 럭셔리 하네, 역시 5성급 호텔 답네 이야기 하고 있다. 한편으로 음식들은 왜 이렇게 만들어요, 그래서 나온 결과물들은 과연 호텔에서 내세우는 개념과 일치하는가? 이용하는 사람들의 잘못은 정말 하나도 없는 것일까? 어차피 모를텐데 공간은 대충 적당히 그럴싸하게 만들어야지와 내가 아는 맛은 안 이래 그래서 나온 괴상한 결과물의 음식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비단 시그니엘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2020. 7. 25.



이제는 매 시즌마다 메종 마르지엘라 스니커즈는 하나 이상씩은 꼭 구입한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색상만 바뀌는, 디자인의 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즌마다 하나 이상씩은 마음에 드는 것이 꼭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구입만 할 뿐 실제로 신고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










품번은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파페치에서 구입했었는데, 아마 세일할 때 구입했을 것이다. 





























페인트를 흩뿌린듯한 모델의 경우 대부분 가죽 위에 다양한 색상의 페인트를 흩뿌렸었는데, 이번에는 캔버스에 검은색 잉크를 흩뿌렸다. 가급적 흰 신발은 사지 않으려고 하는데, 처음에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보는 순간 정말 예뻐보여 구입하였다. 이런 종류의 신발은 자가용을 이용하고 거의 실내에만 머무를 때 신어야 할텐데, 그럴려면 내가 어떤 삶을 현재 살고 있어야 할까?

2020. 7. 20.



코로나 19 상황이 장기화 되다 보니 르 쉬느아에서도 예전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특선 메뉴가 나오게 된다. 일단 홈페이지 안내대로 7월부터 두 달간 진행될 특선 메뉴는 중국 동북 요리와 홍콩식 면 요리이다. 중국 8대 요리에 속하지 않는 동북 요리를 왜 뜬금없이 르 쉬느아에서는 선보였을까?





Wok fried shredded potato, black vinegar

르 쉬느아는 국내 관광객과 제주도민을 겨냥해서 만든 광동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생각한다. 만약 그런 의도였다면 지금보다 더 한국인에게 익숙한 요리들 위주로 메뉴를 만들었을 것이다. 사실 메리어트 리조트 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소속은 또 메리어트 리조트가 아니어서 메리어트 회원 할인 혜택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 누구를 겨냥하고 만들었을까?

사드에 이어 코로나까지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결국 매출에도 영향을 주게 되니 예전 같으면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를 특선 메뉴로 - 실제로 사천 요리 프로모션을 한 적이 있다. - 선택했겠지만 결국 국내에 남아 있는 중국인들을 생각하면 동북 요리 선택이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동북 요리가 르 쉬느아에 잘 어울리느냐, 난 그 점이 너무 아쉬웠었다.

르 쉬느아의 조리 실력은 여전히 흠 잡을 것이 거의 없다. 이 감자 요리도 아삭한 질감과 흑식초의 새콤한 맛이 입맛을 사로 잡는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다는 것이다. 파인 다이닝에서 만날 수 있는 요리로써의 맛 (flavour) 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파인 다이닝에서 달랑 감자채 볶음 하나를 이렇게 내놓으면 어느 누가 지갑을 열 것인가?

거의 모든 동북 요리를 다 먹은 결과 새로운 요리를 만난다는 기대감은 있지만 굳이 내가 이런 평범한 맛의 요리를 먹기 위해 제주까지 비행기를 탈만한 가치는 있느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곧바로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준이었다. 파인 다이닝의 요리보다 흔히 말하는 가정식 수준? 맛을 즐기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끼니를 떼울만한 수준이다. 

실제로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에도 내 의견에 동의 했었는데, 사실 현실적인 문제 즉 코로나로 인한 장기적인 매출 저하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 같은 결과라 생각한다. 재료 수급 문제도 있고 - 한국에서 수입 안 되는 재료들이야 워낙 많았지만 경제 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위축되면서 그동안 수입 가능하던 식재료들이 아예 수입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 국내에 남아 있는 중국인들중에 동북쪽 출신들이 많을테니 그들을 겨냥해서 이런 메뉴를 내놓은 것이 아닐까? 














Honey barbecued Iberico pork noodles with shrimp wonton and soy sauce (dry)

그럼 홍콩식 면 요리는 어떠했을까? 라우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나 한국인들을 겨냥해서 나온 메뉴는 아니었다. 한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질감이 아니기 때문인데, 쫄깃쫄깃한 면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툭툭 끊어지긴 하나 조금은 찰진듯한, 하지만 부드러운 면 질감이 재미 있었는데, 대중적인 요소를 감안하면 한국인들에게는 홍콩식 짜장면이 인기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반면 사진에서의 면 요리는 일단 차슈 특유의 향이나 소스의 향과 짠맛 중심의 맛을 생각하면 정말 홍콩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한국인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면 요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홍콩을 좋아하고 또 그리워하는 한국인들이 무척 많을테니 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리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만큼 홍콩의 요리들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최근에 르 쉬느아에서 식사를 하면서 나와 중국인 손님들을 제외하고 북경 오리를 주문하지 않는 한국인들을 본 적이 없다. 딤섬도 마찬가지인데, 물론 광동식 레스토랑에서 북경 오리를 주문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다른 메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광동식 레스토랑인데 이제 더 이상 오리 구이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언젠가는 코로나 사태가 끝날테지만 그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국에서 더 이상 알란 찬 셰프의 요리들을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래도 르 쉬느아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겠지만 말이다.